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둘 자리잡기 시작한 음식점들이 사러가 쇼핑센터 주변을 줄지어 가며 들어서 거리 이름도 맛로가 된 연희 맛로에 젊은 디자이너의 편집숍이 등장, 눈길을 끌고 있다.
홍대 앞 상권이 팽창하면서 임대료 상승탓에 주변지역으로 작은 옷가게며 까페, 공연장이 밀려나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겪고 있다. 이에 연남, 연희동 역시 그 영향권 안에 들었다.
연희1동 주택가에 1층에 아기자기한 카페가 생겨났고 예쁜 소품을 곁들인 옷가게가 그 사이를 메꿨으며 이면 골목길마다 유명 작·화가 갤러리가 입주했다. 이중에 큰 길 대로변에 자리잡은 푸른빛의 옷가게가 The Story of Kei-B(대표 최경배)를 찾아봤다.
□ 디자이너의 커스텀 숍이라는 생소함때문에 문을 두드리기가 두려웠는데, 의외로 많이 비싸지 않고 사장님 또한 젊은 분이라 놀랐습니다. 디자인 또한 유행하는 보세옷과는 다르고 독특한 느낌이구요. 가게또한 이쁩니다. 가게를 오픈한 계기가 있다면?
■ 사실 홍대에 오픈하려고 했는데 임대료가 워낙에 비싸 근처를 알아보다가 연희동이 여러모로 적합해 자리 잡게 됐습니다. 홍대나 청담동, 삼청동과 달리 아직 문화가 자리잡지 않은 곳이란 점도 마음이 끌렸구요. 건물의 반지하 창고 공간을 잘 개조해 앞마당도 꾸미고 치수벽도 설치하고 나무를 가져다 놓고 작업실과 자재창고, 숍 내부를 꾸몄습니다.
□ 다양한 디자인의 옷이 있는데요, 모두 직접 디자인한 옷인가요?
■ 제 옷이 가장 많긴 하지만. 처음에 저 혼자 하려고 문을 열었다가 다양한 취향의 10%도 부합하지 못해 어려움과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궁리 끝에 저와 뜻이 맞고 작품을 공급할 공간이 필요한 젊은 디자이너 6명을 섭외해 함께 옷을 전시하고 판매하게 됐습니다. 옷들은 보통 기성복과 달리 15~30일 주기로 수시로 들어옵니다.
<-스토리 오브 케이비의 상품들..
한꺼번에 바뀌진 않고요. 판매되면 그 아이템을 대신할 비슷한 혹은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는 식입니다. 니트 전문, 청 소재 전문, 프린트 나염 전문, 수공예 액세서리 공급하는 친구 등 총 6명이 이 샵을 통해 패션작품을 대중에 선뵈고 있습니다.
□ 디자이너 성향이 제각각 다른 분들로 섭외한 것 같습니다. 손님들 구매성향은?
■ 디자이너 성별, 디자이너 취향에 따라 옷은 확연히 달라집니다. 남자 디자이너가 여성복을 디자인한다는 건 실로 어려운데, 자신이 직접 입어보고 느껴보고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해야할땐 「뮤즈」라고 하죠, 어떤 표준, 기준이 되는 연예인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작업합니다. 가장 잘하는 옷은 디자이너 자신이 입었을때 편안하고 보기 좋은 옷이죠, 손님들은 식사하고 커피 마시러 왔다가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하나씩 구입하는 편입니다. 아직 옷 사러 연희동 가야지… 이런 분위기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토털 보다는 단품 구매가 많은 편이지만 악세사리나 소품, 시계 등 옷에 어울리는 다양한 것들은 구색을 맞춰 놓고 있습니다. 그게 패션이고 문화라 생각합니다.
□ 디자이너로서 편안한 길도 있을텐데 직접 판매에 나선 이유가 궁금합니다.
■ 홍대 조소과를 나와 뒤늦게 옷에 대해 공부하고 유학을 다녀온 후 일을 시작했어요, 유명 디자이너 선생님 밑에서도 인턴으로 일했고, 의류회사, CJ 홈쇼핑 스타일 온 에어에 세컨 브랜드인 「우엘 라만다」라고 신진 디자이너로서는 운좋게 완판을 이루기도 했죠. 여기 오기 전엔 가로수길에 있었습니다. 남성복 맞춤을 진행했는데 고객의 모든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Custom 방식으로 그 사람만의 맞춤복을 판매했죠.
하지만 패턴을 디자인해 기성복같지만 독특하고 다양한 옷들을 만들어 직접 고객이 입고 사가는 과정을 보며 소통이란 걸 생각하게 됐습니다.
또 동료 디자이너들도 컬렉션 패션쇼만 활동하다가 여러 사람들이 입는 옷을 병행하면서 왜 이옷은 반응이 없을까, 이 옷은 유달리 사랑 받네 등등을 경험하며 작품 방향을 발전적으로 수정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좋은 소통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판매하고 경영하는것이 즐겁습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질 않아서 힘들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 연희동의 문화 공간이자 패션 명소가 되고 싶어요.
□ 디자이너를 지망하는 서대문 내 학생들에게 필수 조언을 하자면?
■ 디자이너라고 하면 흔히들 생각하는 화려한 모습과 달리 호기심과 탐구심, 직접 경험하는 것에 대해 게으름, 두려움이 없어야합니다.
고지식하고 천재적인 모습이 좋은 디자인, 예술작품을 낳을지 모르지만 옷을 디자인 한다는건 단지 그것에 그치지 않고 원단상, 재봉사, 스텝분들과 협력하고 교류하고 일단 옷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조성은 기본이고 감독, 지휘자 같은 역할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죠.
베르사체, 디올, 폴 스미스, 마크 제이콥스 등 유명 디자이너 등의 공통점은 한번도 화를 낸 적이 없다는 겁니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온 디자인을 구현하려면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카리스마 있는 디자이너들도 간간히 있지만 적어도 제가 봤을때 저는 자연스럽고 협력을 추구하는 작업방식이 여러사람들의 최대치 즉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힘들여 나온 옷이라도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가치가 없습니다. 항상 실패를 감수하고 도전과 모험을 해야하는 만큼 자신이 편안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몸에 꼭맞는 디자인을 위주로 옷을 만들어냈습니다.
최소한 자신과 비슷한 체격,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만큼은 만족할 가능성이 커지죠. 90%의 인성과 일반적인 바탕에 10%의 창조성을 더하는게 이상적이고 성공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단을 만지고 느끼며 어떤 바느질을 해야할지 어느 지점에서 재봉사 분들이 조심해서 바느질 해야하는지를 잘 알고 지시하려면 디자이너 스스로가 부지런하고 끊임없이 탐구해가며 고생해봐야합니다. 한마디로 다리가 무겁고 엉덩이가 진득한 성향의 분들은 학자를 해야지 디자이너란 직업은 피해야 할 1순위입니다.
□ 앞으로 연희동에서 스토리 오브 케이비 샵을 어떻게 운영하실 포부를 말씀해주신다면?
■ 적지만 2~30명의 단골 분들이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시는데 앞으로, 홍보가 많이 돼서 연희동의 독특한 명소가 되고 싶습니다. 젊은 디자이너, 옷 구매자 들이 이 가게를 광장으로 더욱 활발히 소통한다면 즐겁고 바랄나위 없지요.
사실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민스키친, 건너편 하노이의 아침, 옆집 커피POP 까지 젊고 연희동 문화 상권 활성화에 뜻을 갖고 계신 분들입니다. 뜻있는 분들을 모아 우리 가게 앞마당부터 작게 시작해 가을밤 음악공연도 하고 근처에 계신 연희동 프로젝트 작가 분들과 반나절 전시도 협력추진하고 싶어요. 하루 반나절 장사 못한다고 그걸로 끝이 아니거든요. 지금 입주해있는 우리들이 주민들과 조금만 신경쓴다면 이미 상권으로 넘어간 홍대, 삼청동 등지와 달리, 맛과 향과 멋이 어우어진 연희동으로 성장하리라 기대되요. 애초에 조용하고 전통 있는 동네이기도 하고요. 시끄럽고 번잡하게 밥먹고 쇼핑하러 오는 어디나 똑같은 공간이 아닌 문화가 곁들인 연희맛로로 물꼬가 흘러가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얹어드리고 싶습니다.
젊은 디자이너들과 함께 새로운 꿈을 펼치고 있는 최경배 대표 ->
임차인 신분이지만 연희동 최초 디자인편집숍이란 명소로 남고 싶습니다. 그리고 일단 재미있잖아요. 우리나라는 편집숍의 초창기입니다. 가까운 홍콩만 봐도 편집숍이 널렸죠. 위에서 말씀드린 디자인의 균형, 소통을 잘 유지해 크게 되더라도 이곳을 Kei-B 브랜드의 허브이자 디자인 샵 본점으로 남겨두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열정있고 문화에 대한 철학이 확실한 옷가게 스토리 오브 케이비,
그저 이쁘고 착한 가격의 옷 판매만 이 아닌 서대문에 대한 애정과, 맛길 발전에 대한 문화기획 아이디어, 디자이너들의 허브로 키울 경영자로서의 소신까지 갖춘 조금은 특별한 스토리 오브 케이비는 연희맛로 「하노이의 아침」 건너편, 「민스키친」 아래층에 영업중이다.
Open: 11시 30분 ~ Close: 저녁 9시 30분 무렵 일요일은 오후 2시에 가게 문을 연다.
<인터뷰 및 정리: 김지원 기자>
(구입문의 33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