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록 나뭇잎들이 싱그러움을 더하는 이대앞 티앙팡(2001년 오픈, 대표 임현정)은 숨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도시속 시간이 잠시 정지된 듯한 착각을 안겨준다.
입구부터 조그만 티백 차들과 함께 주인장이 직접 만든 트리플 베리 잼들이 앙증맞은 병에 담겨 개당 1200원에 판매중이다. 손님들이 직접 만든 잼의 맛을 느껴볼 수 있도록 한 주인장의 배려다.
임현정 사장은 2001년 당시만해도 드물었던 동호회를 그것도 홍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운영하면서 이대 앞에 찻집을 내게 됐다. 직장에 다니고 있었던 임 사장은 차에 대한 애정으로 그간 모아왔던 수백 종의 차와 찻잔을 가게에 비치하고 동호인들의 차에 대한 교류를 이어나갔다.
『현재 티앙팡의 건너편에 오픈했던 첫 가게는 8평에 테이블 4개를 두고 시작했어요. 일본인인 남편 역시 차를 좋아해 시작하게 된 일이었지만, 커피도 없고 금연카페로 운영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망할거라고 걱정하기도 했었죠』라고 말하는 임사장. 그러나 지금까지 15년째 티앙팡은 그때 그 자리에서 가게터를 맞은편으로 옮겼을 뿐 홍차 전문점의 이름을 지켜가고 있다.
티앙팡에는 국내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다양한 차 350여종을 비롯해 차와 함께 어울리는 디저트들을 판매한다. 디저트로는 머핀과 치즈케익, 푸딩, 스콘(겉은 바삭하고, 안은 빵과 같이 부드러운 쿠키), 호박타르트, 러시안 티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계절별 살구 잼, 트리플베리 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디저트가 유기농 재료를 이용해 모두 티앙팡에서 만들어 진다는 점이다.
슈가 파우더 까지 유기농 설탕을 갈아 만드는가 하면, 케익 위에 얹는 팥 가루도 직접 삶아 채어 걸러 올린다. 바나나 향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바나나 에센스도 바닐라 콩에 슈가를 섞어 직접 만든다. 냄새는 우리가 아는 바나나와 다르지만, 맛은 훨씬 깊어진다는게 주인장의 설명이다. 1년에 딱 한달 나오는 밤호박으로 만드는 호박타르트는 유기농 호박을 사서 삶아 보관하기도 한다. 2~3개를 넣어야 파이 하나를 만들 수 있어 단가가 비싼 편이지만, 제대로 된 슬로우 푸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유기농과 좋은 재료를 고집하는 임현정 사장의 이유있는 답변이다.
『디저트에는 식물성 마가린보다 6배 정도 비싼 무염 버터를 사용해요. 동물성 지방이 몸에 나쁘다고 알고 있지만, 잘못된 정보에요. 버터를 넣어야 깊은 향이 나죠.』
이 곳의 인기 디저트는 단연 치즈케익이다. 크기도 타 빵집보다 크지만 유기농 우유로 정성들여 만드는 케익은 하루 전 주문해야 할 만큼 효자 품목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임사장은 아침에 나와 치즈케익을 굽는다. 하루 정도 냉장고에 숙성시켜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어서 티앙팡을 케익전문점으로 알고 오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다.
홍차 역시 정성이 들어가긴 마찬가지다. 손님이 차를 주문하면 2개의 포트를 데운다. 하나는 차를 내리는 포트이고, 또 하나는 손님에게 전달될 포트다. 찻잎을 우리는 시간에 따라 차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티메이커로 만들기 보다는 일일이 임 사장이 차를 내린다. 3~4분간 우려낸 차는 데워진 포트에 담겨 티코지를 엎어 손님테이블로 전달된다. 티앙팡에서 가장 인기 좋은 베스트 메뉴는 다즐링과 아삼, 실론, 기문 티 등이다. 요즘은 여름철이라 과일을 우려서 얼음 대신 넣는 아이스 홍차가 많이 나간다. 과일을 얼려 넣기 때문에 얼음이 녹아도 홍차와 함께 과일향을 느낄 수 있는데 이때 얼림 과일로는 주로 망고와 딸기, 블루베리, 사과 등이 사용된다.
주문 후 일일이 만들어 내다 보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속한 찻집에 익숙한 손님들은 이를 알리 없다.
『주문하고 오래걸린다고 그냥 가시는 손님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티앙팡을 아는 단골고객들이 늘어 차맛을 즐기시는 분이 많아요』 처음 가게를 오픈했을때만 해도 메뉴판을 훔쳐 가는 사람도 많았다. 그만큼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차 전도사 역할을 해왔다.
차를 사랑하는 티매니아를 위한 슬로우 푸드 찻집 티앙팡.
아름다운 찻집 티앙팡을 찾아 요즘 주인장이 정성을 쏟아 담은 살구 잼과 아삼차 한잔의 매력에 빠져보는것도 좋을 듯 하다.
(문의 02-364-4196)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