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인터뷰
People&People/전쟁과 우정 펴낸 정 필 기 어르신
sdmnews 김지원 기자
2012-07-19 13:05
11살 형이었던 Mr 월리와 ‘친구앓이’했어요
전쟁으로 중단된 학업, 끊임없는 공부로 해소
지방 학생에 무료 홈스테이 운영하며 사회 봉사
슬픈현대사 6.25의 정확한 증언, 사명감 가져
84세의 정필기 어르신은 자신의 참전 경험과 우정을 담은 책 전쟁과 우정을 최근 펴냈다.

대한민국 육군 대령 출신의 정필기씨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6.25 전쟁에 참전했다.
4형제 중 이미 큰 형을 잃고 둘째 형이 6.25 전쟁에서 전사한 직후였기 때문에 부모님을 뿌리칠 수 없었지만 서울대학교 항공조선학과에 입학했던 20대 청년이었던 정 씨는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자진해 입대를 결심했다.

마침 육군 경리사관 후보생 모집공고를 보고 그는 주저 없이 자원입대했고, 교육을 거쳐 초보장교로 임관했다.
그러던 중 미 36야전공병단에서 운명적인 미군장교를 만나게 된다. 당시 준위였던 그는 부대 내의  PX담당장교로 바로 「전쟁과 우정」의 주인공인 찰스 월리였다.그 둘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우정을 다지게 됐고 그 우정이 60년이나 이어져 왔다고 정필기 어르신은 회고한다.

『월남 전쟁도 끝난 후 돌아와 중앙경리단 장교로도 일했다. 여러모로 지하철,도보,버스, 택시 출근 모두 편리한 서대문구에 정착한지 약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고향이 된 셈』이라는 정필기 어르신은 『해외를 자주 오간 자신과 달리 한 곳에서만 거주한 안식구야말로 토박이고 지역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소개했다.
84세의 나이에도 강단있고 건강해 보이는 혈색의 그는  『최근까지 테니스를 쳤고 서울시민 대회에 서대문구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최근 정 씨의 소일거리는 정원과 텃밭을 가꾸는 일이다. 가끔 부인과 탁구를 치며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
서울대에 입학할 만큼 수재였던 그는 전쟁 탓에 학업을 중단하게 된 후 배움에 한이 돼 끊임없는 지적호기심으로 각종 배움에 도전해온 경험도 들려줬다. 
『몇해 전 관내 서대문종합복지관에서 하는 문학수업을 받다가 글쓰기에 매료됐기에 늦은 나이에도 책을 펴낼 수 있었다』면서 여간한 젊은이보다 활력을 보였고 배움과 운동이 건강한 삶의 비결임을 꼽았다.

40년 넘게 거주한 자택이 아름다워 안주인께 한마디 건네자 『너무 오래돼 허름하다』 손사레 쳤지만 나무로 꾸며진 실내와 높은 천장, 훈장과 사진들이 고스란히 이들 부부의 역사와 나라·지역에 대한 애정, 맑게 저무는 노년을 보여주고 있었다.
남몰래 지방에서 온 건실한 학생의 무료 홈스테이 또한 실천하고 있는 정필기씨 부부. 그가 직접 집필한 저서에는 최근 경색된 한미 우호에 작지만 큰 울림이 되고, 또한 한국 전쟁사에 관한 색다르고 소중한 자료 쓰이게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도 담겨 있다.

최근 외국참전 용사들의 후손들이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는데 미국후손들에게 정씨는 영문판「War&Friendship」을 한 권씩 선물했다.
정씨가 담담히 남긴 한마디가 마음을 울린다.
『16개 국가가 자기나라 일반 국민을 파병해 남한을 도왔고 5개 국가가 후방의료지원을 했어요. 우리는 물론 그들의 죽음과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 모두가 자유민주주의 국가 땅을 밟고 사는 것임을 잊어선 안 됩니다』

<김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