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교육
2017년 서대문사람들 캠페인 /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sdmnews
2017-01-16 11:41
형사법 보다 더 무서운 학폭위법 개선 요구
법조인, 학교경찰 의무규정 없어 억울한 피·가해자 속출
가해자는 전학 퇴학 외엔 재심청구 않돼 행정심판·소송급증
화해, 용서 보다는 처벌 위주의 학폭위법 대안 마련 시급

지난 연말 서대문관내 모 중학교에서는 졸업을 앞둔 3학년 A학생과 관련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열렸다. 위원회 참석 위원은 총 7명으로 학부모 4명과 학폭위 당연직 교사인 교감, 생활부장, 상담교사가 참석했다.

사안은 성희롱이었다. 운동장에서 여학생이 떨어뜨린 브레이지어 가슴패드를 남학생들이 발견하고 장난을 쳤다는 이유였으나 어쩐 인일지 마지막에 그 패드를 가지고 있던 학생을 상대로만 학폭위가 소집됐다. 학폭위 개최 결과 이 남학생은 출석 정지조치 (6호, 전학 바로 전단계)를 받았다. 해당 학생과 그 학부모는 학폭위 조치가 지나치다고 판단했고, 아이도 억울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하소연 할 곳이 없었다. 중학교 3학년인데 고등학교에 진학하고도 생활기록부에 2년간이나 조치 내용이 남는다는 사실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피해학생은 모든 조치에서 재심청구를 할 수 있지만, 가해 학생으로 판정받을 경우 8호 조치인 전학이나 9호 조치인 퇴학의 경우 외에는 재심청구가 불가했다. 서울시교육청 학폭위 관련 상담창구도 없다. 교육청 학폭위 관련 문의라고 전화를 걸자 담당변호사와 연결을 해주었고, 변호사는 학폭위 재심청구 절차만을 안내할 뿐이었다.

서부교육지원청 역시 마찬가지였다. 담당 장학사가 있으나 언제 학교로 발령이 날지 모르는 장학사는 제식구 감싸기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가해 학생까지 돌 볼 여력은 없었다.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밖에는 답이 없었다. 결국 이 학생과 학부모는 행정소송을 결심하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렇게 최근 학폭위와 관련한 행정소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학폭위 처분과 관련해 행정소송이 벌어진 건수는 2012년 50건에서 지난해 109건으로 4년 새 2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2년 50건, 2013년 63건, 2014년 80건, 2015년 109건이었다. 서울시교육청에 접수된 학폭위 관련 행정심판 청구 건수역시 2012년 38건에서 2015년 63건으로 3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같은 소송의 증가는 비 전문가로 구성된 학폭위원들이 피해와 가해 상황을 한번의 회의로 결정한다는데 있다.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의 학폭위원 9만 7400여명 중 학부모는 56%, 교사는 28%인 반면 SPO(학교겅찰)는 11%, 법조인은 1%에 불과했다. 하지만 소수의 외부 전문가마저 개인 일정 등의 이유로 불참하는 상황이어서 학폭위에 대한 현장에서의 불신은 더욱 심각하다. 

학폭위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으로 열수 있고, 참석자 중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게 돼 있어 대부부의 학교는 과반 이상이 학부모로 구성된 학폭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가나 SPO 등이 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으나 의무규정이 아니다.
또 학폭위 후 억울한 가·피해 학생들이 소송이나 재심을 청구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다. 똑같은 위원들이 같은 사안을 재심하게 되므로 결과가 달라질 확률은 크지 않다.

또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진행할 경우 얼마든지 윤색이나 각색이 가능한 회의록 제출만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것도 문제다. 대부분의 학폭위는 녹취를 하고, 이 녹취를 근거로 회의록을 작성하지만 녹취록은 공개할 의무가 없어 학교측은 있어도 없다고 위증하거나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A학생의 행정소송을 위해 선임된 변호사 역시 행정정보공개요청을 통해 해당 회의내용이 담긴 녹취록과 회의록 공개를 요청했으나 어쩐 일인지 학교는 녹취록이 없다며 회의록만을 제출했다. 분명히 회의전 녹취를 하겠다는 양해를 구했음에도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전문가가, 학생을 피해와 가해로 나눠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는 현재의 학폭위 법은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지만 개선없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결국 불신은 재심청구로 이어진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재심청구 현황은 2013년 764건, 2014년 901건, 2015년 979건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가해학생으로 찍히게 되면 재심청구조차 어렵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안고 행정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선도와 재발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학폭위의 현재 규정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사소한 장난이나 다툼도 학폭위를 열어 처분하다 보니, 아이들은 친구와 화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이같은 학폭위 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좋은교사 모임운동봉부 회원들은 회복적 대회를 통한 화해의 방법들을 학교 현장에서 제시하고 있으나 아직 현실화 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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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