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현동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유규상)는 지난 여름 내내 마을버스 5번 종점에 위치한 서북운수 담벼락에 벽화를 그린 후 9월말 준공식을 가졌다. 다양한 벽화가 서대문 곳곳에 생겨나고 있지만 충현동 벽화 「환희」는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어 시선을 모은다. 현직 서양화가인 조인영 주민자치위원이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긴 벽에 작품을 그려낸 것. 충현동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서대문 마을버스 5번 종점 서북운수 오른편 담벼락. 좁은길에 자리잡은 높은 담벼락은 곰팡이가 피고 칙칙하게 변해 이곳을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답답하게 여겨왔다. 게다가 좁은 길에 오토바이나 차량이 무단 방치되곤 해 차량교행에 어려움이 많았고 보행자 인명사고가 나기도 했다.
뜨거운 여름 햇빛이 내리쬐는 8월 어느날, 이곳을 찾은 충현동 직원들과 주민자치위원들이 사다리에 의지해 담벼락 높은 곳에 남아있던 곰팡이 및 오물을 꼼꼼이 제거하고 하얀 페인트로 바탕색을 칠했다. 며칠 후, 충현동 주민자치위원인 조인영 서양화가가 더위도 잊은 채 밑그림을 그려낸 후 채색을 진행 했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추상적으로 그려진 작품은 각각 혼란의 시기- 소통과 화합-밝고 희망찬 물결로 변하는 소망을 상징한다.
조 위원은 『주민 동선에 맞춰 먼저, 삶에 지쳐 피곤하고 어렵고 힘든 우리네 삶을 표현했다. 이어 고통 속에서도 걸음을 내딛어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를 존경하고 배려해 밝고 희망찬 날들, 조화로운 마을로 변하는 모습을 그린 후 밝고 희망찬 물결이 세상에 가득하길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고 소개한다.
이어 『기존 벽화들과 달리 마을 특성을 상징적으로 담은 벽화를 그려 충현동을 어느 곳보다도 환하고 깔끔하게 만들고 싶었다』면서 『담벼락을 캔버스 삼아 현대미술을 펼쳐내고 싶었던 상상을 실제로 옮겨내 뜻깊고 보람있는 작업이었다』고 덧붙인다.
환희를 주제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 내부에는 문제가 참 많다고 본다. 내가 어릴 적 나고 자란 충현동 역시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 보다 소득격차가 심하고 아직도 노후한 곳이 많이 남아있다』면서 『누구나 마주하는 혼란의 시기를 잘 극복하고 서로를 도우며 환희 속에서 살아갈 순간을 그려봤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주민 여론 수렴에 도움을 준 윤상구 동장을 비롯 한 달여 작업 기간동안 함께해 준 정지일 주무관과 김은미 자치위원회 간사와 위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주민자치위원들은 지역을 위한 작품을 완성한 조 위원을 위해 작품 현판을 만들어 벽화에 완성도를 더했다.
조 위원의 어머니는 구순의 연세에도 높은 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딸의 안전을 걱정해 매일 현장을 찾았으며 준공식 때 고사떡을 돌린 것으로 알려져 훈훈함을 더했다.
유규상 주민자치위원장은 『벽화 조성을 계기로 주변 환경이 깨끗하고 안전해진 것은 물론 몰라보게 환하고 아름다워져 주민들에게 공통관심사이자 지역 명소로 자리잡았다』며 자랑했다.
충현동 윤상구 동장은 『환희 벽화를 조성한 후 화분을 설치하자 무단주차가 사라져 무척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충현동은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 9개 직능단체와 협력해 틈새 계층 이웃을 올 하반기에만 28가구를 발굴해 1:1결연을 맺고 지원하는 등 이웃돕기에 앞장서고 있다.
<김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