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에도 뼈 있는 말이 있습니다. 농담에도 번득이는 지혜가 있습니다. 그러니 우스갯소리인들 허무한 바람 소리뿐이겠습니까?
한쪽 귀로 흘려버리는 말 가운데도 가슴에 맺혀 거름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 그 우스갯소리를 해보려는 것인데 첫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 지 망설여 집니다.
품행이 방정하지 못한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남편과 살면서 많은 음행을 범했습니다. 이웃집 남자와 동침하는가 하면 장터 거리에서 만난 사내와도 서슴없이 동침하기도 했지요. 하여 그녀는 그 사실이 드러나 집에서 쫓겨났지요. 그런 그녀가 밖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요? 몸을 팔며 구걸할 수 밖에….
그러다가 그녀는 병을 얻었습니다. 병이 깊을 수록 가족이 그리워지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죠. 하지만 그녀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집안을 더럽힌 여자였기 때문입니다. 남편과 자식들은 몸을 더럽힌 그녀가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어느 영감의 재취로 들어가 2년 남짓을 비참하게 살다가 비참한 인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녀는 죽어서 저승사자 앞에 섰습니다. 많은 망자들이 줄을 서서 염라대왕이 분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저승사자들의 지시로 한 행렬에서 염라대왕의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그녀가 순서를 기다리는 것은 이승에서 제 몸을 함부로 다룬 여자들 뿐이었습니다. 앞사람들은 염라대왕 앞에 가서 몇 마디 말을 듣더니 광주리를 받아 머리에 이고 끝도 보이지 않는 들판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우리가 왜 저곳으로 가는 거죠?』
한 여자가 염라대왕에게 따지듯이 물었습니다.그러자 염라대왕은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 보면 아오. 이승에서 저지른 죗값을 치르는 것이오』
마침내 그녀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염라대왕이 그녀를 향해 말했습니다.
『그대의 죄는 참으로 크오. 수많은 사내를 거쳤소. 그대가 거친 사내의 숫자만큼 고추를 광주리에 담아 줄 테니 머리에 이고 그 숫자만큼 저 들판을 돌도록 하시오』
그녀는 저승사자에 이끌려 들판으로 향했습니다. 그녀의 머리위에는 고추들이 담긴 광주리가 있었습니다.
한바퀴, 두 바퀴, 그렇게 횟수가 거듭될 수록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습니다. 광주리의 절반쯤 담긴 고추들을 머리에 이고 넓은 들판을 쉬지 않고 도는 일은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그 넓은 들판을 돌면서 후회했습니다. 남편을 배신하고 다른 사내들과 동침한 일이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웠습니다. 다른 사내의 품안에 안긴 순간의 쾌락을 참지 못해 이승을 떠나 와서 죄값을 치르는 현실에 가슴이 사무칠 뿐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한 여자를 보고 부러운 시선을 보냈습니다. 그 여자는 광주리도 없이 고추 한 개만 손에 들고 있었으니까요.
「나에 비하면 얼마나 깨끗한 여자인가? 평생을 한 남자만 바라보고 살았구나」
그녀에 비하면 자신은 얼마나 더럽고 추잡한지 부끄러웠습니다. 해서 그 여자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 남자만 평생 바라보면서 살 수 있나요?』
그녀의 물음에 여자는 힘없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르는 말씀은 하지도 마세요. 오히려 당신이 부러운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 광주리를 보세요. 저는 이렇게 많은 부정을 저지른 여자인걸요』
그녀는 반이나 넘게 차 있는 자신의 광주리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여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온통 젖은 제 몸을 보세요. 저는 이 들판을 셀 수도 없이 돌았지요. 그런데 그만 광주리에 있던 고추가 넘쳐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어요. 이걸 다시 주워돌고 있는 중이에요. 아직도 광주리는 가득하답니다』
여자는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여자의 말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그 여자의 뒤를 따라 뛰었답니다.
죄를 짓지 않는 생활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죄업도 내가 받고 선과 덕을 쌓는 것도 결국 내게 돌아노는 것이지요. 그러나 현생에서 선행을 베풀고, 죄를 짓지 않으며, 덕을 쌓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이겠지요.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