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박운기의‘ 기운 팍 서대문’ 동네방네이야기
내가 겪은 오늘날 청년들의 생존기
박운기 시의원
2017-06-02 14:27
솔로는 그래도 참을 만한 1년살이, 결혼은 꿈도 못 꿔
청년에겐 3금융권도 대출 안해, 동병상련 쉐어하우스 생겨
박운기 시의원

>>  장면1 1년살이를 아시나요?

지금 시의회에는 날 도와주는 30대 후배 녀석이 있다. 2016년에 1년 계약직으로 채용되어서 작년 한해를 잘 넘기고 올해도 재계약을 할 수 있었다. 재계약을 축하하면서 대화를 나누던 중 후배 녀석은 웃으면서 자신을 「1년살이」라고 불렀다. 하루밖에 못사는 「하루살이」에 빗대서 스스로를 「1년살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솔로인 자신은 재계약이 안 되어도 어떻게 이리저리 움직이면 살 수 있지만 주변에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 계약직 동료들의 경우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한다면서 자신은 그래도 살만하다고 말했다. 명색이 서울시의원이고 예산 40조를 관장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날 저녁 소주 한잔 사주면서 1년 뒤 꼭 재계약이 되라고 맘으로 빌어줬다.

>>  장면2: 보이스피싱으로 끝난 블랙코미디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 속해 있으면서 청년들의 주거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현장도 방문하고 청년들도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상황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예를 들어, 지방에서 올라온 한 청년은 월세를 내지 못해서 보증금 500만원을 모두 잃고 방을 비우게 되었다. 그런데 집주인이 몇 군데 망가진 것이 있다면 원상태로 돌려놓지 않으면 고소를 하겠다고 연락을 했다. 고소를 당한다고 하니 겁이 났지만 막상 20대 청년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다.

더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부모의 이혼으로 가정이 해체된 한 청년은 친구 집과 찜질방을 전전하면서 방을 구하기 위해 돈을 모았다. 당장 갈 곳이 없어진 상황에서 청년은 부족한 보증금 100만원을 구하기 위해 은행을 갔지만 대출을 받을 수 없었고 제2·3 금융권에 돈을 빌리기 위해 여기저기 인터넷에 연락처를 남겼다. 결론은 여기서도 대출은 받지 못했고 돌아온 것은 떠듬거리는 한국말로 돈을 보내지 않으면 찾아가서 해코지할 거라는 보이스피싱 전화뿐이었다. 국가와 지자체에서 그렇게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가? 답답했다.

>>  장면3: 대학에 다니기 위해 대학을 쉬어야하는 우리 인턴

위에서 말한 30대 후배 녀석은 20대 대학생과 같이 사는데 일종의 쉐어하우스라고 보면 될 것이다. 가끔 의원실에 대학생이 오면서 나와 후배는 웃으면서 그 친구를 의원실 인턴이라고 불렀다.
어쩌다 틈이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과거 이 친구가 대학을 다니기 위해 하루에 알바를 3-4군데 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집에서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었기에 월세, 용돈, 책값 등 대학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스스로 준비해야 했던 20대 청년은 그렇게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학교를 휴학하게 되었다.

과거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후배 녀석이 그런 사정을 듣고 거실 TV 앞에 잠자리를 마련했고 그렇게 쉐어하우스가 만들어진 것이다. 자신도 힘겨운 삶에 헉헉대는 1년살이의 맘이 참 좋고 짠했다. 우리 인턴이 마침 군것질 좋아하는 내 아들과 동년배여서 가끔 치킨 사먹으라고 용돈을 준다. 
이런 경험 속에서 오늘날 청년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지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정치인으로서 현실만 알면 안 되고 무언가 해야 한다. 다음 시간에 그런 구상을 공유하고 함께 논의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생각을 공유하면 또 다른 어떤 20대 청년에게 몸 뉘일 자리는 하나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글 박운기 시의원·더불어민주당 서대문 2선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