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끝난 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제12대 서울시의회 전반기 의장 선거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118석 중 80석을 장악하며 의장직은 사실상 민주당 몫으로 굳혀진 가운데, 당내 '명(이재명)·청(정청래)' 계열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향후 총선 구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초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의장 후보군은 5선 김기덕 의원(마포4), 4선 김인제 의원(구로2), 3선 이승미(서대문3)·강동길(성북3)·임만균(관악3)·봉양순(노원3) 의원 등 6명으로 춘추전국시대 양상이다. 그 가운데 핵심 구도는 이승미 3선 의원과 김기덕 5선 의원의 양강 대결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이승미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도전을 선언한 김영호 의원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로 알려진 '명' 계열 대리인으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지난 4년의 의회는 정쟁과 갈등으로 점철돼 의회주의의 가치가 훼손됐다"며 "특정 정파의 대표가 아닌 서울시의회 전체를 아우르는 의장이 되어 소통과 협치가 문화로 정착되는 민주의회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3선임에도 여·야 시의원들과 교감이 폭넓고 신뢰가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전반기 교육위원장·후반기 행정자치위원회 등 시정 전반을 두루 경험한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의원은 "갈등보다 협력, 대립보다 소통으로 서울시의회의 품격을 높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서울이 직면한 인구 감소·주택난·산업 구조 변화 등 복합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녹여내는 의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기덕 의원은 정청래 당 대표와 같은 마포 지역구를 기반으로 '청' 계열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최다선이라는 연장자 원칙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3선 의장 선출 전례가 부각되고 다자 경선 구도가 형성되면서 추대를 고집하지 않고 경선에 합류했다.
나머지 4명의 행보도 변수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긴밀한 관계로 한때 유력 후보로 꼽혔던 봉양순 의원은 명·청 대결이 본격화되면서 다소 밀린다는 전언이다. 가장 먼저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인제 의원은 명·청 구도와 거리가 있다는 시각이 있고, 무투표 당선의 임만균 의원과 강동길 의원의 시의장 도전 역시 예상 밖 행보라는 시선이 많다.
선거의 실질적 승부는 투표 당일보다 사전에 형성되는 후보 간 연대와 세력 결집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에 대거 입성한 초선 의원 51명의 표심이 최대 변수로 꼽히면서, 각 후보 진영은 이들을 향한 정책 비전과 리더십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에는 김정환 의원이 선출됐다. 후보 등록은 18~19일이며, 19일 오후 6시 30분 기호 추첨과 정견발표 순서 추첨이 진행된다. 선거운동은 후보 등록 마감 이후부터 28일 자정까지이며, 의장·부의장·대표의원 선출은 29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의장 선거 결과는 후반기 의장 선출은 물론 총선 구도에까지 상당한 시사점을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의장 선거의 구도가 명·청 대리전으로 흘러가는 배경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지방의원 선거에서 공천은 사실상 당선을 결정짓는 열쇠다. 중앙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틀어쥐고 있는 한, 지방의원들은 소속 계파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의장 선거가 의정 역량이나 지역 현안 해결 능력이 아닌 '어느 계파 사람이냐'로 판가름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의회는 본래 지역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자치기구다. 그러나 공천의 족쇄에 걸린 지방의원들이 중앙 정치의 계파 논리에 종속되는 순간, 지방자치의 본질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지방의회가 중앙 정치의 그늘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치기구로 거듭나려면, 공천 구조의 근본적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장이 누가 되든, 공천의 족쇄를 끊지 않는 한 지방의회의 자율성 회복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