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화예술계에 드리우고 있는 한 줄기 빛을 「문화융성」이라는 말로 축약할 수 있겠다.
문화융성위원회가 발족 되는 등 정부차원의 정책적인 움직임도 크다.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은, 통상 수 세기를 건너 켜켜이 쌓이고 모여서 자리 잡힌 것들을 칭한다. 그렇다면 문화 융성 또한 수 세기 후를 바라보는 역작이 되어야한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현 정부가 융성 시킨 그 문화를 향유할 국민도 양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문화융성을 5년 어치 사업으로만 본다면야 굳이 걱정할 것이 없겠지만, 문화의 역사적 존엄성을 고려한다면 수 세기까지는 안 되더라도 현 시대의 청소년들이 훗날 대한민국 최초여성대통령의 업적을 기릴 수 있게는 해줘야 성공적 융성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우선 지금의 중 고등학생들에게 음악시간과 미술시간을 돌려줘야한다. 청소년기에 접해보는 음악과 그림을 통해 성인이 되어 자발적으로 음악회에, 전시회에 갈 수 있도록 가르쳐야할 뿐만 아니라, 성장기에 접해본 정서적 체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성인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이것은 결국 한국에서 태어난 이상 누구나 입시전쟁에 참전해야한다는 처참한 현실로 귀결된다.
어쩌면 세상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잘 나가는 사회인이 되면 저절로 문화를 갖고 놀 수 있으니 딴생각 말라고 가르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삼십년 가까이 듣도 보도 못하고 살던 「문화예술」이라는 낯선 세계로 냉큼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아니, 별로 없다.
유럽처럼 동네마다 합창단이 있고, 내 돈 내고 입장권을 사서 음악회에 가고, 예술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사람이 존중받는 그런 「당연한 자연스러움」이 몸에 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문화융성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보태주어 잠깐 먹고살기 편케 해주는 것은 궁여지책일 뿐이다. 그들을 필요로 하고 찾아대는 국민을 늘리는 것이 훨씬 더 절실하다.
게다가 요즘 청소년들은 K-Pop을 문화라고 듣고 산다. 그래서 그것이 한국의 문화인줄 알고 큰다. 돈이라면 환장하는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낸 신종 문화를 말이다.
장래 희망이 과학자, 선생님, 소방관, 간호사이던 아이들이 연예인을 꿈꾸며 기획사 앞에 줄을 서서 얼굴이고 몸이고 죄다 칼을 대서라도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연예인이 되려고 기를 쓴다.
이런 형국에 문화융성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며 또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가야하는가.
썩은 물이 담긴 꽃병에 자꾸 새 꽃만 갈아 꽂지 말고 물부터 갈아야하는 것은 아닐까.
꽃이 피어날 수 있도록 말이다.
기고
청소년들에게 음악과 미술시간 돌려줘야
김 지 현 서울튜티앙상블 예술감독
2013-11-06 11:23
문화는 향유할 국민도 함께 성장하는 것
진정한 문화융성, 예술가 존중하는 사회풍토 우선돼야
진정한 문화융성, 예술가 존중하는 사회풍토 우선돼야
김지현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