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홍제3동 인왕산 등산로 입구, 황금연휴를 반납한 자원봉사자들이 앞장선 이를 따라 좁고 가파른 산을 오른다. 앞장 선 길잡이들은 인왕산 지킴이. 회원들이 돌아가며 매주 평균 7~8명이 나와 자원봉사자들과 산을 가꾸고 있다. 천안, 은평구, 인천, 목동 등지에서 모인 가족단위 참가자들에게 지킴이들은 내리막길을 주의하라고 일러준다. 산불 예방은 물론 자연보호, 생태복원에 힘쓰고 있는 인왕산 지킴이들의 활약은 산 곳곳에 묻어나온다.
인왕산지킴이 이광식 명예회장은 『최근 주민 예산을 받아 철쭉을 조성했는데 반응이 좋다. 그 뒤로 올해 식목일에 무궁화 묘목을 심었다. 새로 설치한 급수대 아래에는 냉각장치가 있어 여름에 시원한 물을 마실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갓 만든 연못터가 근처에 있는데 생태계 복원을 위해 최근 조성됐다. 과거 직선 하강 수로가 생겨 장마철 위험은 줄어들었지만 물이 고이지 않아 점차 건조해졌고 반딧불이 먹이가 없어지면서 산이 생명을 잃어간다고 했다. 전국 각지에서 반딧불이 축제가 생겨나는 요즈음, 홍제3동 역시 지난해 첫 도심 속 반딧불이 축제를 개최해 나아가 전국 유일의 자생 반딧불 축제의 꿈을 꾸고 있다.
또, 이들은 등산객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만 고치고 기존 모습을 최대한 살리도록 힘을 보탤 생각이며 평소 뿌리가 드러난 소나무에 마사토를 부어주는 복토 작업도 틈틈이 하는 중이라 했다.
일찍부터 한양의 역사와 함께 한 인왕산.
이 명예회장은 『지난 70년대 초 김신조 간첩 사건 이후 많은 사찰과 민가가 떠나야 했죠. 대신 방공호와 벙커가 생겨나 한동안 찾기 부담스러운 곳이었다』고 설명한다.
조선 500년의 세월을 가장 곁에서 함께한 명산이었음에도 관광지로 발전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그 덕에 비교적 자연스러운 등산로와 고스란이 남아있는 흙길, 잘 생긴 한국 소나무를 아낌없이 즐길 수 있다.
더불어 굽이굽이 간직한 전설도 신비롭다. 인왕산은 조선 2대 정종시기에 무학대사와 정도전이 답사 후 천도했을 때 한양도성을 이루는 4내산에 속하는 산으로 능선에 성곽이 남아있다. 생긴 그대로의 돌을 잘 맞춰 쌓은 조선 초중기 건축양식을 볼 수 있다.
인왕산은 주산인 북악산을 보좌하는 산에 해당한다. 당시 정도전은 안산을 주산으로 권했으나 터가 좁은 관계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서대문구가 한양이 되었을 뻔 했단 이야기에 눈 앞이 아득해진다.
「기차바위」라는 곳에 다다르면 사방으로 서울 도심 경관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가까이 북악산과 청와대, 경복궁은 물론 북한산 족두리봉부터 형제바위까지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도성에 들어오기 전 인왕산 아래 홍제원에서 외국 사신들이 의관을 정제했고 상인들은 짐을 정돈했는데 그 사신들을 위해 산대놀이가 번성하게 됐다고도 전한다. 서대문이 최신문물과 공연 문화의 중심이었던 셈.
산악대장인 이동규 회원은 『일요일 하루 자원봉사 하러 오는 아이들에게 그런 에피소드를 다 들려줄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이 씨는 산 지리에 밝아 자원봉사자 안전을 도맡고 있으며 가파른 절벽 아래로 내려가 쓰레기를 수거해 왔다.
『종로구 쪽에도 최근 인왕산 지킴이가 생겼다는데 활동이 없다. 같이 자연보호에 참여하면 좋겠다』면서 『종로 쪽에는 풍부한 식당은 물론 북카페가 생겨나 등산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4년째 인왕산지킴이를 이끌어 온 오명철 회장은『다양한 맛집 및 관광시설이 생겨나 이곳으로 코스를 정하는 등산객들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성곽을 바라보며 왼편이 서대문, 오른편은 종로구 인왕산이다. 이날 봉사자들은 수거량이 많지 않았으나 유독 봉투 가득 채운 봉사자가 있었다. 성곽 너머를 다녀온 반선수(세종대 컴퓨터공학과1,연희동)씨와 유지훈(목운중3,목동)학생. 반씨는 『운동 삼아 한 달째 오고 있는데 좋은 일도 해서 일석이조』라고 했다.
인왕산지킴이와 함께 봉사에 참여하려면 비오지 않는 일요일 오전 9시까지 개미마을 꼭대기 7번 마을버스 종점 앞으로 찾아가면 된다. 풍경 좋은 성곽길을 걸으며 자원봉사점수도 받을 수 있다.
* 5월 4일 인왕산 자원 봉사참가자 한 줄 소감
6학년 자녀를 둔 김정희(응암동,45세)씨,『북한산 둘레길에 다니다 이곳을 알게돼 가족 모두 참가했다. 무사히 끝마쳐 뿌듯하다』
한 달째 인왕산을 찾는 경희대 외국인 유학생 2명,
중국 산둥성에서 온 이열미 씨(의상학과 1학년), 『좋은 일을 해서 뿌듯하고 오면 힐링이 된다』카자흐스탄 박야나 씨(행정학과 1학년) 『경치가 아름다워 계속 오게 된다』
천안시민으로 홍제동 고모댁에 들렀다 중학생 자녀와 참가한 학부모『종로 방면으로 가보고 이곳은 처음, 꽃과 나무가 많아 더 예쁘다』
* 인왕산 지킴이
인왕산 지킴이는 기업 후원 2곳을 제외하고 운영 예산지원이 전혀 없는 순수자원봉사모임이다. 산에서 나고 자란 주민들이 이끌고 있으며 안전하고 깨끗한 산을 위한 애정으로 뭉쳤다.
지난 2011년 홍제3동 자율방범대장이던 오명철 회장이 만들어 현재 약 20명이 가입해있다. 앞으로도 주민 자원봉사 위주로 봉사팀을 꾸려 인왕산을 역사생태명소로 가꿀 것이라고 밝혔다.
* 인왕산 명소 추천: 기차바위, 해골바위. 성곽길.
* 주의사항: 도심 요충지 방면 사진 촬영 금지. 마사토에 바위가 많아 등산화 필수. 때로 슬리퍼차림으로 지나는 동네 고수를 만나도 흔들리지 말자.
<김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