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얼마전 대법관을 지낸 뒤 아내가 운영하던 편의점 일을 도우며 소일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김능환 전 선거관리위원장이 로펌행을 결정하면서 한 말이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지키기 어렴다는 뜻이다.
이 말이 요즘처럼 피부에 확 와닿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주변엔 「살만하다」는 사람들보다 「죽겠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웃는 사람보다는 우울한 사람들이 더 많다. 다들 「누구든 한번만 걸려봐」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얼마전에 한 중학생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너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누구니?』
그 아이는 대뜸 『없는데요?』하며 반문해 온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그럼 가족이나 예를들어 엄마에 대한 느낌은 없니?』라고 물었더니 『왜 꼭 엄마가 제 소중한 사람이어야 하죠?』라고 되묻는다.
학교 현장에서 상담업무를 오래 하셨다는 한 선생님은 가끔 아이들이 던지는 말이 섬뜩할 때가 있다고 털어놓는다. 가정에서 아이를 챙겨줄 사람이 없는 경우는 더 심각하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생활이 안정되지 못한 어른들이 바른 마음으로 아이를 가르치기가 어렵다. 자신의 불안과 분노와 짜증이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진다. 또 나도 알지 못하는 대중에게 분불이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 뿐인가?
생활이 안정되지 않다 보니 곳곳에서 부정과 부패가 나타나고, 불신과 증오가 뿌리내린다.
이런 시점에 서대문구의 사회복지협의회가 그래도 선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사는 이들을 위해 1004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큰 돈을 기부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기부자가 되고 벌써 2000명가까운 신청자들이 도움의 손길을 펼치기로 했다.
적게는 5천원부터 많게는 5만원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만큼 매달 기부할 수 있고, 또 이 기부액이 누구에게 쓰이는지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것이 사회복지협의회의 게획이다.
만약 1004운동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게 된다면 서대문은 그야말로 일반인이 지역사회의 복지를 후원하는 이른바 풀뿌리 복지체계를 구축하는 첫 자치단체가 될 것이다.
민간의 이런 작은 노력이 죽고싶고, 슬프고, 화나는 많은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과 삶의 의지를 다지는 작은 출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고, 바른 마음도 지키며 살아야 겠다고 느끼며 살기를 바란다.
有恒産 有恒心의 세상을 기대해 본다.
새터새바람
無恒産 無恒心
sdmnews 편집국장 옥 현 영
2013-09-02 16:30
불안한 하루가 증오와 불신의 뿌리 내려
민간이 후원하는 1004운동 막막함 속 출구 되길
민간이 후원하는 1004운동 막막함 속 출구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