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한 어촌 마을이 최근 4년간 체계적인 마을재생사업을 통해 활기를 되찾아 마을가꾸기 성공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동해시 묵호등대마을과 논골담길이 바로 이곳.
골목길에 사연을 담아 재정비한 논골담길은 최근 상속자들, 찬란한 유산 등의 인기 드라마 촬영을 통해 알려지면서 관광지로도 거듭나고 있다. 강원도 최대 수송항이자 어항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묵호항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구도심이 되었고 항구의 기능 또한 대폭 줄었다. 게다가 명태 등 늘 풍족하던 어종이 점차 줄면서 과거부터 살아온 노년층만이 주로 남은 변두리로 전락했다.
잊혀져가는 어항도시 묵호의 역사를 보존하고 경기를 살리고자 이 지역문화원이 나섰다.
지난 2010년 동해문화원은 묵호항 논골마을 이야기를 생활문화전승사업으로 응모해 국고지원을 받아 공공미술공동체 「마주보기」회원들이 마을 주민들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치도록 했다. 주민들이 직접 그린 담길은 마을이 특별하게 변하는데 주 요인이 됐다.
논골담길은 크게 4곳으로 논골담 1~3길과 등대오름길이 있으며 담장 곳곳 마다 묵호의 역사와 현재 모습을 담고 있다. 하나 같이 묵호항 주위에서 시작해 등대를 향해 뻗어있다.
「어두운 뱃길을 환히 비춰주는 역할을 하는 등대 빛을 따라 만선과 함께 돌아오는 가장이 있는가하면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가장도 있다-김진자」는 논골1길 중턱의 「논골 담화」로, 출항했다 영영 돌아오지 못한 젊은 가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무장화와 더불어 오징어, 명태도 자주 등장하고 길 중턱에서 쉼터가 됐던 담배 가게 모습도 벽화로 살아났다. 이밖에도 묵호나 동해바다와 관련해 곳곳에 적힌 글귀와 시 구절이 마을의 사연들과 어우러져 논골 담길의 위력을 보여준다.
묵호는 그동안 수많은 영화와 소설의 배경이 되어왔다. 과거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여전히 이곳 주민들은 오징어를 손수 말리며 산다. 언덕 정상에 있는 등대 주위에는 펜션과 카페, 조각공원 등을 설치해 관광명소로 환경을 정비했고 마을 중심이자 명소로 탈바꿈 시켰다. 한글로 조각해 새긴 최남선 시인의「해에게서 소년에게」시비도 어울린다.
묵호항에 인접한 주택가이자 덕장으로 활약했던 과거 논골은 이제 관광명소이자 마을공동체의 대표 모델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어둡고 칙칙하던 슬레이트 집과 블록 담장은 깔끔하게 정비, 찾고 싶은 곳이 됐다. 산동네 정상에서 훤히 내려다 보이는 푸른 동해 바다의 전경은 이곳의 백미. 등대공원은 차와 버스로 오를수 있지만 도보로도 찾아갈 수 있다. 묵호항 건너편 진입로를 따라 등대오름길이나 논골담길을 걸어서 등대로 올라 올 수 있다.
논골이란 이름은 골목이 흙길이던 시절, 오징어와 명태를 나르던 행렬에 바닥이 마를날이 없었던 시절 붙여졌다고. 유난히 질퍽거리는 흙길 언덕을 오르려면 장화는 필수품이었다. 구불구불하고 비좁은 골목길을 들어서면 묵호항을 근거지로 살아온 산동네 주민들의 애환을 느껴 볼 수 있다.
동해문화원 조연섭 국장은 『논골 담길은 단순히 벽화마을이 아니다. 역사와 스토리를 전하기 위해 그림을 활용했다』면서 『묵호의 역사가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고 마을 주민들이 그때 기억을 살려 그림을 직접 그리고 활기를 되찾길 바랬다』고 밝혔다. 묵호 논골 담길에 가면 가난과 슬픔을 이겨낸 희망이 보인다.
<김지원 기자>
(사진 동해문화원 조연섭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