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에 자신의 퇴직금을 모두 털어 지난 해 돈가스와 커피 등을 판매하는 카페 「분더바」를 개업한 김 모씨(55세)는 주인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로 자신의 전 재산을 날리고 쫓겨나게 됐다.
부인과 둘이 노후 생활을 대비하기 위해 개업한 가게는 이제 이 두 부부의 평생 한으로 남게 됐다.
김씨는 『지난해 6월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임대료 납부가 2개월간 지연됐고 1주일이 지나자 계약해지 통보가 전해졌고, 명도소송을 제기, 건물주가 승소했다』고 설명한다. 그 후 올해 1월 말까지 자진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받았으나 김씨 부부는 시설비 한푼 받지 못하고 거리로 내 몰리게 된 현실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김 씨와 같이 딱한 사정을 공유하고 있는 「마음 편하게 장사하고픈 상인들의 모임(이하 맘상모·대표 권구백) 회원들은 토지주택공사 네트워크, 토지정의시민연대 등과 함께 분더바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먼저 토지정의시민연대 이성영 정책팀장은 『전재산을 투자한 임차인들이 줄줄이 쫓겨나고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즉각 개정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상인들이 곳곳에서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임대인들은 비웃기라도 하듯 합법적으로 보호아래 재산을 늘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 다른 회원은 『같이 잘 살아야하는데 법이 잘 사는 기득권에 맞춰져 있다. 같이 잘 살도록 도와달라. 건물주들은 남의 일로 여기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권구백 대표 역시 『상인들은 돈을 벌어도 버는게 아니다』고 하면서 『분더바의 경우 보증금이 5000만원이나 되니 까페 양도를 한 뒤 투자비용이라도 건지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홍대앞에서 비슷한 처지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맘상모 회원 신가람씨는 SNS를 통해 이곳 상황을 전했다.
맘상모 회원들은 또, 1월말로 예정되었던 집행이 늦춰진 배경으로 『까페 경기가 좋지 않은 겨울에 임대료를 받는게 더 낫다고 건물주가 판단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처음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뒤 한달은 임대료를 냈지만 그래도 주인이 소송을 강행해 패소했다. 명도소송 중에 건축주로부터 『까페를 양수할 사람을 구해도 좋다』는 말을 듣고 인수자를 데려왔으나 건축주는 『아들이 직접 경영할 것』이라면서 계약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양도양수만 하게 해주면 깨끗이 포기하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3일 후인 17일 건물주는 명도를 진행해 강제 퇴거조치를 취했다.
한편 이같은 임대인들의 횡포가 심화되면서 서울시는 시내 상가 5052개를 대상으로 「상가임대정보 및 권리금 실태」를 조사한 뒤 임차상인의 보호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상가 환산보증금은 평균 3억3242만원으로 상가별로 강남이 5억4697만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신촌 마포가 2억8475만원으로 나타났다.
또 환산 보증금이 4억원을 넘어 임대차 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가도 서울 전체의 22.6%나 되고 강남은 45.5%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강남의 1층 상가는 68.3%가, 도심 1층은 37.6%가 보호대상에서 제외됐다.
시 관계자는 『평균 임대기간은 1년 8개월로 임대차보호법상 보장되는 최장 계약보장기간(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인 5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첫 계약 때 법의 보호를 받았지만 임대료가 계속 올라 법적 보호를 못받게 되고 초기 투자금도회수하지 못하고 떠밀려가는 상인이 많다』고 밝혔다.
이에 시는 임대차보호법의 범위를 확대, 임대료 증액 기준도 「청구 당시 임대료의 9% 이내」에서 「전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2배 이내」로 개선하는 방안을 법무부에 건의하고, 세입자가 초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임대차 최소 보장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계약 갱신 요구권 행사 기간도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계약시 요구조건은 반드시 계약서상에 명시하고, 해지 조건도 꼼꼼히 살필것을 당부했다.
서울시는 또 4월부터는 상가 임대차 상담센터 기능을 확대해 계약준비부터 계약기간 중 분쟁, 계약종료까지 전 과정에 걸쳐 상담을 실시할 계획이다.
(문의 02-213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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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