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주민자치시대, 주민이 힘이다
문화 인프라 잃은 신촌에 청년들의 창업밸리등 활로 모색해야
sdmnews
2022-12-28 11:30
신촌의 과거와 현재, 미래 재조명하는 신촌학지도자과정
김봉수 신촌동주민자치회장, 오랜 주민들 사진을 자료로 제시
지난 12월7일 열린 제12기 신촌학 지도자과정 3번째 시간이 진행되고 있다.
신촌동주민자치회 김봉수 회장이 신촌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미래를 통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2022 신촌학지도자과정 12기」과정을 통해 신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재조명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 12월 7일 창천교회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신촌학 마지막 강의에 나선 김봉수 신촌동주민자치회장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신촌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주민들과 공유했다.

김봉수 회장이 말하는 과거의 신촌은 치열한 삶을 살았던 현장이자 미래를 꿈꾸는 장소였다. 『신촌을 이끌어가는 정신은 의료와 교육사업이었다』고 회고하는 그는 『세브란스병원의 전신인 제중원과 연세대학교의 시발점이 된 연희전문학교,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인 이화학당 등이 현재의 터전에 자리잡으면서 신촌 속엔 자연스럽게 문화적 인프라가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현동 이화여대 앞 골목의 「잉글랜드」는 오늘날 이랜드의 시발점이 됐고, 이태원의 「올댓재즈」와 함께 재즈라이브클럽의 양대산맥을 이뤘던 「야뉴스」에 이어 「레드채플린」은 영화배우와 작가, 감독들의 아지트로 자리매김하며 신촌의 문화적 토대를 구축해 갔다. 또 신촌블루스의 시작이 된 카페 역시 현재 연세로 빠리바케트 골목 4층에서 태동했다. 이곳에는 이광조, 한영애, 이정선, 정경화 등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가수들의 집결지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이었던 이대앞은 양장점만 130개가 들어선 패션의 메카였다. 충무로 여배우들의 의상을 만들었던 「리영양장점」을 비롯해 「이화양장점」에서는 신촌과 대현동 일대의 소극장이나 유명한 공연의 티켓을 예매하는 공간으로도 유명했다.

이대 앞의 「빠리다방」과 「빅토리아 다방」은 영화 바보들의 행진의 촬영지였고, 1965년 제2한강교인 양화대교의 건설 이후 인천, 강화, 김포지역으로의 통행이 수월해지면서 많은 외지인들이 신촌을 찾았다. 1985년 2호선이 개통되면서 신촌은 그야말로 최대의 성수기를 맞았다.
뿐만아니라 6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홍익문고와 1980년대 후반 문을 연 신촌문고, 현재 유플렉스 건물자리 지하에 있었던 신나라 레코드는 젊은이들이 신촌을 찾는 또하나의 이유가 됐다.

『이런 문화적 기반위에 하나둘씩 문을 열기 시작한 락카페 「스페이스」와 「롤링스톤즈」등은 최고의 전성기를 맞는 신촌의 자랑이었지만, 반대로 신촌의 쇄락의 시작을 알리는 전조가 됐다』는 김봉수 회장은 『1996년 9월29일 신촌의 한건물 지하에서 운영하던 롤링스톤즈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1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사고 후 비상구도 없고, 스프링클러도 없던 지하 락카페들을 연중 단속하면서 하나둘 홍대로 옮겨간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고 주장했다.

1998년 상징적인 장소에 첫 매장을 여는 스타벅스 1호점이 있던 이대가 지금은 중국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화장품 판매장으로 변했고, 영타운, 신촌나이트클럽도 사라져 지금은 오피스텔 건물이 됐다.
2000년대 초반 문화적 기반이 하나둘씩 떠난 자리에는 대기업의 자본들이 하나둘 잠식하면서 2010년 초반까지는 그래도 상권이 유지되던 이대와 신촌은 중반을 벗어나면서 예전의 활기를 서서히 잃었다.

코로나로 3년간 거리두기를 했던 이대 앞은 지난해와 올해 폭망해 빈 가게들이 즐비한 거리가 됐고, 2500개 가까운 상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던 신촌 역시 대로변부터 빈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위기에 대해 김봉수 회장은 『이제 신촌은 새로운 변화를 꿈꿔야 한다. 봉원동의 자연환경은 특색있게 살리고, 이대앞의 업종제한을 풀어 다양한 상권들이 다시 자리잡도록 해야 찾아오는 신촌을 만들 수 있다』는 면서 『이와함께 현재 서대문구가 추진중인 연세로 일반차량 통행, 경의선 지하화가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창업밸리조성과 함께해야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촌에서 17년째 주점 「달팽이」 운영하며 누구보다 신촌의 흥망성쇄를 몸으로 체득한 김회장은 장롱속에 잠자고 있던 신촌의 토박이들의 역사를 꺼내 사진전을 열었던 자료를 토대로 오래전 사진들을 소개하며 주민들의 이해를 돕기도 했다.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