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신관 지하 조리실은 초로의 남성 어르신들이 만드는 요리 열기로 가득하다.
앞치마를 두른 어르신들이 열을 내뿜는 가스렌지 앞에서 더위도 잊은 채 불 조절을 하거나 칼질 하는 모습은 사뭇 진지하다.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이 서울시의 후원을 받아 진행중인 은퇴남편증후군 극복을 위한 특강, 삼시 세끼 프로젝트 중 요리 실습의 한 장면이다.
복지관 측은 집밥 열풍과 더불어 남자 요리사 프로그램 등이 사랑받고 있는 시대를 반영 요리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지난 5월 1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현재까지 8회째 진행했으며 참가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은퇴 후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막막해하거나 삼시 세끼를 집에서 해결하는 남편들을 위한 요리교실과 재무 교실 등을 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스스로 밥을 챙겨먹을 수 있는 삼시 세끼 프로젝트는 단연 인기다 .참가자들의 준비물은 빈 밀폐용기 2개와 자신만의 앞치마 단 두 가지 뿐. 매회 실습 재료 준비 및 수업료는 무료다.현재 20명의 남성주민이 신청, 참가했다.참가자들은 수업을 직접 들어며 간단한 조림, 무침류를 비롯 된장찌개 등 집에서 주로 먹는 반찬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다 만든 요리는 미리 가져온 통에 담아 집에 가져갈 수 있어 더욱 반응이 뜨겁다. 홀몸 어르신의 경우 이 반찬으로 몇 주간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고 전했다.
12일 열린 요리 수업은 돼지고기 장조림과 노각무침을 만드는 시간으로 꾸며졌다.감재민 요리강사의 지도에 따라 참가자들은 된장, 대파, 생강을 넣고 팔팔 끓인 물에 덩어리 고기를 10분 삶은 뒤 식혀낸 고기를 잘게 찢기도 하고, 늙은 오이를 얇게 썰어 물기를 짜낸 뒤 조물조물 무쳐낸다.
『노각을 너무 얇게 썰어도 아삭한 맛이 떨어져서 적당히 써는 게 중요해요』
감 강사의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참가자들은 귀를 기울인다. 참가자들은 은퇴한지 3년 미만의 60대 주민이 다수지만 50대 중반부터 70대 후반까지 참가중이다.
윤은지 담당복지사는『대부분 요리가 처음인 분들이지만 이번 기회에 꼭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분들이 많았다』면서『스스로 끼니를 챙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참가자 하은환 씨(64세, 천연동) 는 『앞서 요리를 배우고 싶어 한식조리 과정을 듣기도 했다. 시험 위주라 실제로 해먹을 수 있는 메뉴가 적었다. 드디어 내가 찾던 요리수업을 받게 돼 기쁘다』 며 웃음 짓는다. 이어『뚝딱 만들지만 간이 잘 맞아 뿌듯하다』고 덧붙인다.
근처에 살고 있었지만 복지관을 처음 찾은 오광복(66세, 남가좌동)씨는『내가 만든 장조림을 가족들과 나눠먹을 때 기분이 묘했다. 손주들에게 계란말이를 해주며 뜻 깊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면서 『앞으로는 웰빙 댄스에 도전해보려 한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한편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의 지역연계프로그램은 참가주민들 중 평균 70%이상이 여성으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남성이용자의 참여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