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인터뷰
연희동 궁동산 20년 지켜온 고대균 어르신
sdmnews 옥현영 기자
2015-05-06 14:41
쓰레기버려지던 궁동산에 코스모스 가꿔
나이들 수록 겸손, 비워내는 삶이 건강의 비결
궁동산의 훼손을 안타까워 하며 코스모스 꽃밭으로 가꾸기 시작한 고대균 어르신, 현재 궁동산은 주민들의 손에 의해 지속적으로 관리가 이어지고 있다.

남북가좌동과 연희동 주민의 산책로로, 쉼터로 애용돼 온 궁동산 임야가 최근 대지로 형질변경이 승인되면서 녹지 훼손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 20여년간 산을 지키며 봉사 해 온 고대균(본명 고두영) 어르신의 사연이 알려져 눈길을 끈다. 지난 1996년부터 7년간 쓰레기로 방치된 궁동산에 꽃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코스모스를 키워왔던 고대균 씨는 올해로 83세를 맞았다. 그가 가꾸던 코스모스 꽃밭은 궁봉산악회가 이어받아 가꾸어오다 현재는 또다른 주민들의 손길에 의해 꽃밭 가꾸기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남가좌동에 거주하던 고대균 씨는 우연히 궁동산을 산책삼아 올랐다 쓰레기가 버려진 현장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했다. 『매일 산을 오르며 쓰레기가 보이는대로 주어들고 내려왔지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소용없는 일이라고 했지만 보고 둘 수가 없었어요』
쓰레기를 치우는 날이 거듭될수록 궁동산을 찾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잦아들었다.
그 뒤에도 꾸준히 궁동산을 오르던 그의 눈에 태풍에 쓰러진 아카시 나무가 눈에 띄었다.
나무를 치우고, 쓰레기가 모였던 그 곳을 코스모스 꽃밭으로 가꾸기 시작했다.
매일 양손에 1.5리터 들이 물병 3개씩을 들고 산에 올랐다.

가을이 되자 반달 모양의 예쁜 코스모스 꽃밭이 완성됐다. 4층 높이의 가파른 길을 오르내리며 꽃밭을 7년쯤 가꾼 뒤 주민들이 하나둘 나서서 꽃밭의 관리를 이어받았다. 처음에는 궁봉산악회원들이 훼손된 궁동산을 보존하고자 코스모스 꽃밭을 가꾸었고, 현재 역시 주민들이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모래내시장을 찾아 환경정화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는 길가의 쓰레기를 줍고, 맨 손으로 오물들을 걷어냈다. 작은 봉사였지만 그에겐 참으로 의미있는 행동이었다고 회고한다.

현재 고대균씨는 인터넷 블로거로 활동중이다. 「청림도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인 그는 명지대학교에서 진행한 컴퓨터 수업을 통해 블로그 운영방법을 배웠고 조금 다른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중이다. 다양한 철학서를 읽고 공부하며, 현재 이기심에 가득한 세상을 서로 배려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기 위한 나름의 철학들을 블로그에 담고 있다
고대균 씨는 『궁동산의 코스모스 꽃밭을 가꾸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라기 보다 이기심을 버리고 이타심을 가져야 한다는 어떤 이끌림에 의해서였던 것 같다』고 설명한다. 처음에는 무심코 시작한 일이었으나 하다보니 결국 궁동산을 살리고, 지역 주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봉사의 시작이 된 덕분이다.

고대균 씨는 지금도 『궁동산의 104고지는 이념 대립으로 인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곳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곳을 지키고 보전하는 일은 의미가 크다』고 설명한다.
앞으로도 자신과 같은 고령자, 노인을 시작으로 자신의 철학을 강의를 통해 전파하고 싶다는 고대균씨는 다툼없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일에 노력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다.   

고대균 어르신이 운영중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kdy350124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