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환경
70% 사유지인 궁동산 우려했던 형질변경 승인
sdmnews 옥현영 기자
2015-05-06 10:02
예견된 수순, 철저한 조사 통해 녹지훼손 막아야
형질변경 단초는 서부교육지원청의 도로측 땅 교환
토지주 E회사 정치인, 구의원 접촉 시도, 철저한 조사를
왼쪽은 최근 산 89-1번지에서 대지로 전환된 곳이다. 이 지역은 도로폭 미확보로 형질변경이 불가능했었으나 서연중학교가 소유한 도로쪽 토지와 아래 경계선쪽의 땅 교환이 이뤄지면서 형질변경 요건이 충족됐다.
오른쪽은 공사 현장에서 포크레인이 나무를 베어내고 토목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의적인 산림훼손, 비오톱 1등급 조정신청
토지매입 10년간 녹지 훼손 방치, 관리감독 책임은?

수십 년간 자연경관지구로 보전돼 온 궁동산의 앞자락이 한 개발업자에 의해 파헤쳐지는 것은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이 지역은 2013년 7월부터 불과 1년 사이에 비오톱 1등급지의 기준이 유형평가 3등급, 개별평가 2등급으로 완화됐고, E회사가 형질변경 신청 조건이었던 도로폭 확보를 위한 토지교환까지 서부교육지원청이 받아들이자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E회사의 허가 과정은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치밀한 계획하에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2009년 토지형질변경허가 신청을 한 E회사에 대해 구는 개발을 위한 도로폭 6m가 확보되지 못했다며 반려했다. 그 후 지난 2013년 2월 E회사는 서울시에 비오톱 1등급지에 대한 등급조정을 신청한다. 비오톱 1등급지는 녹지보존지구로, 어떤 개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후 E회사측은 7월25일 서울시로부터 비오톱 등급이 유형평가 3등급, 개별평가 2등급이라는 조정통보를 받는다. E회사의 토지매입 10년만의 일이다.

여기에 의문이 생긴다. 인근 주민 K씨는 『해당 토지주가 제초제를 살포하는 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다. 비가 오면 독극물이 주택가로 흘러들어간다며 항의했다』고 말한다.
또 서대문구는 『태풍 등으로 나무가 유실돼 토사유출을 우려한 구가 다시 나무를 심었더니 토지주가 개인사유지에 불법 식재를 했다고 민원을 제기, 다시 뽑아낸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런 증언은 서울시의 행정심판 제결서에도 명시돼 있다. 토지주가 『궁동공원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은 서대문구가 무단식재를 한 불법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내용이다.

또 다른 자료도 있다. 197회 2차 본회의 구정질문을 통해 당시 연희동 구의원이었던 김재관 의원은 『서연중학교 뒷부분 인접 임야를 누군가 조금씩 벌목하고 나무를 고사시키고 있다. 울창한 산림을 벌목 허가도 없이 훼손하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실질적 임야이며 104고지 연접 지역의 형질변경 및 건축허가를 해준다면 70%가 사유지인 궁동산 생태공원은 사라질 것』이라며 훼손 사진을 공개한 뒤 강력한 대책을 구에 요청한 기록이 있다.
즉 토지주가 고의적으로 산림  훼손을 방치했거나 방치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형질변경 승인을 위한 도로폭 6m확보
서부교육지원청은 왜 교환과 매각을 우선했을까?

서대문구는 연희동 산 89-1번지의 형질변경이 가능해진 또다른 이유는 서부교육지원청의 토지 교환 및 매각 의사였다.
E회사가 해당지역 1500여평에 연립주택 24세대를 건립하기 위해서는 도로쪽의 땅 확보가 선행돼야 했고, 서연중학교가 이 땅의 주인이다. 회사측은 새로 측량을 했고, 서연중학교 후문 팬스땅 14㎡가 E회사 측의 소유임을 알게되자 원상복구 하거나 자신들이 필요한 땅과의 교환을 요구했다.

그런데 왜 서부교육지원청은 팬스의 재설치 대신 토지의 교환과 매각을 선택했을까?
서부교육지원청 재정지원과는 『단순한 토지의 맞교환이었으며, 서대문구의 형질변경 승인 선행이 조건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단순한 교환이었다면 왜 형질변경 승인을 전제로 했으며, 또 팬스 재설치 예산이 필요했다면 서울시교육청에 지원신청을 했어도 되는 상황이었으나 그 어떤 검토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문가 한 명 없이 교육청 각과장 및 간부 7인만이 참석한 공유재산심의회를 통해 이같은 결정을 진행했다는 점은 이해할 수가 없다.

취재가 진행되자 서부교육지원청 측은 『우리는 아직 토지 교환이나 매각에 그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형질변경 승인이 나는가?』라고 되물었지만 이미 지난해 7월 서부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서연중학교 도시계획시설 학교용지 결정 변경신청을 접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신청으로 서대문구가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어 형질변경 신청을 부결했고, 이 판결에 불복한 토지소유주 E회사 측이 행정심판을 통해 뒤집은 것이다.
행정심판위의 취소재결에 불법 위법성을 검토한 구는 고유한 위법이 없다는 이유로 결국 올해 4월 E회사 측의 형질변경 신청을 승인했다.
이로인해 E회사 측은 공시지가 1㎡당 18만원이었던 토지 1500평을 대지로 전환, 수십배의 시세차익을 챙기게 됐다.

법률전문가로 구성된 준 사법기관 행정심판위
현장상황 검토 없는 법리적 해석이 최선인가?

서울시 행정심판원회가 서대문구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형질변경 승인 부결을 뒤집은 이유는 「입목본수가 개발행위허가 기준인 51%를 하회하고 있는점, 연접 토지상에 다가구 주택이 들어서 있는 점, 지목과 현황이 임야로 돼 있으나 식재 수목의 90%가 아카시 나무로 보존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이유로 「개발행위 불허는 공익의 목적보다는 재산권 제한에 대한 청구인의 불이익이 크다」며 개발행위 불허가 처분을 취소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은 서대문구 연희동 산 118번지를 중심으로 1940년 3월 12일 조선총독부고시 제208호로 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 후 1983년 4월 15일 서울특별시고시 제221호로 지적고시 되었고, 1992년 1월 29일 서울특별시고시 제26호로 미시설 근린공원으로 최종 결정 고시했으며 공원이름은 궁동(宮洞)공원으로 명명했다. 이곳에는 11종 56개의 공원시설이 있어 연희동 주민은 물론 남북가좌동 주민들의 쉼터와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다.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주민들의 허파 역할을 해 온 궁동산의 중요성을 알기에 지난 2013년 서대문구의회를 통해 해당 구의원은 『이 곳은 도시계획 시설이 아닌 일반임야로 비오톱 등 조건만 맞으면 형질변경 및 건축허가가 가능한 지역이다. 그러나 현실은 등산로 입구로 울창한 산림지역이므로 도시계획시설인 공원용지로 지정 후 서울시와 우리 구에서 매입해 주민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건의한 바 있었다. 인근 지역주민들이 이 곳의 공익적 역사적 의미가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감안한 제안이었다.

또 학교와 바로 인접한 해당 지역이 공사가 진행될 경우 피해를 입게 될 학생들의 교육환경과 학습권에 대한 고려도 행정심판에는 빠져 있다.
해당 학교 학부모들은 『공사사실을 전혀 몰랐다. 해당 회사나 학교로부터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면서 『곧 여름이 오는데 1~2년간 아이들의 학습권을 저해하는 공사가 어떻게 가능한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이 지역은 주민들은 공사에 반대하며 청와대 국민신문고를 비롯해 상급기관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받고 있다. 이같은 민원이 일자 E회사 측은 관내 정치인, 해당 구의원들과의 접촉을 시도하며, 공사를 강행할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