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쉬어가는 수필
스님 여전히 바쁘십니다
설산스님(백련자비원·사암연합회장)
2011-09-28 11:31
재소자를 대할 때마다 천진불을느끼며
몸은 바쁘고 마음은 가벼운 날들이 계속 되기를
설산스님
제가 세상 속에 들어가 있다 보니 만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름 석자만 대도 알 만한 분들로부터 집도 없이 떠도는 분들까지…. 더구나 머리 깎은 승려 신분에 예쁜 처자까지 인연을 맺고 지냅니다. 하여 저 역시 세상 속에서 부대끼기도 하지요. 사람들과 카페에서도 만나고, 술집에서인들 만나지 못할게 어디 있나요? 거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니 서슴없이 들어갈 수 있지요. 바랑 하나 걸쳐 메고 푸줏간인들 들어가지 못할까요?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다방에는 어떤 음악이 흐르고 어떤 사람들이 드나드는지, 푸줏간 고기값은 어떻게 되고, 그 곳 주인장 인심은 어떤지 알아야 면장도 하고 깨달음이 있지 않을까요? 더구나 사람이 사는 데는 배울 것이 많고 깨닫는 바가 많지요. 그러니 가는 것을 애써 가릴 게 아니죠. 애써 가리는 것이 마음을 괴롭게 하는 법, 마음이 서면 눈에 보이는 것은 허상일 따름이지요.

저를 만나는 사람들은 저를 반갑게 맞아줍니다. 저 역시 그렇지요. 그야 반가운 걸 어떻게 숨깁니까? 예쁜 처자라면 살풋 안아보고 반가움을 표현하지요. 마주하고 앉아 오순도순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누구네 강아지가 바람 피운 이야기까지 분위기가 질퍽해지지요. 그럴 때마다 세상 사는 맛을 느낍니다. 제가 벽면참선에 인생을 걸었더라면 느낄 수 없는 행복이지요.

저는 만나는 반가운 사람들에게서 부처님을 봅니다. 아무런 가식 없이 반가움을 드러내는 그 따뜻한 손과 뜨거운 가슴, 어찌 부처님이 아닌가요? 훈훈한 마음만 지녀도 부처를 느끼는 너그러움을 그분들은 만나면서 배웁니다. 스님이라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면 그것은 제 잇속을 드러내는 처사이지요. 그러니 활활 벗어던지는 거예요.

반갑다, 반갑다 하여도 한없이 반가운 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말씀을 드리는 거지요. 제가 만나는 재소자 분들, 그 들 손이 가장 반갑지요. 아니, 그만큼 저를 반갑게 맞아줍니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지요. 세상에 죄를 짓고 형벌을 받는 사람들이 저렇게 천진할 수가 있나요? 저는 그 분들을 천진불(天眞佛)이라 부릅니다. 누가 그들을 죄인이라 할 수 있나요? 저를 보고 싶어하는 연약한 어른들이지요. 법문을 하러 교도소에 드나드는데, 이성을 만나 사랑하는 감정처럼 그분들을 만나면 설레고, 마주하지 않으면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덩치 큰 어떤 형제는 저를 껴안고 웁니다. 많이 허락된 시간이 아닌데도 이처럼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마음, 그것이 바로 우리들이지요.

그래서 저는 사람은 참으로 착한 존재라는 사실을 믿지요. 한 순간을 참지 못한 죄인,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눈물납니다. 내 어머니, 내 자식, 내아내를 한번만 생각했더라면 그런 일도 없었을 텐데….
한분이 이러십니다. 『스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싶습니다.이제부터 제가 스님의 아들이 될 수 있을까요?』

편지에도 이런 마음이 한창입니다. 그래 저는 멋쩍은 표정이지만 마음만은 뿌듯합니다.
『처사님은 이미 제 아들입니다. 더불어 교도소 모든 형제들이 이미 제 형제요, 아들딸이니 편하실 대로 하시지요』
참으로 뿌듯합니다. 각박한 환경에서 이런 감정을 가질 수가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이다. 저는 이들에게 많은 꿈과 희망을 안겨주고자 노력합니다. 어떤 도움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따뜻한 마음이지요. 그 어떤 사식보다 마음을 담은 편지 하나가 이들에게는 더욱 필요하지요.

이 글을 빌어 재소자 분들의 안부를 묻습니다. 제가 자주 찾아가지 못한 교도소도 서둘러 짬을 내어 찾을 생각입니다. 사랑을 전하고 싶으니까요. 나이가 들수록 사랑이 넘칩니다. 이렇게 말하면 저더러 주책이라 할까요?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면서 보니 연세 드신 분들이 의외로 사랑이 강합니다. 그분들은 작은 정성에도 가슴이 충만해져 기쁨이 더욱 ㅋ지는 것을 느낍니다. 제 한 몸 가누기 힘들어 보이는 어른들도 사랑이 가득합니다. 어떤 분은 꺼져 가는 희미한 에너지를 안고 급식소에 오시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힘이 넘칩니다. 사랑에 굶주려 있다가 사랑이 충전해지니 몸의 기운이 되살아난 거지요
교도소에서 만난 분들도 그렇습니다. 그들이 어디서 사랑을 느끼겠습니까? 면회 온 가족에게서 따뜻한 사랑을 맛보겠지만, 주위의 사랑을 받고 싶은 것도 당연한 욕구이기 때문이지요. 승려로서 가진 것은 없지만 그들에게 주고픈 사랑은 큽니다. 그렇게 제게는 몸은 바쁘고 마음은 가벼운 날들이 계속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