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1동 일부 지역이 재개발구역지정이 취소됨에 따라 마을가꾸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주민주도의 호박골 브랜드화를 위해 다양한 마을사업이 약 11개통에 이르는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유행 지난 벽화사업을 이벤트가 아닌 마을 가꾸기로 지속 추진 중인 하나금융그룹과 홍은1동 주민들은 이미 10개월째 벽과 실랑이 중이다. 하나금융 역시 홍은1동에 마을문화가 잘 정착할때까지 지속적으로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후원금을 전하거나 봉사자로 참여하는 주민들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북한산지킴이 이진원 회장과 28통 5반 서길웅어르신(74세), 25통 노오식 어르신(77세) 28통 김종범 통장(57세) 등 마을 주민들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홍은1동 주민들은 벌써 10개월째 벽화를 그리며 마을을 꾸미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어린이집 원아들의 의견을 수렴해 하나금융그룹 회원 50여명과 주민 10여명이 어린이집 인근 벽화사업을 끝마쳤다. 당초 어린이들과 교사들이 동참하는 벽화를 계획했으나 대신 아이들로부터 요청을 받아 호박, 새, 풍선과 무지개 등을 그려냈다.
구립 은화어린이집 정오순 원장은 『주변 환경을 사립유치원 못지않게 개선해 준 주민들에게 감사드린다. 아이들이 올 때마다 산책이나 야외학습에 나갈 때 밝은 벽화와 야생화동산, 미니동물원을 좋아한다』고 인사했다.
약 15년간 개발지란 굴레에 묶여 옴짝달싹할 수 없었던 홍은1동 호박골 일대, 마을가꾸기에 나선 이들은 다름 아닌 70대 이상의 동네 어르신이다. 이밖에도 통장, 북한산지킴이 이진원 회장이 주축이 돼 주민 10여명이 참가중이다.
힘든 점이 있다면 인식이 아직도 부족한 것이다. 『처음에는 동네에 무슨 그림을 그리냐?는 꾸지람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짜장면도 사주고 음료수 상자를 전해주는 주민들도 생겼고 최근 여성 주민 몇 분이 함께해 주시기로 해 부쩍 힘이 난다』고 덧붙인다.
여성주민들은 개미마을에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분위기를 둘러본 뒤 오래 산 주민이 많은 우리 동네가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단다.
벽화사업에 참가중인 노오식 어르신은 『이 동네에서만 오래 살아왔다. 골목반장을 맡아 즐겁게 새벽부터 골목을 쓸고 벽화 관리를 맡고 있는데 때때로 힘에 부친다. 그 보다 매번 쓰레기를 몰래버리고 심지어 쏟아놓고 종량제 봉투를 도로 들고가는 사람도 있어 안타깝다. 자신이 사는 곳인데 이해가 안가고 속상하다』고 했다.
또 다른 서길웅 어르신은 『개인주의에 곧 떠날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주민들은 말해도 소용없다. CCTV를 달아야 한다』고 보탰다. 깨끗해진 마을에는 전봇대 등 곳곳에 미니화단을 놓았다. 더불어 집앞에 화분을 가꾸는 주민들도 생겨났다. 언덕 가게 옆 3가구는 수시로 화분을 가꾸고 아름다움을 이웃과 나눈다.그중 한 여성 어르신은 『기왕 화분을 내놓았다면 누가 봐도 예쁘게 잘 가꿔야한다』고 면서 『소박한 우리 집 앞 벽화가 마음에 든다. 더 올라가면 크고 울긋불긋한 그림인데 정신 없다』고 했다.
김종범 통장은『동네에 애착이 없으니 세입자=뜨내기 취급을 받게 되는데 안타깝다. 하지만 젊은사람들이 일하느라 일찍 나갔다가 밤에오는데 그들을 붙잡고 동네를 가꾸자고 조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힘들어도 꾸준히 해야한다는 각오가 크다.
10개월째에 접어든 홍은1동 마을가꾸기 벽화사업에 세대를 초월한 주민들의 자발성과 땀방울이 모여 호박골 언덕일대가 대부분 밝아졌다. 포방교에서 정면으로 올라서는 언덕 큰골목을 시작으로 양갈래로 뻗어지는 작은 골목까지 주민들의 손길이 곳곳에 녹아들었다.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마을로 바꾸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진원 회장은 『처음부터 지금 마음 같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벽화나 동네에 대해 몰랐던 하나금융이 얼마나 우리 마을을 도울지도 몰랐고 요구하기가 두려웠다. 단, 하나 주민들도 동참하게 해달라고 했죠. 일일 봉사자들이 남겨놓고 간 붓과 물감을 챙겨 매주 3~4회 틈틈이 그리다 보니 점점 늘고 제법 안목이 생긴다』며 웃는다. 대학생과 후원기업이 바탕그림을 그려주고 떠나면 주민이 덧칠해 마무리 작업을 한다.
재개발 해제 후 재생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져 주민들이 자원 봉사 교육을 받았지만 이곳에 투입된 예산과 지원은 「0 원」이다. 시 자원봉사센터는 1년동안 10명이 해낸 1000명분의 활동에 놀라기도 했다. 사실 사후 관리 및 유지도 신경이 쓰인다.
『체력도 인건비도 힘에 부치지만 모두가 내 마을을 내 손으로 가꾸고 돌본다는 사명감과 애정으로 당분간은 계속 해나갈 것』 이란다. 요새 골목반장 어르신들은 1회용컵에 그려진 무늬도 예사로 지나치지 못한다. 앞으로 호박골 벽화그리기 주민들은 『여름 내내 벽화 중 고칠 점과 새로운 스케치를 구상해 선선해지는 가을에 색칠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통일성이 없다, 못 그렸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자원봉사 대학생 1명이 합류해 도와주고 있지만 마을에 대해 잘 알고 그림을 그릴만한 젊은 주민이 동참하면 좋겠다』면서 『더 많은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놀 수 있는 마을이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김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