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연희동 골목 일대가 아름다운 트리거리로 장식됐다.
낮에는 화려한 색으로, 밤에는 예쁜 알전구가 빛나는 연희동 트리거리의 시작에는 5년째 연희동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안선애(니나플라워)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플로리스트로 20년간 활동해온 안선해 대표는 연희동이 좋아서 5년전 꽃집을 내고 장사를 시작했다. 『사러가 쇼핑센터 앞 길은 큰 가게들도 있어서 방문객들이 북적대는데 비해 한블럭 뒤인 바늘이야기쪽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어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길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 고민을 들은 니드모어 커피 박규리 대표가 시드니의 크리스마스 거리를 예로 들면서 기획이 시작됐죠』라고 말한다.
그 결과 지난 11월 15일부터 1월 12일 약 2개월간 연희로 11가길을 중심으로 진행된 크리스마스 트리거리는 39개 점포가 참여하는 작지만 큰 성과를 이뤘다.
주변 상가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부터 제안서를 만들고 신청자를 모집하는 일까지 어느하나 쉬운일은 없었다.
큰길은 알려져 있으니 제외했지만, 제니스카페가 있는 인접한 작은 골목상점까지는 여력이 닿지 못해 홍보를 하지 못했다.
크리스마스거리의 포스터와 맵 디자인, 인쇄와 릴스를 통한 홍보는 바늘이야기의 기획자인 김대리가 지원 했고 제안자인 니드모어커피에서도 동참했다.
『50개 정도 상점에 연희타운 트리스마스 거리에 대한 취지를 설명하고 신청서를 모집했어요. 호응하는 사장님도 계셨지만, 쫓겨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39개 점포에서 참여의사를 밝혀주셔서 트리스마스 거리를 완성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몇 년 전부터 연희동에서 열리는 낭만연희 등 축제도 사러가 쇼핑센터 주차장 인근에서 끊기다 보니 연결되는 작은 골목 상점들은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안선애 대표는 연희동에 정착한 1년 뒤부터 인근 상점 사장님들과 몇몇이 프리마켓을 여는 등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행사를 기획해 왔다. 그러다 코로나로 3년간 프리마켓이 중단됐고, 상점의 주인들도 바뀌면서 그 뒤 연희동에 이렇다 할 이벤트를 기획하지 못했다고. 그 후 전체 골목에 차량통행을 막고 가게마다 자신의 음식이나 물건을 거리로 나와 판매하는 프리마켓을 하고 싶었지만, 서대문구청에서 상인회가 없으면 허가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다.
고민중에 다시 기획하게 된 연희타운 크리스마스 거리를 위해 안선애 대표는 구상나무를 직접 농장에서 원가로 공수해 오기도 했다. 크게는 4m높이의 나무부터 리스와 알전구, 장식볼 등을 공동구매해 한집 한집 장식을 해 나갔다.
안 대표의 기획을 응원하는 한국조경개발에서 280만원 상당을 후원하고 M가든에서 기획 후원을, 성산종합수리공사에서 전기작업 지원했다. 뮤즈에이젠시와 김영진프로덕션에서 영상촬영과 편집을 마지막까지 도왔다.
『놀라운 점은 트리를 만들고 있으면 점포 사장님들이 하나 둘 나와 일손을 도와주셨다는 점이에요. 장사에도 바쁘신데 자신의 일처럼 다른 점포 장식에도 손을 보태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연희동은 참 살만한 동네라는 생각을 또 한번 하게 됐지요』
크리스마스 트리를 철거해 다시 농장으로 옮겨놓고 잘 키워 1년뒤 크리스마스에도 쓸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도 안선애 대표의 몫으로 남았다.
귀찮고 번거로운 일일만도 한데 그녀는 꽃피는 5월 연희동 골목 가든 타운도 계획중이다.
『작은 화단을 만들어 골목골목 장식하면 정말 예쁜 거리가 될거에요. 카페가 많은 연희동의 특성을 살려 커피찌꺼기로 만드는 식물영양제를 사용하는 제로웨이스트 가든타운을 만들고 화분에 허브를 심어 다시 식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리사이클링 가든을 꾸민다면 너무 멋진 연희타운이 될 것 같아요』
식물과 함께 해 온 안선애 대표의 마지막 계획은 안산에서부터 연희동까지 식물과 건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 「원림(園林)」을 만드는 일이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연희동에 머무는 동안 꼭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연희동 주민 뿐 아니라 연희동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파하고 싶다.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