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5일, 서대문구의 한 주민이 자신의 전쟁과 우정에 관한 경험담을 한글과 영어로 동시 출간해 주목을 끈다. 6.25 전쟁 발발 60주년을 기념해 지난 2년 반 동안 공들인 원고는 한글 감수와 영어 전문가의 번역을 거쳐 세상에 빛을 보게된 것이다. 놀라운 건 자신의 첫 책을 낸 주인공이 다름아닌 오래 전 육군대령으로 전역한 관내 80대 어르신이기 때문.
특별한 사연의 주인공 정필기(홍제동 거주) 씨는 6.25전쟁과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육군대령 출신이다. 정씨는 서울대학교 항공조선학도이던 시절 한국전쟁이 터져 군에 입대, 전시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받은 후 소위로 임관해 전장에 배치된다. 카투사부대 경리장교로 발령을 받아 강원도 철원 야산에 간 첫 날 만난 미국인 장교 친구 찰스 월리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인연이 지속된 것.
당시 강원도 철원 파견 시 미군야전공병단 독신장교막사에서 만난 사람 좋고 밝은 성격의 미군 장교 Worley (월리)와 60년 동안 우정을 이어왔는데 11살 손위이던 장교가 지난 2009년에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자 유족들 동의를 얻어 국경을 초월한 우정의 회고록을 펴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전쟁을 겪은 우리의 선조이자 나라를 지켜온 군인들의 경험을 생생하게 담고 있어 안보교육 및 역사자료로써 소장 가치가 높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장교로서 유학과 휴가, 출장 등으로 미국을 종종 방문했던 정 씨는 그때마다 월리씨와 틈틈이 만남의 인연을 이어갔고 그 사이 간격은 편지와 이메일 등으로 끈끈히 채웠다.
이 책을 출간한 계기에 대해 정필기 씨는 『전쟁을 통해 만난 국경을 넘어선 존중과 다정함, 성실이 담긴 우정을 돌이켜보고 싶었다』 고 밝히며 또 『최근 한국전쟁이 남한의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슬픈 현대사를 정확히 증언해야한다는 사명감으로 썼다』 고 힘주어 말했다. 연로한 체구에도 청청한 눈빛과 곧은 음성은 전쟁을 겪어낸 자의 강인함과 책임감을 비춰준다. 또, 그는 『전쟁에 관해 막연하고 배경지식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자신이 생생히 겪은 경험담을 들려주고 싶었다』 고 출판소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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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