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새터새바람
걷고싶지 않은 거리
편집국장 옥 현 영
2013-06-28 11:36
돈 받고 발레파킹, 남의 집앞까지 불법 주차
도로는 고속버스, 골목은 자동차로 몸살 앓는 연희동
서대문에서 현장시장실을 운영하고, 이틀간 동별 민원과 주민의 요구를 들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가 가장 확실하게 약속한 것은 「신촌의 변신」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와 더불어 보행자를 위한 「걷는거리」를 만들고, 더불어 문화공연장을 곳곳에 배치하는 것은 물론, 신촌으로 진입하는 차량을 머물게 할 주차장 확보까지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구두로나마 서대문주민들 앞에서 확실히 약속했다.
그 후 일주일.

신촌과 그리 멀지 않은 연희동은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주택들이 밀집한 연희입체교차로 부근은 한적하고 고즈넉한 거리였으나 최근 몇년간 하나 둘씩 문을 연 카페와 술집, 식당으로 골목길까지 밤낮없이 밀려드는 차량이 「걷고싶지 않은 거리」를 만들고 있다.

대부분이 1종주거전용지역이라 주차공간도 많지 않은 곳에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전용매장이 큰 도로를 중심으로 들어서 관광버스를 불러들이더니, 이제는 식당이며, 카페가 주택가 속으로도 하나둘씩 파고들어 도로를 주차장으로 만들고 있다.
1종 주거전용지역에서 음식점 영업을 하려면 휴게음식점으로 밖에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즉 술을 판매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아는 소위 「업자」들은 2종 일반주거지역을 물색해 집주인을 설득하고, 임대를 주선해 인테리어 공사비와 복비를 얹어 받고 건축과에 용도변경 신청을 넣어 일반음식점으로 개업을 유도하는 것이다. 때로는 아예 집주인에게 장기 전세를 받아 집을 수리한 후 영업집으로 전대를 놓아 월세를 챙기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상가를 입점시켜 연희동은 점점 본 모습을 잃고 있다.
문제는 주차를 위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차를 몰고 오는 손님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업주들은 주차직원을 두고 발레파킹비를 별도로 받도록 하고, 본인들은 손쉽게 주차문제를 해결한다.

발레파킹비도 1000원부터 3000원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주차공간이 없다보니 돈을 받고도 이면도로, 골목길 불법주차를 할 수 밖에 없고, 도로에 꽉 들어찬 차량으로 밤낮없이 교통정체가 유발된다. 얼마전에는 발레파킹 차량이 도난당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더 큰 문제는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단속공무원은 불법주차 스티커를 발부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라고 설명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산콜을 통한 민원도 쏟아지고 있다. 불법주차를 단속하는 서대문구청 해당과는 불법주차 카메라 설치와 인도 경계 볼라드 설치 등을 검토 중이지만 업소의 반발로 이마져도 여의치 않다.
서울시나 서대문구가 차량으로 몸살앓던 신촌을 새롭게 변화시키는데 100억원이 넘는 돈이 소요된다. 이미 망가진 도시를 수선하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얘기다.

연희동은 장희빈 우물터와 궁터가 있고, 서울 도심속에서 보기 드문 단독주택이 본모습대로 보존되고 있는 독특한 마을이다.
이제부터라도 서대문구가 자체 조례를 만들어서라도 마을을 지키고, 주민을 보호하고, 또 편안한 보행로를 만드는 일에 나서야 한다. 지금같은 연희동은 더이상 걷고싶은 거리가 아닌 걷고싶지 않은 거리가 되고 있다.

신촌과 연희동을 두가지 잣대로 보는 행정으로 인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불상사가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