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서대문구의회
지방의회 국외출장 "제도 개혁"급선무
sdmnews
2026-06-24 16:00
전국 97% 의회 감사 대상 "범죄냐, 구조적 문제냐" 논란 가열
서울 23개 의회 수사대상, 서대문 공로연수대상 현장복귀 불이익
서대문구의회 전경
2024년 12월 16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전국 243개 지방의회의 국외출장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항공권 위조·변조, 여비 대납, 관광성 일정 수행 등 위법·부적절 사례가 대거 확인됐으며, 수사 의뢰와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915건의 출장에서 약 355억 원이 지출됐으며, 이 중 405건(44.2%)에서 항공권 위변조가 확인됐다. 부정 지급 규모만 18억 원에 달했다. 비즈니스 클래스로 예약해 예산을 청구한 뒤 실제로는 이코노미로 탑승해 차액을 챙기거나, 항공료를 직접 위조한 수법이 동원됐다.
전국 243개 지방의회 중 무려 97%인 236개 의회가 감사 대상에 올랐고, 경찰에 수사 의뢰된 의회만 최소 87곳에 달한다. 서울에서도 23개 경찰서에 수사 의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일선 지방의회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국외 출장 여비 기준이 수년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항공료와 숙박비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도 예산 기준은 제자리걸음이다 보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출장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또 의원들이 경비의 일부를 내기로 하고 예약을 마친 후 갑자기 취소 통보를 해 와 예산으로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 문제가 항공권 위변조나 예산 부정 집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개인의 도덕성만 탓해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산 문제와 별개로, 출장 자체의 목적성도 도마 위에 오른다.
권익위에 따르면 싱가포르 방문 94건 중 가든스바이더베이(74회), URA시티갤러리(73회) 등 관광지 방문이 주를 이뤘고, 호주 출장에서 블루마운틴·오페라하우스 등 관광지만 돌고 온 사례도 적발됐다.

뉴질랜드 로토루아 시의회 의원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지방의원들을 1년에 30번씩 만난다"며 "그들이 묻는 건강·복지·연금 문제는 우리 의회 소관이 아닌데도 질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방문 기관의 역할도 파악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방문만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보고서 부실 작성 문제도 심각하다. 인터넷 글을 짜깁기하거나 이전 보고서를 그대로 복사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며, 여행사가 보고서를 대신 작성하고 비용을 받는 관행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피해자는 실무 공무원

무엇보다 큰 문제는 비리의 주체인 지방의원들보다 지시를 따랐던 하위직 공무원들이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저야 한다는 사실이다.
서대문구의회 역시 예정된 국외공무 출장비 지출을 승인한 직원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해당 직원은 올해 공로연수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복귀 명령을 받아 현재 근무 중이며 경찰 조사후 어떤 추가 징계가 내려질지 알수 없는 상태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서대문구의회는 최소한의 방어막이 될 공무원 노조조차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더 비극적인 사례는 경기도에서 발생했다. 경기도의회 국외출장 '항공료 부풀리기' 의혹 수사 과정에서 30대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되자, 공무원 노조가 "저연차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긴 구조적 문제를 밝혀야 한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기도의회 상임위원회 소속 7급 공무원 A씨는 항공료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수원 영통경찰서에 두 차례 출석해 조사를 받았으며, 경찰 조사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경기도의회 의원은 100여 명, 공무원은 6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도청지부는 "국외 연수를 다녀온 의원들은 다 배제되고 실무자 몇 명만 최종적으로 수사받는 구조적 문제가 상식적인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까지 수사를 받는 도의회 공무원은 13명으로 늘었지만 도의원은 한 명도 입건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인천에서도 지방의회 의원과 공무원들의 국외출장 항공료를 실제보다 높게 책정해 차액을 다른 경비로 돌리거나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공무원·여행사 직원 12명이 입건됐다. 

외유성 출장을 걸러내야 할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권익위 조사에 따르면 의원이 심사위에 참여해 동료 의원의 출장을 심사하거나, 심지어 자신의 출장을 스스로 심사한 경우도 79건에 달했다.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