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청이 강북횡단선 재추진을 촉구하는 주민 서명운동을 다시 진행하면서, 정작 홍은동 주민들이 강력히 요구해온 '간호대역' 신설 내용을 제외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구청장이 직접 의회에서 간호대역의 필요성을 공언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여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앞서 서대문구의회에서 “강북횡단선 서대문 구간에 가재울역, 구청앞역, 홍제역, 간호대역까지 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서대문구청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받은 서명에는 간호대역 신설 요구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서호성 서대문구의원은 “서울시가 강북횡단선이 지나는 8개 자치구에서 회의를 했고, 서명을 받자는 결의를 했으나 직접 주민 동의를 구하는 지역은 서대문구 밖에 없다”고 밝힌 뒤 “예전 서명 주민에게 구청이 직접 전화를 걸어서 동의를 요구하고 있는데, 해당 동의서에는 역이 축소되거나 사업이 변경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주민들은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하고 동의를 하고 있는데 이런 전화동의를 구하는 것이 가능한지, 또 효력은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구 관계자는 “변호사 자문을 통해 명시적으로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서울시에 제출하는 민원 성격이므로 효력도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주민동의를 구하는 공문에는 과거와 달리 ‘역이 축소’되거나 ‘사업이 변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홍은동 주민들은 “구청장 스스로 간호대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는데, 초기에 명시돼 있던 간호대역 신설 내용이 빠져 있다”며 서대문구청의 이중적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성 확보를 위한 노선 재조정 과정에서 간호대역이 조용히 배제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홍은동 주민들은 홍제역과 상명대역 사이의 서울여자간호대학교 인근에 가칭 ‘간호대역’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대중교통 취약 지대로, 강북횡단선이 신설될 경우 이 구간에 역이 들어서야 주민들이 실질적인 교통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강북횡단선 이전 구상인 ‘홍제길음선’ 계획에는 간호대역이 포함된 바 있어, 이번 서명 제외가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내용만이 아니다. 서명 진행 시기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성북구에서 이미 26만 명이 서명을 완료했고, 강서구도 12만여 명의 서명부를 서울시에 전달한 상황에서 서대문구의 서명이 뒤늦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서대문구는 2024년 1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서명을 받아 총 12만 4939명의 서명부를 서울시에 제출한 바 있다.
강북횡단선은 동대문구 청량리역에서 양천구 목동역까지 서울 강북 지역을 동서로 횡단하는 경전철 계획으로, ‘강북판 9호선’으로 불리며 주민들의 높은 기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2024년 6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비용편익비(B/C) 0.57, AHP 0.364로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해 탈락했고, 현재 서울시가 경제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안 노선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3차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강북횡단선을 포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낮은 경제성이 여전히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경유 역의 조정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간호대역이 비용 절감을 위해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은동 주민들은 “간호대역을 포함한 완전한 노선으로 강북횡단선이 재추진되어야 한다”며, 서대문구청이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서명운동을 다시 진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