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홍은1동 주민센터 앞 소공원에 술에 취해 종일 머물며 행인들의 발에 채이기도 하던 주민이 마을 활동가로 변신한 사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술을 끊는데 성공한 후 이곳 주민인 이준익 영화감독의 작품을 그리는 중이다. 주민들이 후원기업과 함께 그려낸 벽화가 바래거나 떨어질 경우 이 어르신이 보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최근 복지 허브화 홍은 1동 우수사례의 주인공이기도 한 피카소 할아버지 김문치 어르신(70)을 만났다. <편집자 주>
Q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 간단한 소개 한 말씀
A 영화 간판을 그리던 화가 출신으로 과거 술을 많이 좋아해 종로 등지를 누비며 방황도 많이 하고 남에게 술도 사주며 보냈다. 그 외에도 인생을 참 거칠게 살았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곳 홍은소공원에 있을 적에도 술에 취해 누워있다가 발길에 채이고 비웃음 사기도 했다. 지난 여름에도 새벽부터 컵라면에 술을 마시고 취해있어 이른 아침 출근하던 동장의 눈에 띄게 되었다.
Q 스스로 변화하게 된 계기는?
A 나도 다르게 살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면담을 하던 중 뭐하길 원하냐고 해서 술을 끊고 다시 제대로 살고 싶다고 했다. 정신보건상담사와 상담을 마친후 자진해서 시립 은평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았다. 퇴원 한 후 술은 완전히 끊었고 동 직원과 봉사자들이 집에 쌓인 쓰레기를 버리고 도배를 해줬다.
Q 현재 동에서 어던 일을 하고 있나?
A 아침 일찍 공원에 나와 간단히 청소하고 화분들에 물을 주고 있다. 그리고 동장실 옆 사무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재는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영화 포스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완성되면 확대해 홍제천 주변을 꾸밀 것 이다. 이게 끝이 아니고 계속할 것이다.다음 시리즈는 풍경화가 더 쉬울 듯 싶다. 인물화는 각도도 중요하고 표정도 풍부하게 담아야해 쉽지 않고 연결이 어렵다.
Q 달라진 생활만큼 하고픈 일도 많을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A 종로3가에서 손가락을 이용해 아이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아이들의 다양한 표정을 그리고 싶다.
마포구 염리동에 살 적에 벽화를 그렸다. 당인리 발전소 방면에 내가 그린 벽화가 몇 점 있다. 아직도 퇴색되지 않고 색감이 살아있다.
당시에 막걸리 마시는 것을 무척 좋아해 마시면서 벽화를 그렸는데... 아이들 보기에 안 좋다고 누군가 제보를 해서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이제 술도 끊었으니 다시 그리고 싶다.
그때는 어린 아이들 귀여운 표정, 장난끼 어린 심술난 미운 모습 모래 놀이 하는 광경 등을 위주로 그렸다. 지금은 내가 어린이집에 이야기 건네면 받아주지 않는다. 난 돈을 바라지 않는다. 재료비만 도와주면 그림이 필요한 어디든지 그려주고 싶다. 원장님의 협조를 부탁 드린다. 동장님과 봄이 되면 공원에 나가 주민들 초상화 그려주거나 풍경화를 그리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Q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그냥 옛날에는 내가 사람들을 미워했다.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니까 나도 미워해야지라는 마음을 먹었고 자연스레 사람을 미워했다. 술을 정말 좋아해 내 돈으로 술을 사다가 종로 3가에서 나눠먹기도 했다. 술 취해 잠이 들면 센터와 짜고 신고하거나 행패를 부리기도했다. 그런 일을 겪으며 정신질환자나 육체적으로 모자란 장애인은 무시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나보고 너무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짐승에 가깝게 사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함께 상대하다 보니까 나도 닮아가는 것 같더라. 미움과 무시를 담고 살면서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술 먹고 종로 일대를 방랑하는 사이 자식들과 소식이 끊겼고 연락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또 하나 염리동 살 때 마포구청 사회복지 직원이 근무시간이 훌쩍 지난 야간 12시에도 찾아오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걱정이 됐으면 그랬겠나. 앞으로는 죽을 때까지 동네일 거들며 떳떳하게 살아보려 한다. 피카소할아버지라고 별명 지어줬는데 피카소는 추상화를 그린사람이다. 나는 인물의 표정과 각도를 세밀하게 담은 영화간판화가다. 근데 기자 선생이 일부러 온 건가? 내가 유명한 사람이 아닌데 고맙다. 내년에도 더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
<김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