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게임을 할 때는 하루에 14시간씩 했어요. 잠은 학교에서 자고 최소한의 시간을 빼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지요』
지난해 다른 친구들은 대입을 준비할 때 유럽프로게임팀 프나틱 정식 선수로 입단한 허승훈(게임명 후니)군이 프로게이머의 꿈을 꾼 것은 중 3때였다. 처음 해 본 스타크래프트에 눈을 뜬 것은 5살때였지만, 그때는 그냥 「재미삼아」했다.
고등학교 진학후 아버지와 약속을 했다. 리그전에서 1위를 하면 꿈을 막지 않을 것이고, 우승하지 못하면 공부에만 전념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컴퓨터가 필요했던 승훈군은 오기가 생겼다.
『게임을 위해서 컴퓨터가 꼭 필요하기도 했고 아버지에게 내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승하기 위해 게임에 메달린 첫 경험이기도 했구요』 당시 리그전에서 1위를 차지한 승훈 군은 아버지의 반대를 잠재울 수 있었고 지금은 아버지가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명지초등학교 재학시절엔 피아노 신동으로 불리기도 했다. 피아노만 11년을 쳤고, 유명한 작곡가들의 연주곡을 연습할 때였다. 『4학년 음악 시간에 자유곡 연주시험을 보는데 피아노 라이벌이었던 친구가 내가 연주하려던 쇼팽의 즉흥 환상곡을 초등학교 1학년때 이미 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자존심이 상했지요』 그 길로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접었다.
『어릴 때부터 승부욕이 강했던 것 같아요. 그런 근성이 지금 게임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돼요』
리그오브레전드는 전세계인들이 즐겨 하는 인기 게임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사이에서도 「롤」을 모르면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다. 전세계인이 하는 게임이라 상위 10위까지는 모두 프로게이머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고2때 승훈군이 5위를 했다. 17살 아마추어가 하기 힘든 순위였다. 『삼성게임단에서 연습생 제의가 들어왔어요. 연습생으로 들어가면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상황이라 결단을 내렸죠.』
자퇴 후 연습생으로 있으면서 해외팀과 계속 경기를 했고, 성적이 우수하자 유럽팀인 프나틱에서 스카웃제의가 들어왔다. 만 17세가 돼야 프로선수가 될 수 있어 고3이 될 무렵 독일로 떠나 1년간 선수생활을 하며 롤드컵으로 불리우는 월드 챔피언쉽에서 준우승을 했다. 1년 계약기간이 끝날 무렵 북미 LCS팀에서 이적 제의가 들어왔고, 초기 계약금 보다 훨씬 많은 억대 연봉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세계 60개 프로게임 팀중 외국 선수는 2명만 선발할 수 있기에 전세계 모든 팀에 한국 선수들이 포진할 정도로 한국인들의 게임실력은 출중하다. 그래서 세계리그전에 나가도 한국선수들과 겨뤄야 할 때가 많다.
롤을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
『먼저 꿈을 찾으라』고 말해주고 싶단다. 막연하게 기계적으로 공부를 하다보면 결국 시간만 허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하고싶은 일을 고민하다보면 꿈이 보일 것이라고.
급변하는 게임시장에서 승훈군은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고비를 남겨두고 있다. 『입대하는 날까진 열심히 하고 그 후 꿈은 군대 다녀와서 꾸려고 합니다』
영어는 하나도 못했지만 선수생활을 하면서 프리토킹이 가능해 졌다는 승훈군. 『롤은 5명이 작전을 짜가며 해나가는 게임이어서 외국선수 비중을 2명으로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승훈군의 주 종목은 라이브 5개 중 탑이다. 그 중 덤블이라는 캐릭터를 주로 쓰는데 어렵지만 조작이 능숙하면 승률이 높다.
5월 중순경 미국으로 출국하는 승훈군의 성공적인 복귀를 기원해 본다.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