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탐방
일제가 말살한 가양주 문화 ‘향음’이 잇는다
sdmnews 옥현영 기자
2016-10-26 19:26
쌀 소비 확대 고민하던 경제인들이 만든 비영리 단체
회원 300명의 발효음식 동호회로 거듭나 전통주 고증
무악재 한화아파트 입구에 위치한 향음 사무실.
이화선 대표

우리나라 전통 발효음식을 꼽으라면 우선 김치를 떠올린다.
하지만 의외로 오랜 역사를 가진 발효음식은 바로 술이다. 그러나 일제 시대 이후 가양주(집에서 직접 담그는 술)문화는 사라지고, 우리 주변에는 양주와 와인, 사케, 맥주 등 수입술이 대부분 주류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
3년 전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맛있는 술과 몸에 좋은 천연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을 갖고 모여 연구와 교육, 관련 문화 발굴 등을 공동으로 만들어 내는 비영리 법인 「향음(원장 이화선)」을 만들었다.

향음의 회원들은 소설가 시인, 농민, 관광업 종사자, 문화예술가를 비롯해 일반 주부와 젊은 층들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실제 처음 향음을 만든 발기인들은 쌀 소비를 촉진시키는 방법을 고민하던 경제, 금융인 들이 중심에 있었다.
이화선 원장은 『쌀 20㎏으로 만들 수 있는 청주는 단 한 병이다. 최근 남아도는 쌀과 폭락하는 쌀값으로 농민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 가양주 문화를 다시 활성화 시킨다면 쌀 소비도 촉진시키고 아울러 우리의 전통 발효식품도 지켜나갈 수 있을거라는 믿음을 갖고 단체를 만들어 운영해 오고 있다』고 설립취지를 설명한다.

그녀는 또 『1919년 일제의 주세령 공포로 말미암아 수천 년의 역사를 구가하던 한국 술은 하루아침에 청주라는 이름을 빼앗기고, 재래방법은 전근대적, 비위생적이고 비과학적이라고 치부돼 근대화, 시정개선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면서 『 어찌보면 술 하나만으로도 한 나라의 여유로움과 궁핍함, 문화의 융성과 퇴보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광복 이후에도 우리 고유의 풍부한 술 문화와 그 전승의 맥락이 부활되지 못한 채, 「조선주」는 오늘날 「전통주」로 이름만 변경됐을 뿐 현행 법과 제도 아래 더욱 견고히 박제되고 만 점』이라고 밝혔다.
현재 향음의 회원들은 3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정기모임을 통해 발효음식을 배우고, 만드는 법을 익히고 있다.

향음을 통해 발효음식을 배운 주부 박복희씨(연희동 거주)는 오랜기간 연구해 동파주를 재연해 내는데 성공헤 내년 소동파 탄신기념일에 맞춰 재연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이화원 원장은 『동파주 누룩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조건과 정성이 필요한데 박복희 주부의 끈질긴 노력으로 재연에 성공하게 돼 우리 모임의 자랑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향음의 회원이 되려면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매월 막걸리 제조법 과정은 회원의 경우 4만원, 비회원은 5만원, 청주는 회원의 경우 6만원, 비회원은 8만원의 수강료를 내면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재료비는 별도다.

향음에서는 오는 10월 31일 여의도 이룸센터 연회장에서 가양주 출춤 및 지역명주 전시회를 갖는 제3회 향음예찬을 열 계획이다.

(문의 070-8952-5375)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