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진행중인 북카페 지원사업이 자칫 예산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마을공동체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에 25억원에 이어 올해에도 25억원의 예산을 주민의 사랑방기능을 병행할 북카페 55곳을 신설또는 리모델링에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도서관정책과 담당자는 『지난해 30개 도서관을 후원했으며 올해 25개소를 추가 지원해 6월까지 모든 예산 집행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지원규모는 자치구와의 매칭사업으로 최대 1억까지 지원하며 시·구비 매칭규모는 자치구별로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개관한 북아현동주민센터내의 「북아현마을북카페」도 시비 6500만원과 구비 2000만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지역별로 생겨나기 시작한 민간주도의 사립 작은 도서관들에 대한 후원대책은 없어 도서관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서대문구에 사립으로 운영되고 있던 10개 도서관의 경우만 보더라도 한 곳은 폐관을 했고, 2곳은 서울시 지원을 받아 북카페로 전환했으며, 이대복지관이 운영중인 새솔도서관 역시 「북카페 좋은친구 이화」로 이름을 바꿔 운영중이다. 이중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의 지원을 받아 북카페로 전환된 남가좌동 삼성래미안1차 아파트내 운영중이던 푸른 도서관 한 곳이다.
서울시의 이같은 북카페 지원사업은 마을내에 도서관 기능 뿐 아니라 주민들의 소통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설비 5000만원, 운영비 5000만원 한도내에서 북카페 한 곳당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는 서울시의 예산은 추후 관리와 관련된 장기적 사업이 아닌만큼 차후 운영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사립작은도서관 후원자 , 봉사자 도움으로 운영 6년째
시·자치구 지원 통로 없어
도봉구 쌍문동의 작은 도서관 「생글」은 올해로 개관 6년째를 맞는다.
인근 주민들은 구가 운영하는 도서관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생글」은 순수 민간이 만든 사립도서관이다. 도서관이 개관한 취지는 길음뉴타운 등 주택개발사업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쌍문동 일대에 저소득층 주민들이 이주하면서 어린이와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
20평 남짓한 「생글」에는 총 3000여권의 책이 구비돼 있으며 하루 평균 30∼40명의 주민들이 도서관을 찾고 있다. 도서관 설립부터 민간후원자로 활동중인 이서연 씨(47)는 『최소 도서관의 운영비는 월 200만원 정도다. 현재 생글도서관의 후원회원은 100여명으로 한달 140만원의 후원금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부족한 자원은 도서관 신설당시 모았던 기금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몇 년 후의 미래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생글도서관이 지금까지 지역의 문화쉼터이자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의 자원활동가들이 봉사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6년간 후원자와 자원봉사가들이 힘을 모아 도서관을 운영했지만 최근 생글도서관의 운영자들은 좌절감에 빠져있다.
서울시내 사설 도서관이 시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은 연간 6억원으로 사업성이 우수한 도서관 300개소를 선정해 200만원씩 지원하는 정도다.
사설작은도서관 운영자들은 공간이 협소하고 부지를 구입할 예산도 없지만 반드시 도서관이 필요한 서울시내 낙후지역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들을 위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서울시의 북카페 사업이 지역의 민간도서관 후원사업은 배제한 채 진행되고 있어 작은도서관이 북카페로서의 기능전환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예산을 받을 수 없다.
생글도서관 역시 서울시의 북카페 전환 제의는 받았지만 많은 예산을 일시에 지원하는 현재 정책보다 꾸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대문 사립 도서관 9곳도 운영난 겪어
새로운 북카페에만 예산 투하, 전문가 “도서관 발전 위한 제도 아니다” 입 모아
서대문에서 운영중이던 민간 도서관 9곳은 공동주택지내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는 아파트 단지내 도서관 4곳과 교회 운영도서관 4곳, 복지관 운영 1곳이었다.
이 중 교회운영도서관이었던 신일지역문고는 폐관했고, 아파트 단지내 도서관인 삼성래미안 푸른도서관은 북카페로 전환했으며, 천연뜨란채 문고도 시비를 지원받아 리모델링 후 북카페로 운영중이다.
또 이대복지관이 운영하던 새솔도서실은 운영활성화를 위해 1층공간에 북카페 형태로 전환, 「좋은친구 이화」로 이름을 바꿔 카페테리아와 나눔가게 등 복합공간으로 만들었다.
서대문구 작은도서관 관계자는 『아파트단지내 사설도서관들은 실제 활발한 운영이 어렵다. 도서관을 관리하려면 해마다 꾸준한 예산이 수반돼야 하고 전문인력도 최소 1인 이상은 있어야 하기때문』이라며 『구가 신설시 허가 업무는 하고 있으나 문화관광부를 통해 예산을 받을 경우 자치단체에서도 일정부분 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예산지원이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렇다 보니 작은 도서관들은 후원자들의 지원 없이는 명맥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어 이름만 도서관이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도 있다.
선거 끝날때마다 바뀌는 정책 더이상 NO
작은 도서관 지원 시스템 구체적 마련돼야
사설도서관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문화관광부 도서관진흥과담당자도 『도서관진흥법에 따라 지자체에 신청하면 문화관광부가 국비 50%, 지방비 50%로 리모델링 등을 지원할 수 있고 지자체 추천을 받아 선정심의위를 거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지자체가 나서주지 않을 경우 문광부도 지원근거를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에 덧붙여 『서울시내 383개의 사설 작은도서관의 40%가 운영자가 없이 방치되고 있으며 문광부는 운영활성화를 위해 1명의 사서가 4개의 작은 도서관을 순회하며 운영을 지원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정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김태희 시의원도 『현재 서울시의 도서관 정책은 작은도서관 활성화라기 보다는 신규도서관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어 사후관리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그간 구가 신설하거나 운영중인 구립 작은도서관조차도 전문사서가 없어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는상태에서 신설될 북카페들도 관리대책이 수반되지 않았다는 것.
그나마 주민자치센터내 개설된 북카페 들은 장기적으로 운영을 맡은 주체가 있지만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진행중인 북카페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태희 의원은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공도서관과 연계가 이뤄져야 하며, 전문사서가 없는 도서관에는 자원봉사자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관 주도 사업이 주민참여예산으로 둔갑되는 사례도 많아 앞으로는 이에대한 철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