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새터새바람
1000번의 안부, 따뜻하고 행복했습니다
sdmnews
2026-04-16 20:56
서대문사람들신문 1000호 발간을 맞으며
마침표 아닌 쉼표, 서대문골목의 소식 전하는 역할
정보의 홍수속, 지역의 골목 소실 전하는 소임 다할 것
막내아들과 전시장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두 곳을 방문했는데, 한 곳은 소규모로 또 한곳은 연희동의 박서보재단이 운영하는 조금 큰 전시관이었습니다.
미술을 전공중인 막내아들이 "작품을 전시할때는 어느정도 공간이 있어야 작품을 제대로 볼수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아들의 말이 맞았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전시장만 그럴까요?
우리의 '삶' 역시 어느정도의 여백이 있어야 '본질'을 돌아볼 힘을 얻는것 같습니다.
서대문사람들이 1000호 발간을 맞았습니다. 창간 후 격주로 발간되던 신문이 3번으로 늘어난 것도 20년, 그간 너무도 여백없이 빽빽하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1000번의 마감, 1000번의 인쇄, 독자 여러분의 손에 닿은 이 신문 한 장 한 장에는 서대문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이 그대로 소중히 담겨 있습니다.

1993년 가을, 남가좌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서대문사람들’이 시작됐습니다. 책상 서너개를 놓고, 컴퓨터 한대 없이 원고지 한뭉치를 가지고 창간호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는 컴퓨터 편집이 아닌 식자를 모눈종이 대지위에 붙여가며 필름을 인쇄를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서대문사람들의 제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알게마이너자이퉁’에서 유래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서대문 골목의 이야기를 이 동네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창간호의 1면은 남가좌동에 내부순환도로가 들어서고, 당시 연탄을 주 연료로 사용하던 가좌동 일대의 대기질 오염도가 심각하다는 내용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33년이 흘렀습니다. 서대문도 많이 변했습니다. 오래된 가게들이 문을 닫고, 연탄을 쓰던 낮은 집들은 사라지고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힘을 주시던 어르신들 중 몇 분은 이미 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러나 30년 넘게 구독료를 보내주며 신문을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종이신문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말이 들려올 때마다, 우리는 잠시 멈춰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우리가 정말 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 물음 앞에서 우리가 매번 찾아낸 답은 서대문지역의 소식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보의 홍수속에서 결코 조명받지 못하는 이야기, 작은 가게지만,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던 상인들, 처음으로 동네 봉사활동에 나선 대학생, 골목 화단에 꽃을 심는 주민, 그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가 지켜온 뉴스였습니다. 그 이야기들이 모여 1000호가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버거웠던 날들이 더 많았습니다. 인쇄비가 없어 밤을 지새운 날도 있었고, 밤세워 마감을 버텨낸 날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1000번의 신문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어김없이 신문을 기다려주신 독자 여러분의 기대 덕분입니다. 가끔 편집국으로 걸려오던 전화 한 통 “우리 동네 기사 잘 봤어요”라는 그 짧은 격려가, 우리가 다시 취재 수첩을 들고 골목으로 나설 수 있게 한 힘이었습니다.

1000호는 끝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이 숫자는  쉼표입니다. 잠시 멈춰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함께 걸어온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를 전하고, 다시 앞을 향해 걷기 위한 쉼표.
앞으로도 서대문사람들신문은 이 골목 안에 있겠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크지 않아도, 서대문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소중하게 전하는 신문으로 남겠습니다. 그것이 1993년 창간호를 만들던 날 우리가 꿈꿔온 약속이고, 1000호를 내보내는 오늘도 변함없이 지키고 싶은 다짐입니다.

33년 동안 이 작은 신문을 함께 만들어주신 모든 분께, 그리고 읽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독자여러분이 있었기에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