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기고
서울시의 경전철 발표 계획에 대하여 2
김수철한국정치리더십연구소 소장
2013-08-21 14:53
구체성 없는 경전철, 박원순 시장 생색내기!
재원조달 계획 등 실질적인 로드맵을 필요해
김수철 소장

박원순 시장은 전시성 토건 사업에 대해 반대해 왔다. 이를 달리 말하면 『생색내는 일은 하지 않겠다』라는 것이다.
아마도 그는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들과는 다르게, 자신은 소프트웨어적인 시장이라고 본 듯하다.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으니 경전철 건설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랬던 박 시장이 뜬금없이 경전철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9개 신설, 1개 연장, 총 10개 노선 85.41㎞에 총 비용 8조 5000억, 간단히 생각하면 10㎞ 건설에 1조원씩, 즉 1㎞ 건설에 1000억원씩의 돈이 들어가는 사업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생각이 왜 바뀌었는지 알 수 없지만, 왠지 수상하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나 정치를 하는 사람이 변하면 시민들은 뭔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 호기심을 갖고 지켜본다.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닌가. 그래서 시민들은 박 시장의 경전철 정책을 의심하면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Money matters」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돈이 문제다. 「서울특별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에 포함된 서울시의 경전철 사업은 대부분 수익형 민간투자 사업으로 진행된다.

사회기반사업은 전통적으로 정부 몫이지만 늘어나는 SOC수요에 대응하고, 부족한 재원을 민간에서 끌어들여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민간에서 돈을 빌려와서 사업을 하고 민간사업자들 20~30년간 관리-운영하여 투자비를 회수해 가며, 부족한 경우에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보전을 해주기도 한다.

이 같은 민자 유치 사업은 절차가 재정사업보다 복잡한 경우가 많고 현재와 같이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민간에서 재원조달이 어려운 경우 사업자체의 추진이 난항을 겪을 수도 있는 단점이 있다.
특히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 폐지 및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하여 사업의 리스크가 커지고, 대중교통 통합요금체제의 제약으로 수익률을 얻을 수 없는 구조가 되어 사업추진이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결국 민간사업자가 50~60%의 사업비를 대야하는데 이 사업자가 없으면 경전철 추진 자체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서울시가 과대한 차액보전금을 낮추기 위해 수익률을 낮추겠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차액보전이 과거에 비해 더 불리해졌는데 민간사업자가 들어올 것이냐 하는 것이다.
사업비의 약 12%에 달하는 국비(1조 1723억원)에 대한 지원도 필수적인데 요즘처럼 중앙정부도 재정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성도 불투명한 서울시 경전철 사업에 선뜻 지원을 해줄지도 의문이다. 재정적인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는다면 경전철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경전철에 대한 비판이 일자 박시장은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경전철을 포함한 도시철도는 시민에게 가장 필요한 ‘(교통)복지』라며 다른 것은 다 줄이더라도 이것만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박 시장의 말처럼 서울시 재정 형편이 녹록하지 않다. 서울시의 빚은 27조원에 이르고 있고 정부가 요구하는 수천억 원의 무상보육 예산도 없다고 버티는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자가 불가피한 경전철 운영을 위해서는 교통소외 지역 시민이 타는 지하철에는 요금을 더 부과하거나, 아니면 수백억 원에 달하는 부족분을 서울시가 세금으로 보전해야만 한다. 비록 건설비용의 50%를 민간 자본으로 충당한다지만 용인을 포함해 민자 유치를 한 곳이 나중에는 더 큰 시민 부담으로 귀결되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가끔 자기 돈으로는 상대방을 대접할 줄 전혀 모르는 사람이 회식자리에서 자기가 사는 술도 아니면서 과도하게 생색을 내며 상대의 술잔을 채우고 어서 마시라고 건배하자며 호들갑을 떠는 사람이 있다. 기우인지는 몰라도 요사이 박 시장의 행태가 공짜 술을 내며 생색만 내는 사람처럼 보인다. 

어려움이 예상되면 될수록, (2025년 될지언정) 정말로 경전철 타고 여의도도 가고 싶고 서울대도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