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쉬어가는 수필
참으로 아름다운 봉사가족
설산스님 (백련자비원·사암연합회장)
2011-08-22 16:25
가난한 분들의 작은 정성, 그 가치는 훨씬 높아
남에게 베푸는 것은 자신에게 베푸는 것
설산스님

어머니와 아들, 모자간에 봉사하는 경우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난해 8월인가 어머니와 아들이 무료급식에 봉사하러 왔습니다. 처음 봉사해 보는 눈치인데, 노인들의 식사하는 모습을 여간 눈여겨 보는 것이 아닙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신 친정어머니 생각이 난다며 눈물을 글썽입니다. 중학생인 아들도 새삼 이런 광경을 목격하며 가슴이 뜨거워진 모양입니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봉사 후원자 모집 용지를 한 장 가지고 가더니 며칠 뒤에 그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동안 많은 것을 너무 모르고 지냈다며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매달 5만원의 후원금을 보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관심을 가져주신 것 만으로도 고마운데 거기다 후원금까지 보내주겠다고 하니 참으로 고맙고 고마운 일입니다.

며칠 뒤에 그 분에게서 또 전화가 왔습니다. 봉사하는 분들은 목소리도 천사처럼 곱습니다. 정말 제 귀에는 천사의 목소리처럼 들립니다. 그런 목소리를 듣는 것이 더 없이 행복합니다. 그 분은 전화에 대고 기쁨을 감추지 못합니다. 무슨 대단한 일이 있나 싶었죠.

『무슨 좋은 일이 있으세요?』
『저 번에 봉사하고 돌아온 아들이 용돈을 아껴서 만 원씩 후원금을 내겠다고 약속했다지 뭐에요』
정말 기쁨을 감추지 못할만한 일입니다. 그 학생이 기특하기만 합니다. 봉사할 때 보면 어린 학생이 어떻게 저리도 진지할 수 있나 싶더니 그런 결정까지 한 모양입니다. 그런 전화를 받은 제 마음도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애틋한 느낌이 듭니다. 버스 요금도 아깝다고 걸어다니는 구두쇠 아들이 화장실 청소까지 하면서 받은 용돈을 후원금으로 내놓겠다니 제 입장에서는 송구할 따름입니다.
지금 어머니와 아들은 처음의 약속을 실천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대견해 하고, 아들은 어머니를 더욱 존경하고 사랑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봉사하러 올 때의 표정도 처음보다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이제 그 두 분은 어엿한 봉사회 식구가 되었고, 처음처럼 어색한 분위기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봉사하는 내내 활기가 넘쳐,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흥겨운 마음이 절로 납니다.

제가 보기에 가정 형편이 넉넉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납니다. 더구나 중학생 아들과 그 어머니가 보내는 후원금 6만원은 결코 값으로 따질 수가 없습니다. 그 돈에는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무량한 가치가 들어 있습니다. 참으로 존경심이 우러나는 가족입니다. 두 분의 고마음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아니, 제가 이 승에서 이 분들게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복은 내가 짓고, 내가 받고, 내가 누립니다.
오늘날, 우리 곁에도 새로운 기부 문화가 싹트고 있습니다.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내미는 따뜻한 손길을 많이 접합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희망을 버릴 수가 없는가 봅니다. 가진 사람들의 기부보다는 가난한 분들의 작은 정성의 가치로 훨씬 높은 법입니다. 그 자체가 너무가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습니다. 남에게 베푸는 것은 자신에게 베푸는 것이기도 합니다.
베푸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