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등학교가 지난 2일 점심시간 급식실 앞에서 급식비 미납학생의 명단을 일일이 공개하고, 납부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6일 이같은 내용이 한 일간지를 통해 알려지면서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서부지회(이하 참학, 지회장 송성남)은 충암고등학교를 항의 방문해 학교측에 진위여부를 묻고 공개사과를 요청했다.
충암고등학교 박상국 교장은 급식비 검열 사태에 대해 『학교측의 급식비 미납 액이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6000만원에 달하는 등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힌 뒤 『언론보도와 같이 교감이 아이들에게 꺼져라, 내일은 오지 말아라 라는 등의 비교육적 말을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박교장은 또 『이 곳은 학교다. 학교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학생들에게 비교육적인 막말을 할 수는 없다. 갑작스러운 언론보도로 오전 내내 전화가 쇄도해 피해 학생을 통한 진위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교감을 통해 언론내용이 확대 보도됐다는 보고를 들었다』고 밝혔다.
충암고등학교는 고등학교 1400명, 중학교 1100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으며 이 학생들의 급식을 일괄적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급식질 문제가 그간 논란이 돼 왔다.
특히 이번 급식검열 문제가 발생한 고등학교의 경우 1400명 재학생중 350명이 급식비 지원대상이고, 나머지 1050명중에서도 급식비를 납부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 급식비 미납액이 지속적으로 늘자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학생들에게 교감이 직접 이를 독려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충암고등학교 급식비 적자금액은 2012년 1696만9600원, 2013년 2646만7950원, 2014년 1601만6600원 등이 누적돼 심각한 재정적자를 안아왔다.
충암고등학교 행정실에 따르면 『2015년 졸업생 기준 미납금액이 2328만원이다. 이 돈은 이미 졸업한 학생들의 미납금으로 받을수도 없다』고 설명하면서 『10명 정도는 1년 가까이 단 한번도 급식비를 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국 교장은 『2013년의 경우 회계마감을 할 수 없어 급식비 결재를 맡은 책임자인 교장 400만원, 행정실장 400만원, 교감 250만원을 개별입금해 마감을 하고 돌려 받은 사례도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은 뒤 『시설비 지원예산이 없어 급식실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1학년은 공간이 부족해 교실배식을 하고 있다. 올해 학생수가 줄어 교실 6곳을 비워 급식실로 공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안전문제로 기둥을 철거할 수 없어 교실상태로 두고 배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회의 결과 2~3일 정도 학생들에게 직접 계도하기로 하고 첫날 급식비 미납자 명단을 교감선생님이 책임을 맡아 학생들에게 알려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항의방문을 실시한 참학부모회원들은 『급식비 수납을 독려하기 위해 학생들을 상대로 급식검열을 실시한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나?』라고 물으며 『어른들의 잘못을 친구들 앞에서 지적하는 것은 밥을 먹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이라고 지적했다.
또 급식실을 둘러본 참학 송성남 지회장은 『급식실이 도저히 밥먹는 곳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지저분 하다. 규정이라고는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는 듯 하다. 도대체 저런 열악한 곳에서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밥을 먹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고 밝혔다.
송 지회장은 『한 학생은 급식실 뿐 아니라 화장실도 너무 좁고 시설이 낙후돼 큰 일을 보려고 집에 다녀오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면서 사립고등학교인 충암이 학교 운영 여력이 없다면, 교육청에 공립고등학교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등 다른 방법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암고등학교 홈페이지에는 박상국 교장이 사과문을 통해 『수많은 언론 보도로 인하여 하루 만에 사실의 진위 여부를 가릴 사이도 없었었다. 이제 하루가 지나 오늘부터 진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앞으로 다 할 것을 모든 분들에게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실제로 충암고등학교는 2008년 서울시교육청 안전점검에서 최하등급을 받아 재난안전위험시설로 분류된 바 있다. 또 서울시교육청의 사학재단 점검에서도 여러 문제가 발견되기도 했다. 2011년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에서 충암고가 속한 충암학원은 공사비를 시설보수에 쓰지 않고 과다 계산해 부정이득을 취하는등 비리 32건이 적발됐다. 또 감사 결과 비리가 적발됐지만 지적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5개 학교법인에 대해 시설사업비 지원을 중단되기도 했다.
이같이 열악한 학교에서 아직도 2500명의 학생들이 점심을 먹고, 공부를 하며 꿈을 키워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지원청과 교육부의 시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