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대문구청 지역경제활성화과 직원 A씨의 사체가 양화대교 남단에 떠올랐다. 4월 10일 매주 월요일 아침 진행되는 과별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채 연락이 두절된지 일주일 만의 일이다.
해당과 직원들은 A씨를 『얌전하고 착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 같이 센터에 근무했던 B씨는 『섬세하고 조용한 사람이어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답변하기가 어렵다』며 피했다.
그러나 A씨의 자살을 접한 서대문구청 공무원들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C씨는 『A씨는 공무원으로 발령받은 지 1년 6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처음에 여성가족과에 근무했으나 업무가 익숙지 못해 다른 과로 전보된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A씨가 근무했던 지역경제활성화과는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가장 주력하는 신촌이 주 사업지인데다 공모사업도 많고, 업무가 과중해 베테랑 직원들도 기피하고 있는 부서였다』고 말한다.
또다른 직원 D씨는 『특히 A씨가 근무했던 신촌도시재생센터의 경우 동료도 없는데다, 행정직 2명만이 파견돼 있었고, 공모사업을 주로 관장하던 터라 시의 예산사업을 많이 따와야 실적으로 인정되는 곳이어서 스트레스가 더욱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가 주력했던 공모사업은 기존 행정직 업무처럼 메뉴얼화 돼 있는 것이 아니라 사업에 참여 중인 코디네이터들이 제안한 사업을 검토해 제안서를 만들고 공모를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연차가 오래된 직원들도 쉽지 않은 업무였을 것이라는 것이 일부 공무원들의 의견이다.
또다른 직원 E씨는 『구청의 업무분장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못한 것도 문제다. 개인의 성향을 파악해 관리하는 인사부서에서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직원의 성향을 파악해 잘 지도해줄 주무관과 팀장이 있는 부서로 배정해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는 것.
실제 작은 회사에서도 신입사원이 입사할 경우 사수와 부사수를 정해 직원들의 적응을 돕고, 업무를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나 서대문구청의 경우 이런 제도가 정착되지 못해 많은 직원들이 스스로 업무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대부분은 좋은 선배나 팀장, 과장을 만나 업무에 도움을 받고, 위로도 받아가며 견뎌내지만, 그나마 적응이 힘든 성격일 경우 극한 스트레스의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알수 없다.
또 일부에서는 서대문구청 직장협의회가 적극적으로 공무원들의 권리나 복리를 위해 활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주민들의 복지는 1등구일지 모르지만, 공무원들에게는 헌신만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번 사건을 안타까워하는 공무원 F씨는 『업무가 힘들고 부서직원들과 갈등이 있었다면 보직변경 신청을 하는 등 방법이 있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A씨와 같은 시기 입사한 한 직원은 『아마 그런 방법을 알지 못했을 것이고, 성격상 알았더라도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가 남긴 수첩에는 업무가 힘들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A씨의 유가족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경찰에 의뢰해 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서대문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신입 직원에게는 업무 적응을 위해 멘토를 붙여 돕도록 하고 있으나 이번 사건을 당한 A씨의 경우는 구체적인 내용을 조사중에 있다』면서 『청 내부에서도 유언비어가 돌고 있어 정확한 사실을 철저히 조사하라는 방침이 내려와 있다. 경찰과 구청이 함께 조사중인 사안이므로 앞으로 내용이 정확히 밝혀질 경우 발표하겠다』고 답변했다.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