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청소년 수련관에 각자의 위치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길잡이 교사 4명이 모였다. 해마다 학업을 중단하는 학교 밖 청소년의 수가 늘고 있다. 지역이 지역에 있는 청소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많은 학교 밖 청소년은 막막한 미래를 살아가야 한다. 이에 청소년들에게 학교 밖 배움터를 안내하기 위해 직접 길을 나섰다.
우리지역 사람들은 청소년을 얼마나 염려하고 있나? 학교 밖 청소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청소년들을 위해 용기 내 멘토를 자청할 우리 동네 직업인은 얼마나 될까? 어떤 직업인과 만나게 될까?’
연희동과 신촌에서 만난 사람들
오늘 4명이 걸어 다닐 지역은 연희동과 신촌동이다. 살짝 비춰오는 햇볕에 살이 탈 듯하지만 재개발의 위협을 비켜나가서 옛것과 새것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있는 연희동을 걷는 건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있어야 하는 사람에게 기꺼운 황홀함이다. 들썩이는 기분에 거리에서 고된 일을 하시는 아저씨께도 인사가 절로 나온다. 전신주에 올라가 전선줄을 교체하신다는 기술자는 해맑은 웃음으로 자신의 일에 대해 설명한다. 서대문과 은평에 있는 전깃줄을 수리하거나 바꾸는 일을 한다는 아저시는 하루 2곳 정도 일을 나간다.
언제나 그렇듯 잘 보이지 않은 곳에서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일을 하는 분들의 삶은 거짓이 없다. 기분 좋은 만남과 함께 방문한 곳은 ‘차미소’라는 차를 납품하는 회사다. 젊은이 넷은 차를 납품하는 사무실에 무턱대고 들어갔지만 김성률 이사는 오히려 잘 왔다며 반기신다. 쑥차와 연꽃잎차를 내어놓으시면서 「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셨다.
『차는 사람들과 대화하게 하는 힘이 있어요. 요즘 청소년들 안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자살도 많이 하는데 차를 안 마셔서 그래요. 차를 마시면 예절과 좋은 정서를 몸에 익힐 수 있어서 좋아요』라며 가을에 차미소의 다원으로 기행을 가는데 꼭 우리지역 학교 밖 청소년들을 초대 하고 싶다고 전햇다.
길을 걷지 않았으면 몰랐을 우리 동네 가게들이 눈에 띈다. 공정무역커피와 유기농 빵을 파는 카페 「오늘」, 네일아트가게, 동서한방병원내 다문화 어머니들이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 등 큰 대로변을 끼고 다양한 가게가 줄지어 있다.
청소년의 내일을 상상하다
유난히도 길이 반듯한 연희동 골목길을 지나 우리가 도착한 곳은 연희문학창작촌이다. 1년을 4분기로 나눠서 3개월간 국내·외 20명의 문인들이 입주하여 창작활동을 한다. 창작촌을 들어서자 서울 한복판에 숨겨진 비밀의 정원을 발견한 느낌이다. 정원은 문인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개방되어 프로그램에 참여도 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창작 「촌」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게 집들이 산골마을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다. 창작촌의 매니저 김유리씨는 이미 청소년을 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동네여행을 한다는 것을 알고 계셨다면서 선뜻 안내를 한다.
연희문학창작촌은 문학 미디어랩에서 다양한 시민 문예활동을 한다. 도서관처럼 생긴 미디어랩은 누구나 자유롭게 와서 책을 보고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며, 청소년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수행한다. 학교 밖 청소년에게 열린 공간이니 함께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보자는 긍정적인 의견도 낸다. 공자는 「세 사람이 걸으면 반드시 그 길에 나의 스승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고 했다. 같이 걷는 우리 넷이 서로에게 스승이 돼준다면 청소년과 함께 하는 길에 놓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가능성의 씨앗
연희동을 걸어 나오다 보면 「네모의 꿈」이라는 바느질하는 카페가 있다. 손으로 만드는 이야기에는 아줌마들의 수다가 있고, 동화책 속에 나올법한 봉제인형이 있고, 가게 앞에서 계절마다 원색의 프리마켓이 열린다. 바느질 가게가 동네의 문화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연희동거리에서 좋은 기운을 받고 연세대학교 북문으로 향하는 길에는 서대문 소방서도 있고, 오래된 가구와 멋들어진 옷가지가 파는 북문쌀롱이라는 재미난 가게도 있다. 연세대 북문으로 들어가자 수십 개의 직업군이 쏟아진다.
대학 내에 있는 연세우유는 꽤 큰 사회환원형기업이다. 운영을 하기위한 예산을 제외한 모든 수익금을 학생교육지원과 장학금으로 쓰인다고 한다.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김민정씨는 회사의 운영구조를 설명해줬다.
연세대학교는 학생들의 편의시설이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파는 슬기샘, 사진을 찍어주는 본뜰샘, 기기를 대여해주는 빌리샘 등 생활을 위한 용품을 팔고 음식을 판다.
이곳은 단순하게 가게가 모인 곳이 아니라 조합원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곳이다. 생산과 소비가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사람과 학생들이 애쓰고 있다. 요즘에는 학생들이 청소노동자에게 간단한 컴퓨터 기술을 알려주면서 새로운 방식의 관계를 만들어간다. 일을 하는 입장뿐만 아니라 이용자로서의 역할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좋은 시간이었다.
5시가 가까워지는데 하루 종일 청소년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는걸까.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은 방과 후 숨 쉴 틈없이 학원이나 과외를 하느라 바쁘다. 학교 밖 청소년도 마찬가지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느라 바쁘다. 오늘 만난 분들과 청소년의 또 다른 배움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자리에 당사자인 청소년이 빠져있다는 것이 아쉬웠다.
기성세대들은 만나지 못한 청소년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고 있고, 청소년 또한 내일을 밝게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4명의 길잡이들은 다음날에도 「청소년의 내일」이라는 과제를 가지고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