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벌써부터 매화 꽃망울을 터뜨린 남쪽.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우는 통영의 동피랑 마을을 봄이 오기 전 2월, 서둘러 찾았다.
인공적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한 벽화 마을과 달리 통영의 동피랑은 한 화가의 서투른 모험으로 시작됐다.
통영 동피랑. 동쪽의 벼랑이라는 뜻을 가진 벼랑의 사투리 비랑이 변해 동피랑이 됐다는 설과 동쪽의 파도를 피하는 항구인 동피항이 인접하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는 이야기들이 동피랑 마을의 어원으로 전해진다.
가파른 동피랑에 볕이 잘들어 마치 갤러리 같은 느낌이 난다고 생각한 통영의 화가 김영주씨가 벽화 하나를 그리고, 마을에 들르는 예술가들이 하나씩 그림을 그리며 생겨났다.
2007년에는 철거가 될 뻔했던 동피랑 마을에 시민단체인 「푸른 통영 21」이 벽화마을을 조성하면서 통영시도 시비 1억원을 2년에 한번씩 지원한다. 벽화에 참여할 예술인들을 공모하고 2개월간 체류하며 벽화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 예산이 쓰인다.
좀 아이러니 한 것은 통영시 문화예술과가 아닌 환경과가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
그러나 어디면 어떠랴?
담당자는 『2년에 한번씩 벽화 축제를 여는데 공모전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접수하면 전국, 아니 전세계 예술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년마다 참여하는 예술가만 100명. 통영시는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동피랑 마을의 컨셉과 맞는 작품들을 선정해 예술가를 초청하고 있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갤러리가 되다 보니 드라마도 많이 찍었다.
드라마로 동네가 알려지면서 젊은이들이 봄, 가을이면 발디딜 틈 없이 이곳을 찾는다.
마을 초입까지 차를 타고 들어가자 왼편에 주차장을 안내하는 푯말이 눈에 보인다.
주차장 벽면에는 주차하고 커피 한잔을 꼭 시켜 마시라는 애교어린 문구도 기분 나쁘지 않다.
주차장을 따라 내려온 왼쪽 모퉁이에는 「언니는 동피랑 스타일(언동스)」이라는 조금은 생뚱 맞은 문구의 카페가 있다. 2009년 벽화 공모전에서 수상한 천사 날개가 벽면에 그려져 있고, 그네 그림도 있다.
깍아지른 카페 절개지 불록하게 솟은 시멘트에는 웃고 있는 파란색 사람이 인사를 한다.
언동스의 이름이 언니로 시작하는데는 주인장 언니의 미모와 친절이 한 몫 한 듯 하다.
돌돌 굴러가는 경상도 통영의 사투리가 아닌 단정하고 깔끔한 서울말씨로 주문을 받는다.
통영 남자를 따라 시집온 지 10년이 됐다는 「언니」는 손님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왼쪽 테라스는 야외에 양지 바른 곳으로 2월인데도 밖에서 차를 마시는 손님들이 눈에 띈다.
마을 초입부터 독특한 개성만점의 벽화들이 눈길을 끈다.
어린왕자도 보이고, 거미도 보이고, 얼마전 작고한 스티븐 잡스 벽화도 있다.
시가 쓰여 있는 곳이며, 구불구불 골목을 따라 오를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다.
마을을 돌다보니 「마을만들기 지원센터」가 보인다.
이 곳은 단층으로 주민과 방문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 동피랑 경로당 그리고 안내실을 겸하고 있고, 중앙에는 동피랑 갤러리로 운영, 지역 작가들에게 연중 무상 임대한다고 한다.
센터 건립에는 1억 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전액 도비가 지원됐다. 동피랑 마을만들기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통영시 관내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를 시작하려는 주민들에게 아이디어와 정책, 사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함께 해나가는 전초 기기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트릭 포토존과 「몽마르다」카페, 그 위에서 내려다 본 바다마을을 그림과 다를 바 없다.
마을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면 바로 통영 활어시장이 시장한 상춘객을 반긴다.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먹고 싶은 횟감을 골라들고 인근 가게로 가면 접시에 담아 가지런히 상에 올리고, 매운탕도 끓여준다.
인근에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케이블카와 달아마을, 박경리 기념관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해양수산과학관도 어린아이들이 있다면 체험할 만 한 곳이다.
통영 시장 아래로는 충무 할매김밥 원조집들도 많고, 통영 꿀빵가게도 줄지어 있다. 어느집이 원조인지 모르는 것이 안타갑다.
새 봄을 미리 느끼고 싶다면 통영도 멋지다.
<옥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