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청양의 해가 밝은 지난 5일, 서대문구 연희동에 거주하는 김준식(57세) 씨는 신장 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뒤 퇴원을 하루 앞두고 새해를 여는 각오로 가득 차 있다.
아버지에게 신장을 이식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김 씨의 막내 딸인 김은지 양(명지고 2년·18세)로 이들 부녀의 사연은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 서대문 주민들에게 훈훈함을 안겨주고 있다.
8시간이 걸린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약 20여일만에 퇴원하는 김씨는 『호전이 빨라 수술 동기 중에 가장 먼저 퇴원을 하게 됐다. 10년은 젊어진 것 같다』며 『특히 입퇴원을 반복하는 동안 신장 병동인 14층 의료진 대부분과 친해졌다. 잘 치료해준 의료진과 주위 이웃들에게 감사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특히 김 씨는 선뜻 신장을 기증한 딸 은지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눈시울을 붉혔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큰 딸(31세)이 먼저 이식해주겠다고 나섰는데 여러 사정을 감안해 막내딸이 용기를 냈다. 이식을 결정하고 1주일 동안은 가슴이 먹먹해 잠이 오질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10년 전, 동네 병원에서 간단한 건강검진 결과 단백뇨 진단을 받고 검사차 세브란스를 찾았다 만성신부전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신장은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서서히 병세가 악화됐다.수치 관리만 꾸준히 해왔는데 최근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한번에 4시간이상 걸리는 투석을 수시로 해야했다』며 힘겨웠던 기억을 떠올리면서도 『그래도 일찍 병을 발견해 치료를 시작한 나는 행운아 였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수분이 신장을 통해 걸러 배출되지 못해 몸에 쌓인 요독. 수분 등을 모조리 빼내는 투석을 받다 보니 심할 때는 한꺼번에 체중이 3.6kg 이상 줄기도 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신장은 15%만 기능이 남아 있어도 생활이 가능하지만 김씨는 최근 몇 달전부터 병세가 악화돼 투석을 해도 건강이 좋지 않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게 됐고, 이 과정을 지켜보던 막내딸 은지가 기증을 결심했다.
하지만 신장 기증이 원한다고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적합성 검사 및 여러 절차를 거쳐 막내딸의 방학에 맞춰 수술을 하게 됐다고 김씨는 털어놓는다.
특히 막내딸 은지양은 아버지와 조직적합도 검사에서 8개 중 6개가 일치할 정도로 유사해 수술시 부작용이 최소화 될 수 있는 좋은 조건이었다.
8시간을 수술을 마친 김씨는 퇴원시까지 면역 억제제를 맞으며 안정을 취해 왔다.
그는 『반년정도면 운동하고 북한산 정도는 등산도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며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갈 기대에 부풀었다.
마포에서 정밀 기계부품을 납품하는 공장의 대표로 일해 왔다는 김씨는 수술과 입원동안 공장 가동을 멈춰뒀다. 거래처의 약속을 미물 수 없는 일의 특성과 가장으로서 생계 활동을 위해 마냥 편히 쉴 수만은 없다고 했다.
『퇴원하는 데로 외부에 맡길 것은 맡기고 건강을 지키며 일해나갈 것이다. 수술한 덕에 벌써 부었던 체중이 7㎏이나 빠져서 몸이 날아갈 듯 가뿐하다. 앞으로도 요독이 더 빠지면 가벼워 진다고 한다』며 기뻐하는 김씨는 『마구 치솟던 혈압이 안정되고 시력도 좋아져 젊어진 기분이다. 가족의 희생으로 소중한 건강을 되찾은 만큼 잘 관리해서 일도 열심히 하고 주위를 돌볼 생각』이라고 미소를 보였다.
<김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