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연희문학창작촌에서 매년 운영하고 있는 문학학교 봄학기가 막바지를 맞고 있다. 그 중 백민석 소설가의 창작교실이 매주 1회 2시간씩 12주 동안 진행중이다.
매 회 첫 시간은 강사가 주제를 선정해 문학 이론 특강과 토론을, 두 번째 시간은 주제별 수강생들의 작품을 함께 읽고 비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앞으로 3회가 남은 소설창작교실을 찾아 「나의 삶을 바꾼 문학의 위력」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주>
인간의 다양한 시선을 느끼도록 강의
이날 소설가 백민석씨는 「극단적 사건을 겪는 인간」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수업으로 살인의 심리학(데이브 그로스먼,2011년)을 소개했다.
『원시시대에서부터 시작된 성행위와 살해행위가 과거에는 공개적이고 일상적 일이다. 하지만 중산층의 시작과 도축장, 장례식장이 생기면서 서구문명에서 살해는 사적이고 신비롭고 공포를 자아내는 더러운 짓이라는 통념이 생겼다』면서『그로 인한 성억압과 반작용이 일어나면서 아동 성학대와 매춘, 포르노그래피가 번성하고 살해를 대리체험하려는 강박을 담은 음악과 영화 등이 생겨났다』고 했다.
『공포에 질린 사람은 전뇌로 생각하길 멈추고 동물처럼 중뇌를 사용하기 시작해 가장 강렬하고 충격적인 죄책감을 느끼는 상황을 잊어버린 뒤 선택적해 기억한다. 특히 성과 전쟁을 정당화 해왔다』고 했다.
백 소설가는 또『2차세계대전 당시 사격율은 15% 한국전 55%였다. 베트남전에서 무려 90%~95%까지 올라간 이유는 다양한 훈련의 결과다. 한 예로 실물크기의 인형에 옷을 입히고 양배추 속에 케첩을 채운 머리를 붙여 연습시켰다. 이후 생존한 미군 98%가 정신쇠약 질환을 겪었다. 보통 인간은 양심을 어긴 데 대해 저항감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자신은 물론 인간을 혐오할 수 있다』면서 『전쟁에서 후회 없이 살해할 수 있는 성향은 단지 2%에 불과하다는 점, 타인을 향한 공감능력이 없는 경우도 살해자의 한 원인이다. 공격성이 많더라도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있는 경우는 사회병질자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범죄소설에 적합한 관점과 표현을 익혔다.
또 백 소설가는 「폭력적인 영화,게임,미디어를 법으로 규제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영향을 받아 저지른다고 보는 것은 맞다. 하지만 모방의 영향인지 세뇌와 훈련을 통한 모방인지는 잘 생각해봐야한다』면서 『영화나 소설 한두 편이 살인자를 만들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 영향의 결과』로 바라봤다. 따라서 자살이나 살인의 증가에 대해서도 『알려지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느냐의 문제다. 혐오로 비춰질 경우 늘기보다는 외려 스스로 제한하게 된다』며 에밀뒤르켐의 「자살론」을 인용해 견해를 밝혔다.
창작비평시간, 학생들의 이야기
다음으로 과제로 써온 △삐에로(이혜정) △고향의 봄(김수현) △조짐(신상진) △20140502.exe_e(송근범) 총 4편의 창작물을 낭독한 후 서로가 감상소감과 평가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먼저 이혜정(32,주부,대전거주)씨의 「삐에로」는 전쟁후유증으로 얼굴이 망가진 60대 남성이 어린이를 살해한 기억에 평생 고통받다가 유원지에서 만난 어린이를 살해한 작품으로 「인물형상화가 훌륭하다. 좀 더 퇴고를 해 단편으로 늘려써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이씨는 『백민석 소설가의 강좌를 듣기 위해 매주 서울에 올라온다. 막연하게 잘 쓰고 싶다는 강박관념만 있었는데 이번기회에 스스로 다양하고 깊게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김수현 씨의 「고향의 봄」은 시골 남자아이의 목소리로 비밀스런 봄날 일상을 토속적으로 들려주는 동시에 폭력적인 마을 남자 2명이 연이어 죽는 이야기로 「그」라는 호칭이 너무 어른스럽다는 평을 받았다.
다음은 신상진(52세,심리상담사,당산동)씨가 발표한 「조짐」이다. 한 상담사가 부부갈등을 겪는 주부를 상담하며 불륜과 일탈을 거쳐 살해할 조짐을 알고 있었단 이야기로 「주부에 대한 인물설정이 흥미로웠다」는 평을 받았다. 신 씨는 『줄곧 정신분석과 문학을 접목할 수 있을지 의심을 가졌는데 강좌를 들으며 통합할 수 있었다』면서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이 연희문학창작촌에 오길 권한다. 정말로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다』며 적극 추천했다.
CCTV파일확장자명으로 실족사를 목격한 여자의 죄의식에 관한 소설을 써온 송근범(27,학생,강남구)씨는 『이번에 글쓰기가 늘었을 뿐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했다.
최민경(27,학생,성북구)씨 역시 『과제를 하면서 가족,친구의 마음과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주희(34,학생,신당동) 씨 역시 『문창과 학생임에도 소설쓰기 맥이 잡히지 않았는데 이 곳에서 사람과 인간에 대해 배우며 글 쓰기의 느낌을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백 소설가는『연희문학촌 출신 등단 소설가가 나오면 좋겠다. 몇 주간 엽기소설 쓰느라 고생했다. 이제는 쓰고 싶은 주제로 자유롭게 쓰라』고 전하면서 수업을 마쳤다.
<김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