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청년·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명분으로 추진한 서대문구 북가좌동 333-1번지 역세권 청년주택(청년안심주택)의 실제 임대조건이 알려지면서, 정책 취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는 10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이 주택은 지하철 6호선 증산역 역세권에 자리한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청년안심주택)으로, 지하 4층~지상 19층, 1개 동, 총 382세대 규모다. 시행사인 이랜드건설은 이중 271세대를 민간청년 149세대와 신혼부부 122세대로 나눠 공급한다. 서울특별시고시 제2023-52호(지구계획 승인 고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 사업에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고 용적률을 법정 기준보다 완화해주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청년층 주거안정을 실현하겠다는 것이 사업 지정의 명분이었다.
서대문구의회 허선경의원(남북가좌동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입장에서 입주 조건을 검토해 봤을때도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 일반 아파트만 봐도 관리비는 있지만 주차비는 없는데 청년임대주택은 관리비 외 주차비까지 청구하는 등 청년부담을 줄이기 보다 증폭되는 구조여서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보증금 최소 8천만원, 최대 2억5천만원
하지만 실제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담긴 임대조건은 '청년용 저렴주택'이라는 통념과는 거리가 있다. 표준형(보증금 50% 유형) 기준으로 가장 작은 20㎡대(전용면적 20.5025㎡, 약 6평) 원룸형조차 특별공급 보증금이 8,200만원, 월임대료 34만원이다. 같은 평형의 일반공급은 보증금이 1억원까지 뛴다.
46㎡대(전용면적 46.3766㎡, 약 14평)로 넘어가면 보증금은 2억200만원, 월 임대료는 77만원으로 오른다. 신혼부부에게 배정되는 59㎡대(전용면적 59.9065㎡, 약 18평)는 보증금 2억5,200만원에 월임대료 96만원에 달한다. 계약 시에는 보증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즉시 납부해야 하고, 잔금은 입주 전까지 완납해야 한다.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가 최소 수천만원에서 최대 2억원이 넘는 목돈을 단기간에 마련해야 하는 구조다.
북가좌동 빌라에서 월세로 거주주인 한 신혼부부는 ”청년주택이라 신청을 하려 했으나 주변의 비슷한 평형에 비해 월세나 보증금이 지나치게 높아 포기했다“고 말한다.
평형 커져도 ㎡당 단가는 그대로
전용면적당 월임대료를 계산하면 20㎡형이든 59㎡형이든 ㎡당 약 1.6만원, 평(3.3㎡)당 약 5.3만~5.5만원 수준으로 거의 균일하게 나타난다. 통상 소형 평형일수록 단가가 낮게 책정되는 임대주택 관행과 달리, 이 단지는 평형과 무관하게 시세 수준의 단가가 일괄 적용된 셈이다. 이 단지는 보증금 비율을 50%(표준형), 40%(선택형2), 30%(선택형1) 중에서 고를 수 있지만 목돈이 부담스러운 청년이 보증금을 낮추면 그만큼 월세가 올라가는 구조인데다 전환율을 따져보면 부담은 더 커진다.
20㎡형 특별공급을 예로 들면, 보증금을 8,200만원(표준형)에서 6,600만원(선택형2, 1,600만원 감소)으로 낮추면 월세는 34만원에서 41만원으로 7만원이 오른다. 보증금 1,600만원을 월세로 환산했을 때 연 84만원, 즉 연 환산율이 약 5.2%에 달하는 셈이다. 이는 시중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물론 최근 기준금리를 웃도는 수준으로, "보증금을 낮출수록 청년에게 불리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타 구도 계약 포기율 30~50%대
이런 현상은 북가좌동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신축 및 입주가 진행되는 청년주택(대표적으로 서울시의 청년안심주택)의 실계약률은 '서류상 높은 청약 경쟁률'과 '실제 계약 포기·공실 발생'이 공존하는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집계된 통계에 따르면 청년안심주택의 평균 경쟁률은 공공임대가 53.7대 1, 민간임대가 28대 1에 달할 정도로 청년층의 관심과 수요가 매우 높다. 반면, 막상 당첨자 발표 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단지별로 큰 차이가 있다.
상당수 단지에서는 많게는 50% 가까이 계약을 포기하거나 예비당첨자 순번이 한참 밀리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광진구의 청년안심주택 역시 서울시 전체의 흐름과 마찬가지로 초역세권의 높은 청약 경쟁률 이면에, 대출 및 임대료 부담으로 인한 잦은 계약 포기와 추가 모집이 반복되는 양상을 뚜렷하게 보인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북가좌동 333-1번지 청년안심주택은 공사가 완료돼 민간임대 271세대는 지난 7월 28일 입주자 모집공고에 이어 8월 12일 당첨자 발표를 마치고 10월부터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지만 얼마나 실 거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반면 공공임대 111세대(공공임대 78세대+SH선매입 33세대)에 대한 SH공사의 별도 모집은 통상 주변 시세의 30~50%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지만, 세대수에 비해 주택공금을 원하는 청년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벽이다.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