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인터뷰
‘현대생활백수’고혜성&강일구
옥현영 차장
2006-06-14 10:37
꿈을 이룬 백수들의 행복한 생존일기
긴 무명 설움 담은 생활 속 이야기
두 사람은 짧은 기간 호흡을 맞출 만큼 서로 통한다. 그러나 성격은 많이 다른편이라고
사진마다 우수꽝 스러운 모습으로 포즈를 취해주는 그들은 천상 개그맨이었다.
개그맨으로 데뷔하기에는 조금 많은 나이. 하지만 고혜셩씨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강일구씨는 우연한 기회에 생활백수를 함께 하게됐다. 예전에는 이름이 원망스러웠지만 지금은 너무도 자랑스럽다.

청년실업 100만 시대, 전체 실업의 2배 가까운 수치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요즘의 현실을 유쾌한 웃음으로 풍자한 「현대생활백수」의 주인공 개그맨 고혜성, 강일구씨. 그들이 던지는 웃음의 화두는 「백수」지만 두사람 역시 『오랜시절 백수의 아픔을 겪으며 개그맨의 꿈을 향해 달려왔다』고 고백한다.

특히 고혜성 씨는 지난해 제1회 홍제천 생명의 축제 메인 진행자로 이미 서대문지역에서는 알려진 인물. 인터뷰 내내 유머와 재치를 섞어 『역시 개그맨이다』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던 두 남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꿈을 실현해 낸 비결과 그 뒷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제1회 홍제천 생명의 축제 메인무대 진행
‘환경’에 대한 개인적 관심 높아

느긋한 백수, 삶에의 집착은 강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이나 하지 않을 것만 같은 캐릭터를 그려내고 있는 고혜성씨는 본지가 주관한 제1회 홍제천 생명의 축제 둘째날 메인 사회자로 이미 서대문에서는 눈도장을 찍었다. 엉터리 OX 퀴즈 문제로 객석을 시종일관 흥겨운 분위기로 이끌었던 것. 축제에 대한 소감을 묻자 『청계천과 같은 의미를 지닌 홍제천을 물이 흐르는 자연하천으로 바꾸자는 취지가 무척 마음에 들어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고. 올해도 자리를 빛내줄 수 있을까하는 질문에는 『시간이 된다면 물론』이라는 호쾌한 대답이 돌아온다.

살얼음판 같은 프로의 세계
치열한 아이디어 회의, 연습, 그리고… 성취감

고혜성과 강일구가 만나게 된 것은 8개월 전 KBS 개그사냥이란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성대모사를 잘 하는 두 사람에게 한 PD가 팀이 돼보라고 조언한 데서 만남이 시작됐다. 고 씨의 경우 이미 31살의 나이로 출연자 중 가장 고령자였고 두 사람이 짠 코너는 거의 꼴등을 했다. 하지만 둘은 무엇보다 좋은 파트너쉽을 확인했고, 오늘의 「현대생활백수」를 완성했다. 다른 코너로 KBS 개그콘서트 코너에 입성하긴 했지만 아쉽게도 2회만 무대에 올렸을 뿐 중간에 도중하차 하는 아픔도 겪었다. 그만큼 개그의 세계는 냉혹하다.

『매일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습니다. 현대생활백수를 하면서 거의 3시간 이상 자지 못할 정도로 연습과 아이디어회의가 반복되고 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 수요일 전체 리허설 전까지 완성도 100%에 가까운 내용을 짜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이 부족하다는 고혜성 씨는 꿈을 이뤘지만 생애 가장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고 고백한다.

장기백수인 주인공이 족발집에 전화를 걸어 주문을 한다. 『나 형인데∼ 올때 족발기름 좀 갖다주면 안되겠니? 형이 보일러는 때야 되잖니?』 개그의 컨셉은 뻔뻔하지만 미워할 수는 없는 백수의 당당한 필연적인 이유다. 나름대로 해결책도 내 놓는다. 첫 회 방송인 자장면 집 코너의 경우 단무지 그릇에 자장면을 갖다주고, 200원에 안되겠냐는 것이다. 백수지만 절대 무리하게 요구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유행어가 된 「안되∼겠니」는 우연한 자리에서 모티브가 됐다.

개그사냥에서 출연 후 레크레이션을 하던 한 후배가 선배 말투를 흉내낸 데서 힌트를 얻었다. 유행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기 보다 그 어미가 주는 느낌이 현대를 살아가는 힘겨운 중장년층을 매료시켰다고 보는 것이 좋다. 그래서인지 첫 회에 안되겠니는 고작 4번 나온다. 팬 층도 중·장년층이 단연 많다. 게시판에 『아버지가 현대생활백수를 보고 처음 웃으셨다』는 등의 글이 많이 오르는 걸 보면서 치열한 개그세계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두 남자는 말한다.

고혜성,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도전정신의 소유자
강일구, 느림의 미학 가진 여유만만한 파트너

고혜성과 강일구 두 남자는 180도 다른 성격을 가졌다. 그러나 그들이 함께 소유한 장점이라면 「포기하지 않는 추진력」이다. 강일구가 말하는 고혜성은 성격이 급하지만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하고 리더쉽이 뛰어나다. 『현대생활백수에 나오는 캐릭터와 성격이 유사한 부분도 많아요. 주관적 논리에 의해 타당성 있는 근거를 제시하죠.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고 할까요?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도 미리 선전포고 하듯 소문을 냅니다. 그 후 치열하게 노력하는 거죠. 될 때까지, 이룰 때까지…, 한마디로 보스기질이 강해요』 고혜성이 말하는 짜증연기의 1인자 강일구는 착하고 말 잘 듣는 후배다.

『순수하고 느려요. 아직 스물여섯이지만 선배를 이해할 줄 아는 여유도 있고 성격이 느긋해 급한 나의 성격을 잘 이끌어 줄 때도 있어요.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끈기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 의지가 지금의 코너를 있게 했죠』 고혜성 씨의 꿈은 영화배우가 되는 것이고, 강일구 씨는 라디오 DJ가 되는 것이다. 각기 다른 목표지만 그들의 이력을 들어보면 꼭 이룰 것 같다.

고혜성은 개그맨이 되기 이전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나이트 댄스 강사, 신문배달, 야식집 사장, 개그프로 사전 MC, 혜성엔터테인먼드 대표 등 거의 모든 업종을 다 경험해 봤다. 춤 실력도 프로급이어서 살사는 물론 복고댄스에 있어서는 1인자라고 자부한다. 춤 실력은 서서히 개그무대를 통해 선보이기 위해 아껴두고 있다. 최근까지 했던 「혜성엔터테인먼트」는 후배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결성된 회사로 지금도 소속 후배들이 SBS 「웃찾사」와 KBS 「개그사냥」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방송사 구별없이 진출한 회사는 혜성밖에 없을 걸요?』라며 너털웃음. 강일구는 친구와 함께 인터리어 회사를 운영했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일을 처리해주던 인테리어와 개그의 세계는 너무도 다르다고 그는 평가한다. 원래 꿈은 선생님이었지만 개그맨으로 바꾼 뒤 대학을 자퇴하고 꿈을 위해 달려왔다. 할수록 힘든 일이라는 걸 깨닫지만 후회 역시 하지 않는다고.

이시대를 살아가는 백수에게 한마디
“무대포=열정, 자신감 갖고 포기 말아야”

백수들의 코너를 진행하다보니, 이시대의 백수들에게도 할 말이 많다. 능력도 실력도 학력도 없다면 「열정」이라도 가지라는 것이다. 지금 개그맨의 꿈을 이루고 보니 「포기」라는 단어는 떠올려 본 기억이 없다. 그만큼 꿈을 향한 열정으로 시종일관 달려오다 보니 현재의 자리에 서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는 것. 『편안한 길을 택했다면 아마 개그맨이 될 수 없었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겠죠? 한번도 개그맨 외의 길은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고혜성씨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일을 하다 다쳐 장애판정을 받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완치, 정상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힘들었던 시간들이 이제는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개그의 소재가 된다. 고혜성, 강일구 모두 어린시절 특출난 부분이 있었다면 다른 이들을 「웃기는 일」이었다. 고혜성은 밤새 시나리오를 짜와 오락부장을 도맡아 했고, 각설이를 흉내내는 등 재주를 보였다고 회고한다. 강일구는 방송반 친구대신 학교방송실에 들어가 학생과장님 목소리를 흉내내 「학교에 물이 나오지 않으니 하교하라』고 했다가 정말 전교생이 하교하는 바람에 다음날 문책(?)을 당하기도 했다.

그들의 코너가 인기를 얻자 벌써 4개의 크고 작은 광고를 찍거나 찍을 예정에 있다. 본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제의가 들어와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꿈을 이룬 행복한 백수들의 생존일기, 「현대생활백수」는 단지 웃고 지나가는 우스개 프로가 아닌, 이시대의 백수들에게 전하는 그들의 속깊은 메시지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