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푸른 청룡의 해를 맞는 1월1일, 구순의 나이에도 변함없이 현실치료상담심리의 대가로 불리우며 강연을 이어가고 있는 서강대학교 김인자 명예교수를 만났다. 가녀린 체구의 김 교수는 힘차고 강건한 목소리로 『세상에 태어나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복』이라며 『운동을 통해 몸만 건강하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의미 있는 봉사를 할 때 행복을 느끼고 소뇌에서 도파민과 세라토닌이 분비돼 장수할 수 있다』고 심리학자다운 조언을 한다.
『돈을 벌어야만 의미있는 일이 아니다. 돈이 없다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질문하는 김 교수는 학교법인 청주 가톨릭학원이 운영중인 양업고등학교의 오랜 후원자이자 명예교장이기도 하다.
1958년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뒤 1960년부터 서강대에서 교육학과 심리학을 가르친 김 교수는 상담 불모지 였던 대한민국을 위해 국가발전과 세계평화구현의 길을 학생들에게 인도했다.
김 교수는 「좋은 인간관계 맺기」 전도사였다. 『가정은 「열린 부모와 신나는 아이들이 사는 곳」, 학교를 「가고 싶고 폭력 없고 낙오자 없는 곳, 공부를 즐겁게, 놀이를 건강하게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게 꿈이었던 그녀는 건강한 가족과 행복한 학교가 바로 우리의 미래이며 국가발전의 지름길이라는 신념으로 지금까지도 양업고등학교 신입생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행복한 학교생활구현을 위한 행동선택을 돕기 위해 강의하고 있다.
20대시절 6.25전쟁을 피해 서울로 올라와 미 육군 병원 실험실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던 그녀는 타고난 성실함과 진정성으로 연구원들의 업무를 익혀나갔고, 그녀의 가능성을 내다미본 8군사령관 맥스월 테일러의 제안으로 미국유학의 기회를 얻었다.
김인자 교수의 삶 속에서 어느 하나도 그냥 얻어진 것은 없었다. 영어도 타이핑도, 더구나 의학지식도 전무하던 그녀가 소중하게 얻은 경험과 학문적 지식을 전파하기 위해 90세가 넘은 지금도 일분일초를 쪼개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올해로 92세인 김인자 명예교수는 자신이 설립한 한국심리상담연구소를 이끌며 심리상담분야를 견인해오고 있다. 그는 1960년 서강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부임한 이후, 「행복한 삶과 인간관계에 대한 강좌」, 「죽음에 대한 심리적 이해」, 「인간의 심리와 상담」 「인간관계와 자기표현」등의 과목을 개설해 강의했다. 연구소의 프로그램을 통한 석박사 논문수만도 2022년 국회도서관 소장 2640편이나 된다.
1986년에는 심리상담분야의 선구자 역할을 해 온 한국심리상담연구소의 문을 연 뒤 1989년에는 미국의 토마스 고든연구소와 함께 국내 최초로 PET(Parents Effectiveness Training)를 들여와 체계적인 부모교육의 이론과 실제를 보급했다.
1991년에는 현실요법 프로그램을 보급함으로써 학교 구성원들에게 「좋은 학교 만들기」를 위한 구체적인 학교 공동체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공로로 지난 2021년 한국지역사회교육재단의 제9회 아산지역사회교육상의 수상자로 선정되기도했다.
김인자 교수는 고 정주영회장과 각별한 친분이 있다. 1968년부터 고 정주영 회장과 함께 지역사회교육의 공동체 정신을 확산시키기 위한 기초를 설계하고 지속적으로 활동해왔다.
70세가 되던 지난 2006년에는 긍정심리학(Positve Pshychology)을 도입해 심리학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당시 긍정심리학의 대가 셀리그만 박사, 칙센트미하이 박사 등을 초청해 우리나라 심리상담전문가들과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연희동에 거주중인 김인자 교수는 신실한 카톨릭 신자로 매주 연희동 성당을 나가며 대한민국과 인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김인자 교수는 『내 주변에 꼭 만나야 하는데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묻는다. 그녀는 『그럴 땐 상대의 행동을 바꿀 수 없으니 나의 반응방법을 바꿔야 한다며 그 순간 횡단보도에 적색불이 켜진 것처럼 잠시 나의 반응을 멈추고 나를 다스릴 수 있는 단어를 열 번만 읖조리라』고 조언한다.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의 시대, 분노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쉽고도 어려운 해법이지만 해볼만한 심리학자의 해결책이다.
올해로 105세를 맞는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와는 오랜 지인으로 두달에 한번 정도 만남을 갖는데 김교수 역시 그녀에게 『계속 공부하고 의미있는 일을 해야 건강하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인자 교수는 90세를 넘으면서 인생을 하나씩 정리해 가고 있다. 문래동에 있는 한국심리상담연구소를 정리하면 개교 64년을 맞는 서강대학교에 기부할 계획이다.
지인의 편물방에서 산 붉은색 스웨터와 30년된 자켓을 걸쳐입은 김인자 교수는 누구보다 강건하고 기품있는 목소리로 『청룡의 해에 더욱 의미있는 삶을 살아달라』고 서대문구민들에게 당부한다. 의미있는 일을 위해 봉사 하는것이 세계평화구현에 이바지함은 물론 곧 개인의 행복과 건강을 누리게 하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