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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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선생님의 아름다운 효심, 제자들이 세상에 알려
sdmnews 옥현영 기자
2017-02-23 17:50
아름다운 노년, 행복한 문학 전도사 정 찬 우 대표
세계대학 도서관에 우리 책 40년간 30만권 보내
자신의 시집 영문으로 번역, 외국 대학 한국어 교재로
96세 어머니와 장모 직접 모시며 정성 다해
문학동아리 ‘한마음’회원들이다. 왼쪽부터 윤희로, 도승준, 정찬우대표, 김옥, 오문옥씨.

서울시립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지난 11년간 문학강좌를 이끌어온 정찬우 대표(도서출판 밀레)의 제자들이 선생님의 아름다운 효도를 알리고 나섰다.

수강생이 없어 폐강되기 일쑤인 다른 복지관의 문학강좌와 달리 정찬우 대표가 이끌어온 문학반은 지난 2005년 「즐거운 글짓기」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뒤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첫 수업을 아직도 기억한다는 정 대표는 『7명의 수강생이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문학반의 첫 입학생이었다. 일기쓰기를 시작으로 수필, 소설, 시나리오, 평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인문학과 문학의 연관성을 함께 공부하면서 회원들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처음엔 오래가지 못할까 우려했던 문학반 수강생은 정찬우 대표의 경험이 녹아든 진정성 담긴 수업듣기 위해 60명까지 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수강생들은 11년간 7권의 사화집과 1권의 수필집, 2권의 시집, 3권의 자서전을 출판했으며, 제자 50여명은 이미 문인으로 등단하는 등 실력있는 문학도로 변신했다. 이런 소문이 다른 복지관에 나면서 여기저기 강의 문의가 쇄도했다.

정찬우 대표는 지난 연말로 서대문종합복지관의 문학반을 떠났다. 오래 한 강좌를 맡다 보니, 정체된 느낌도 있었고, 제자들에게 다른 선생님에게 배울 기회도 주고 싶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그에게서 문학을 배우고, 인생의 의미를 되찾아가던 수강생들은 문학동아리 「한마음」을 만들어 정 대표와 별도의 모임과 수업을 통해 문학에 대한 열정을 함께 나누고 있다.
동아리 대표를 맡은 도승준 씨(남. 81세)는 『문학을 공부한 지는 4년이 됐다. 법학을 전공했고, 클래식을 공부하기도 했지만, 문학을 배우면서 새로운 인생을 공부하고 있다』면서 『정 선생님(정찬우 대표)은 문학 외에 효와 애국에 대한 철학이 남다른 분』이라고 소개한다.

동아리의 총무역할을 맡고 있는 윤희로 씨 역시 『정 선생님은 아마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마지막 효자라 할 만큼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깊다. 제자들에게 직접 말하진 않지만, 함께 공부하면 자연히 느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실제 정찬우 대표는 72세의 나이임에도 96세의 어머님과 장모님을 함께 모시고 있다. 어머님은 잦은 골절 사고 후 거동이 불편해 집에서 함께 모실수가 없어 지난 2010년 집 근처 요양병원으로 모신 뒤 하루 3번씩 어머님을 근거리에서 찾아뵙고 있다는 것.

정 대표와 함께 동행한 적이 있다는 윤희로 씨는 『그냥 얼굴만 보고 오는 방문이 아니었다. 어머니 손을 잡고, 아기 다루듯 안아주고, 쓰다듬으며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같이 갔던 제자들이 모두 숙연해 졌다』며 『어머님 목욕도 직접 시켜드리고 눈맞추고, 사랑을 전하는 모습에 선생님을 그저 강사가 아닌 인간으로서 존경하게 됐다』고 덧붙인다.

이런 정찬우 대표의 모습이 제자들을 움직였다. 정대표의 선행 알리기 위해 문학동아리 회원들은 각 기관에 포상대상자로 추천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학강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사실 정 대표의 원래 직업은 무역업이다. 대학시절 경영학을 전공했고, 제조업을 하며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러나 사업이 실패한 후 다시 시작한 무역업으로 국내 굴지의 제조업체들이 사용중인 기계를 수입해 국산화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렇게 30년간 정신없이 살아오다 어느날 문득 문학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 났다.

『어린시절 매일 일기를 썼다. 어머니가 공부 안하는 건 꾸중을 안해도 일기를 안쓰면 회초리를 드셨다』고 회고하는 정 대표는 대학 2학년 당시 국문과 교수였던 시인 조병화씨의 권유로 문단에 등단할 정도로 천재 문학도였다. 그 후 생업에 종사하며 잊었던 문학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바탕으로 출판사를 열고, 문학 강사로 어르신들을 만나 봉사하고 있다.

강사로 활동하기 이전부터 세계 600여개의 대학 도서관에 우리나라 도서 보내기 운동을 펼쳤다. 한민족책사랑무궁화협회에서 활동하며 사비를 털어 홀로 헌책방을 뒤져, 서적들을 선별해 한권씩 보내기 시작한 것이 지난 40년간 30만권이나 된다.
『세계 유수의 대학 도서관에는 일본, 중국, 심지어 북한책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책은 없었다. 책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출장을 가면 내가 책을 보낸 도서관을 찾아 확인을 했다. 대부분 책이 사라지고 없었고, 그러면 다시 담당자를 만나 책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설명하는 일을 되풀이 했다』는 정찬우 대표. 그는 자신의 시집을 영문으로도 번역했는데 예일대 한국어과를 비롯해 12개 대학에서 한국 문학시간에 교재로 사용했거나 현재도 사용중이다.

국내 유명한 시인들도 영어로 시를 번역해 놓지 않아 우리나라 문학의 우수성을 알릴 기회를 잃고 있다는 생각에 시작한 자신의 번역 시집은 5권이나 된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문학알리기와 더불어 어르신들의 인생의 지혜를 문학을 통해 남길 수 있도록 후원하겠다는 정찬우 대표. 문학동아리 회원들은 한국보다는 외국 한인들에게 더 유명하다는 그의 삶과 업적이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귀감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자신들의 인생에 새로운 길을 열어준 선생님에 대한 무한 신뢰와 존경이 제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울리고 있다.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