김군은 올해 수능이 2번째다. 지난해 수능시험을 망쳐 수시지원도 어려웠고, 더군다나 정시도 꿈꿀 수 없게되자 어려운 살림에도 재수를 선택했다.
초등학교시절 아버님이 돌아가신 김군은 영특한 아이였다. 명석한데다 과학에 우수한 재능을 보여 교육지원청 영재로 선발되기도 했다. 중학교 시절 역시 상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성적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던 김군에게는 친구들도 많았다. 재수를 시작할 때만해도 오히려 친구들을 격려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
그러나 올해 수능을 치른 김군은 홀로 방문을 걸어 잠근채 주위와 연락을 끊었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수천만원 가까이 학원비를 지불하며 최선을 다했건만 김군은 이번 수능역시 목표하던 대학의 최저 등급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군과 같은 결과를 받은 입시생들은 너무나 많다. 고등학생이거나 재수생이거나 10여년간의 과정이 수능 점수 하나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은 아이들이 행복지수를 뚝 떨어뜨린다.
아이가 어렸을때 부모들은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니 열심히 살라고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러나 세상은 모질게도 아무도 과정에 주목하지 않는다. 결과만으로 평가하고, 결과로만 선택한다.
이렇다 보니 공부만 10년 넘게 해 온 아이들에게 대학 입시는 「죽고 사는」 절박한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최근 대학들이 구조조정을 위한 자구책을 만들고, 토론회를 하는 등 고민이 깊다.
고등학교 졸업생 수보다 대학 입학 정원이 더 많아지자 지방대학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대내외적 목소리가 높다.
이 참에 우리나라 대학도 원하는 학생은 모두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대신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은 졸업에 패널티를 주는 외국 대학의 시스템을 채용하면 어떨까?
물론 그러려면 대학 등록금이낮아져야 하는 선과제도 해결돼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꼭 대학에 가야 한다는 생각들도 바뀔 것이고, 또 정권 바뀔때마다 달라지는 입시제도도 안정될 것이고, 기승을 부리는 사교육도 수그러들지 않을까?
마포대교에는 급증하는 자살자를 예방하기 위해 다리난간에 네온사인을 넣고 다양한 문구를 새겨 넣었다.
「오늘 하루 어땠어?」 「말 안해도 알아」 「많이 힘들었구나?」 이런 글들이 삶을 끝내기 직전의 누구에겐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새 마포대교의 자살률은 오히려 네배나 늘었다.
이는 단순한 글귀보다는 사람의 관심이 더 필요함을 입증한다.
주변에 많은 수험생이 있다. 어깨 늘어 뜨리고 의기소침해 있을 이제 갓 20대의 젊은 이들에게 말없이 어깨를 두드려 주고 싶다.
『네 잘못이 아니야. 지금부터 시작이다. 힘내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