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새터새바람
학교가 달라지고 있다
편집국장 옥 현 영
2012-10-09 09:47
말보다 글로써 자신의 입장 밝히는 치유과정
관심과 사랑만이 최선의 해결책 될 것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8일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같은 학교 상급생 형에게 얼굴을 맞아 이가 살짝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상급학생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학교에 가보니 아들녀석은 오른쪽 눈 밑이 부어오르고 앞이빨 한 쪽이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사건의 시작은 영어학원에 다니는 형을 학교에서 만나 반가운 마음에 아들녀석이 「하이 OO」이라며 이름을 부른 것이 화근이 됐다.  5학년들과 야구를 하던 중이어서 많은 아이들이 주위에 있었고, 상급자인 형은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결과는 남은 것.

학교 측은 두 학생의 담임을 불러 교실에 모인 뒤 피해 학생에게 사건의 경위를 적도록 했다.
중재를 맡은 교감선생님은 『말로써 이야기하면 감정이 상하게 되니 서로 글로 입장을 써보자』고 제안했다. 또 이런 과정이 결국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치유하는 방법이라며 아이들과 부모를이해시켰다.

결국 추석에 고향도 못가고 교실에 남은 교감선생님 두분과 담임선생님 두분, 그리고 학부모와 아이들은 꼬박 3시간 가까이 해결과정에 동참할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부모와 담임선생님까지 해당 아이에게 편지를 쓰고, 또 답장을 받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 됐다.

교감선생님은 『저학년들도 다툼이 있을 경우 이렇게 앉아 경위서를 5장씩은 쓴다』면서 고학년인 아이들에게 과정을 설명했다.
두 녀석이 서로의 감정을 주거니 받거니 정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동안 언론에서 무수히 오르내렸던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측의 대응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물론 해결과정에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상급생 아이가 불만을 말하기도 했고, 「가벼운 아이들의 주먹다툼」으로 생각한 학부모들에게 심각성을 인지시키는 과정이 있기는 했지만 어쨌은 80년대 학교를 마친 우리세대가 겪은 학교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학교측은 아이가 학교내에서 부상을 당할 경우 공제조합을 통해 치료비 등을 부담한다면서 『그러나 가해 학생이 있는 경우에는 공제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또 다치거나 다치게 한 두 학생의 부모가 서로간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게 되는데 총 8차까지 진행되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자치위원회가 열리게 되면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 생활기록부에 등재되고 그 기록은 50년간 보관된다.
요즘은 한 집당 한 아이를 키우는 집이 많고, 또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도 많다. 중학교의 경우 반의 절반 가량이 한부모와 살거나 조부모 또는 친척과 살고 있다.
성장기 아이들 마음에는 분노가 쌓이고, 타인과 어울려 사는 일에 익숙지 않다. 그러다 보니 크고 작은 폭력이 벌어지기 일쑤다.

이럴때 학교측의 대응이 얼마나 현명한가에 따라 아이들은 상처를 덜받으면서 어떻게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울수 있다.
이번 사례에서 처럼 학교와 선생님과 부모 모두가 애정과 관심을 갖는다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세상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