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일도 아니고, 새해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어정쩡한 2월에 우리 신문이 600호를 맞았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홋수에 연연하진 않았지만 600번이나 같은 일을 매번 힘겹게 해내왔음에 새삼스럽게 목 언저리가 막혀 온다.
10평도 안되는 사무실에서 컴퓨터 한 대도 없이 신문 창간을 준비하던 21년 전.
모눈종이가 그려진 대지 위에 식자를 쳐서 뽑아낸 기사들을 스프레이로 떼고 붙이면서 창간호를 만들었다. 그리고, 한 호 한 호 서대문에서 일어나는 일들, 좋은 일을 하는 이웃들, 사건 사고들을 취재해 실어왔다.
600호 우리 신문에는 또다시 많은 기사들이 실린다.
봄소식이 벌써부터 한발 앞서 와 있는 통영의 동피랑 마을 기사에서부터 각 지역을 돌고 있는 구정 업무보고,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인들의 움직임도 기사가 됐다.
학교를 떠나 사회로부터 이탈되기 일보 직전의 아이들을 다시 사랑으로 품어 안고, 스승의 역할을 묵묵히 해 나가고 있는 도시속 작은 학교 졸업식과 지역의 대학인데도 오히려 지역 주민들은 잘 모르고 있는 서울문화예술대학교의 학위 수여식 기사, 그리고 지난주 소리없는 전쟁을 치른 금모래 신협, 새로운 회장을 추대한 서대문구 상공회 기사까지 뭐하나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지역의 소식이다.
아무도 관심없는 일일지 모르지만 내가 다녀 본 서대문 속에는 소중하고 희망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 물론 억울하고, 말도 안되고, 웃기는 일들도 있지만 그런 일들은 언젠간 드러나고, 까발려지고, 바로잡혀 가고 있음을 20년 동안 경험으로 느낀다.
신문사를 스쳐간 수많은 젊은 기자들이 가끔 나에게 뭍는다.
『지겹지도 않으세요?』
왜 안지겹겠는가? 지겹고, 힘들고, 고난하다.
20년 전 신문이 창간될 때보다 주변 상황은 더 힘들고, 경기침체는 해마다 심화되고, 공짜신문의 인식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탄탄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방과 달리 서울에서 지역신문의 환경은 한 걸음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치에 나서고자 하는 지망생들은 선거를 치르기 전 『무엇이 필요한가?』라고 하나도 빠짐없이 물어 왔지만, 결국 그 자리에 올라서면 다른 중요한 일들로부터 순위에 밀려, 지역언론의 환경은 나아지지 못했다.
여론은 또 어떤가?
돈만 있으면, 아니, 돈이 없어도 신문사 만들수 있고, 거기에 인터넷까지 가세하면서 너도나도 『기자입네』 하고 다니다 보니 「사이비」소리를 아직도 들어야 하는 어쩌면 「천형」과도 같은 직업이 신문쟁이가 아닐까?
누군가 한가지 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1만시간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한다.
1만 시간 같은 일을 하면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인이 된다는 뜻이리라. 신문 한 호를 준비하고, 마감하는데는 적어도 20시간 필요하다. 그렇다면 600호를 20시간씩만 썼다고 하더라도 1만 2000시간동안 같은 일을 해 온 셈이다.
이제 지역신문도 인정받을 때가 됐다는 긍정의 의미로 생각을 고쳐 먹어 본다.
지방자치 실시 20년.
이제 지역 언론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제도와, 올바른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600호가 1000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새터새바람
600호를 만들며
옥현영 편집국장.
2014-02-28 11:00
한 호 20시간만 쏟아도 1만2000시간 한길
새로운 시각, 올바른 지원 책 마련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