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인터뷰
민선9기 박 운 기 서대문구청장 취임 인터뷰
sdmnews
2026-07-24 18:54
“주민 곁에 낮은 자세로, 서대문 전성시대 연다”
교통 복지 확충·주민자치 복원, 서대문의 새로운 연결 시작
주민 중심의 강북횡단선·신촌상권·홍제개발 해법 찾을 것
민선9기 박운기 서대문구청장

"3번의 도전 끝의 당선! 감회가 남다릅니다." 

그는 낙선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시의원, 구의원을 지내며 어느 정도 자만심도 생겼었지만, 2번의 선거에서 낙선한 뒤에는 오히려 겸손해졌다. 그 겸손함을 증명하듯 지난 4년, 매주 주민들과 아침 식사를 함께하며 삶의 어려움과 바람을 듣는 '운기조식'을 200회나 이어왔다. 서대문에서 55년을 살아온 토박이가 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자세의 정치였다. 
지난 6월, 세 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서대문구청장 자리에 오른 박운기 구청장. 취임 후 첫 지역 언론 간담회에서 그는 담담하게, 그러나 진심을 담아 지난 시간과 앞으로의 구상을 풀어놓았다.  <편집자주>



"의전하지 말라, 동원하지 말라"…취임 첫 당부

취임하며 그가 직원들에게 건넨 당부는 소박하지만 단단했다. 첫째는 '의전하지 말라'는 것. 권위를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말하려 애쓴다고 했다. 둘째는 각종 행사에 주민을 '동원하지 말라'는 것. 자발적으로 오고 싶은 사람이 오는 것이 진짜 참여라는 믿음에서다. 형식의 껍데기를 깨고 실용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그가 말하는 '모두의 구청장'의 첫걸음이었다.
인상적인 장면도 있었다. 지난 6월 인수위원회를 꾸릴 때, 2022년 경선에서 맞붙었던 조상호 전 서울시의원을 인수위원장으로, 국민의힘 소속 강철구 변호사를 부위원장으로 모신 것. 진영과 정당을 넘어선 이 선택이야말로 그가 그리는 '서대문 전성시대'의 첫 문장이었다.

취임 첫 결재는 '주민자치 복원'…신촌동, 동장직선제 시범지 검토

박 구청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결재한 것은 주민자치회 활성화 추진계획이었다. 지난 4년간 잠들어 있던 주민자치를 각 동마다 되살리고, 동네 사업을 주민이 직접 정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동장을 주민이 직접 뽑는 '동장 직선제'는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서대문구는 시범동으로 신촌동을 검토 중이다. 신촌동장을 지원하는 공무원 중에서 주민들이 직접 한 명을 선택하도록 하고, 선출된 동장에게는 3년의 임기를 보장한다는 구상이다. 박 구청장은 "서대문에서 신촌상권 활성화가 가장 시급하다"며, 지역경제과와 연계해 이를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민이 직접 뽑은 동장이 지역 상권 회복이라는 구체적 과제를 안고 뛰게 하겠다는 것이다.
"주민은 행정의 주체입니다." 그의 말에는 오랜 지방정치 경험에서 우러난 확신이 담겨 있었다.

오랜 숙원, 철도망…"경제성 아닌 '교통 복지'로 접근"

서대문구는 오랫동안 철도망 부족으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온 대표적인 교통 소외지역이다. 박 구청장은 강북횡단선과 서부선 경전철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꼽았다. 특히 인구는 밀집해 있지만 교통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홍은권 주민들을 위해 강북횡단선에 '간호대역' 신설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북횡단선은 앞서 중앙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경제성의 논리가 아닌 '교통 복지'의 관점으로 접근하겠다"며,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 수도권 교통 불균형 해소를 위한 국가적 필수 과제임을 정부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되는 서부선 경전철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민간 사업자에 적극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시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시의원 예결위원장 시절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그 밑천으로 꼽았다. "강북횡단선 재추진과 서부선 조기 착공은 주민 불편을 해소할 뿐 아니라, 서대문의 지리적·교통적 고립을 타파하며 새로운 연결의 중심지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래 멈춰 있던 유진상가·인왕시장…"속도보다 갈등 관리가 먼저"

인근 은평·마포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대해, 박 구청장은 유진상가·인왕시장 일대를 서대문의 핵심 거점으로 꼽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 지역 개발은 민선 8기 때 속도감 있게 진행돼 서울시 통합심의까지 통과한 상태다. 하지만 그는 "빠른 진행 속도도 중요하지만 주민 보상 절차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 그리고 개발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인 SH공사를 사업 주체로 참여시켜, 보상 문제와 복잡한 인허가 절차는 공공이 책임지도록 할 계획이다. 반면 공간 기획과 투자는 민간이 맡도록 해 창의적인 개발을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주민들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했다. "주민 의견을 반영하고 갈등을 조정하면서 한 단계씩 진척시켜 나가는 방향성이 결과적으로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는 길"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박 구청장은 유진상가를 포함한 홍제역세권 개발과 관련해 한층 더 신중한 접근을 예고했다. 변호사, 세무사, 설계사 등 외부 전문가 집단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서대문구가 개발 주체로 나서야 하는지 여부부터 철저하고 꼼꼼하게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그 결과에 따라 다음 단계를 밟아나가겠다"는 게 그의 방침이다. 아울러 관련 공무원의 직권남용 문제 등에 대해서도 감사과를 통해 철저히 조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일대를 주거·상업 기능과 더불어,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될 홍제천의 생태적 가치가 어우러지는 '서북권 랜드마크'로 변모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4년 후, 초심 그대로 남고 싶다"

임기 4년 뒤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주민의 곁에서 진심으로 소통하는 '우리 모두의 구청장'이 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서, 임기가 끝난 후에도 모두의 기억에 한결같이 남고 싶습니다." 200여 회의 운기조식에서 나눈 온기를 잊지 않겠다는 그의 말에는, 정치인이라기보다 오래 이 동네를 지켜온 이웃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인터뷰 말미, 박운기 구청장은 지역 언론에 각별한 감사를 전했다. "주민과 지역을 이어주는 지역 언론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공정한 시각과 따뜻한 시선으로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정리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