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소를 운영하기 전에 종묘 공원과 파고다 공원에서 여러차례 무료급식을 했지요. 그때 공원 관리자들은 저마다 자기네 공원에서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여서 다른 장소를 물색하러 많은 곳을 오가기도 했지요.
그런데 무료급식소를 한다고 하니 아무도 장소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가 생각해도 참 염치없는 일이지요. 제가 보기에 그 정도면 더 없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서 건물 주인에게 부탁하면 건물가치가 떨어진다고 고개를 흔들 뿐입니다. 그렇게 여기저기 장소를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판 것도 여러해가 지났지요.
그때마다 처진 몸을 이끌고 돌아와 무릎을 꿇은 채 밤새워 기도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밥을 굶는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듣고 그에따라 마음도 몸도 피폐해진 분들이 부지기수라는 말을 들을때 마다 몸이 바빴습니다.
그러던 중 이영숙이라고 자기를 소개한 보살님이 이 소식을 듣고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그 분은 관세음보살 그대로이십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자기 건물을 무료로 빌려주시겠다고 하십니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있나요. 고맙고 고마워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다른 사람한테 세놓으면 당장 적지 않은 돈이 들어올 텐데, 그 마음을 접고 제게 거저 빌려주시겠답니다. 부처님이시지요, 살아계신 부처님이시지요.
그마음 변할까 싶어 득달같이 달려가 계약하고, 청소를 하고, 서둘러 손을 본 뒤에 무료급식을 시작했습니다. 가슴이 한없이 미어질 듯 하더군요.
그렇게 무료급식소를 열고 보니 어려운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생각처럼 수월하지도 않았고, 제가 그만한 경제적 여건도 되지 못하다 보니 보람에 앞서 안타까움만 쌓였지요.
「고생을 자초하는구나」 이런 생각도 없지 않았지요.
하루에도 몇번씩 속으로 힘들다 중얼거리다가도 땀 흘리며 일하는 자원봉사자 분들을 볼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듭니다. 더불어 비록 한 끼 식사지만 맛있게 드시고 가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힘이 생기고 보람을 느낍니다. 그렇게 내가 힘들어도 누군가를 위해 베푼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요, 기쁨을 얻는 일임을 깨닫습니다.
하루는 일흔이 넘으신 할머니 한 분이 밥이 떨어진 후에 오셨습니다. 이미 점심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나 밥을 새로 하기도 어중간했지요. 봉사하시는 분들도 한 분밖에 없는 터였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표정이자 할머니께서 눈치를 채셨는지 밖에 나가 빵이나 사 먹겠다고 하십니다. 돈이라도 있으시냐고 웃으며 물었더니, 교통비만 남았는데 걸어갈 힘은 된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말씀하시는 것이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냥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나가시려는 할머니를 붙들어 앉힌 다음 밥통의 누룽지를 정성껏 긁어내어 콩나물국에 말아드리자 맛있게 잡수십니다. 그 모습을 보는 저도 배가 부릅니다.
누룽지 마저 없을 때는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급식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뒤에 70대 할아버지 한 분이 오셔서 식사가 남았느냐 하십니다. 어쩔 수 없이 밥이 떨어지고 없다고 말씀드리자 어깨가 늘어집니다. 물이나 마시고 가겠다면서 정수기 물을 다섯 컵이나 드십니다. 얼마나 허기가 졌을면 그럴까요? 생각할수록 목이 메입니다. 그 후로는 혹시나 싶어 라면을 박스로 준비해 식사가 모자랄 때 라면을 끓여드리기도 합니다.
찾아오시는 모든 분들이 저마가 기구한 사연을 안고 계십니다. 그래서 더욱 하루 두 끼, 아니 세끼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간설하지만 그럴 여건이 되지 못하는 제 형편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우리 급식소가 한 끼의 따뜻한 밥을 짓는 것오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따뜻한 나눔의 장소가 되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급식소 안에서 서로 의지하고, 위로 받으며 마음의 문을 여는, 따뜻한 정과 사랑의 공간이 됐으면 하고 바랍니다.
쌀도 문제고 부족한 일손도 걱정입니다. 있는 사람들이야 쌀은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도 한 끼의 식사로 하루를 버텨야 하는 분들께는 목숨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쌀이 많아도 손이 부족하면 꾸려 나갈 수 없지요. 200여 분의 식사를 꾸리는 데 얼마나 많은 일손이 필요한지 아시나요? 그럼에도 화내는 기색 하나 없이 봉사하시는 분들이 고마울 따릅니다. 이런 분들 때문에 메마른 사회가 이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참으로 소중한 분들입니다.
급식소 운영에 도움을 주시는 많은 분들게 이 글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은 제가 평생 갚아야 할 빚입니다. 그 마음 어이 부처님이 아니겠습니까? 남들 앞에 천번 만번 감사의 절을 올려도 은혜를 갚을 수는 없겠지요. 그럴수록 고마우신 분들입니다.
쉬어가는 수필
한 없이 소중한 부처님들
설산스님
2011-08-09 17:58
한끼의 따뜻한 밥도 중요하지만 먼저 따뜻한 나눔의 장소 되기를
설산스님 (백련자비원·사엄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