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의회 제209회 정례회가 진행중인 지난 25일 오전, 긴급 의원 총회가 소집됐다.
하루 전날인 24일 행정복지위원회를 통해 서대문구가 상정한 「서대문구 생활임금조례안」에 대한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두고 해당과인 정책기획담당관과 직원들의 전문위원에게 폭언을 행사한데 대한 대랙 마련을 위한 총회였다.
의원총회에 참석한 한 의원에 따르면 『이날 총회를 통해 의원들은 정책기획담당관의 보직 변경을 요청하는 한편, 이를 서대문구가 받아들이지 않을경우 정책기획담당관과 관련한 모든 의회 일정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대문구의회 의원들이 이같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서대문구 정책기획담당관실에서 상정된 2개의 안건 중 정책실명제 운영조례안은 자구를 대폭 고쳐 수정 가결하고, 생활임금조례안은 보충 자료를 요청하며 보류되자, 해당 공무원들이 그 원인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 탓으로 돌리며 구의회 전문위원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 폭언이 오갔다는 정황 때문이었다.
현장을 목격한 A 의원에 따르면 『전문의원이 의원편에서만 조례를 분석했다. 가만두지 않겠다며 여러명의 해당 공무원이 한명의 전문위원을 거세게 몰아부치고 있었다』는 것. A 의원은 『이는 의회 기능을 부인하고 무시한 처사』라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에대해 구 정책기획담당관 관계자는 『어려운 근로자를 지원하자는 조례인데,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면만 부각 돼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로 올라왔다는 항의였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전문위원은 『생활임금 조례는 몇가지 위법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강남구와 인천시 계양구 등에서도 법제처 자문을 통해 부결한 바 있다. 전문위원이란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안건을 검토해 위법한지 적법한지의 여부를 우선해야 하는데 타 구에서도 법제처를 통해 위법하다는 자문을 받고 보류, 부결하고 있어 이를 참고자료로 보고서에 제시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실제 해당 전문위원이 검토의견으로 제시한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법제처의 근거를 주석으로 달아 「생활임금 개념 자체가 아직 국내에서 명확히 정립된 바 없고, 자치단체별로 형편에 맞게 개별적으로 규정해 시행할 수 있는 개념이라기 보다 최저임금과 같은 통일적 개념 정의가 필요한 국가사무 범위」라고 명시하고 있다.
의원총회에 참석한 또다른 의원은 『안건을 부결시킨 것도 아니고, 위법하지 않다는 근거를 마련해 재상정하라는 뜻으로 보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집행부에 불리한 내용이라고 몰아붙이는 자세는 의회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방의회가 전문위원 제도를 두는 것은 정당을 떠나 집행부나 의원들이 안건으로 상정하는 조례를 제대로 검토하는 전문성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 특히나 6월 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지방의회를 경험하는 의원이 과반을 훨씬 넘는 서대문구의 경우는 안건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줄 전문위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다.
안건보류를 놓고 불거진 집행부와 의회의 갈등이 의원총회로 이어지자 서대문구측은 직속 상부 기관인 부구청장과 정책기획담당관이 함께 『의회에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이에대해 서대문구의회 류상호 의장은 『의회 집행부가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 그러나 의원 대다수가 정책기획담당관의 면직이나 보직변경의사를 철회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