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은 그간 서대문구가 각 분야별 과제를 마련해 진행해 왔던 정책토론회가 안산 벚꽃길 아래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날 엔조이 톡에는 자유로운 문화에 대한 제안과 토론을 위해 인근 학교 학부모회와 청소년수련관 회원 등 주민 20여명이 참석했다. 엔조이 톡에서는 첫 시도로 각자 싸온 간식을 나눠 먹는 포트럭(Potluck)을 도입한 점도 눈길을 끌었으며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메트로아티스트인 「팬울림 앙상블」의 오카리나 연주공연도 곁들여 졌다.
구는 또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서대문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전문진행자로 알려진 문형주 이레어린이집 원장을 초빙해 토론을 이끌었다. 그러나 토론자들이 대부분 학부모들이어서 문화와 예술에 대한 제언보다는 교육에 대한 제안이 다수를 이룬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 예전 정책토론과 다른 자유스런 분위기 속 진행
문석진 구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따갑지 않은 좋은 날씨지만 해가 지는 시간에 시작돼 조금 추울것이 걱정된다』면서 『오늘 엔조이 톡은 문화를 만들어 가는 시간이며 정서적인 부분을 나누고자 편안하게 문화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안산 벚꽃길에 토론장을 마련했다』고 인사했다. 또 『오늘 건의된 내용들을 행정에 반영할 것이며 구에서도 이곳 안산과 폭포마당앞에 작은 공연을 5월까지 마련해 어떤 공연이 있는지 입구에 배너를 통해 안내하고 있으며 홍제천 교각을 아뜰리에로 생각해 얼마전 모네의 그림에 이어 르누아르의 그림을 전시해 일반 주민들이 품격있게 대접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구청장은 『구에서는 창천소공원과 신촌 기차역 광장을 무대로 만들어 공연을 해나갈 계획이며 사러가 뒤쪽 블록에 단독주택을 매입해 화가, 건축가, 작가들이 모여 연희동을 사랑하는 모임을 만들어 사재로 쓸수 있도록 하고 사랑방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아파트, 원룸 등 이익공간이 아닌 문화가 있는 서대문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앞으로의 구상을 밝혔다.
◆ 청소년 위한 문화체험 기회 더 부여됐으면
서연중학교 학부모회에서 참가한 학 학부모는 『올해 아이를 중학교에 입학시켰다. 홍제천 교각에 르누아르의 작품이 전시돼 있지만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바쁜 학교일정으로 인해 미술전 등을 볼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홍제천에 걸었던 그림을 철거하면 각 학교별로 순회해 전시회를 열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에대해 문석진 구청장은 『좋은 의견이지만 전시된 그림은 시간이 지나면 수명이 다해 다시 전시하기가 어렵다. 사진을 작게 만들어서 기획전을 할 수 있도록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 문화의 중심지였던 신촌, 홍대로 이전, 다시 신촌의 명성 되찾게 되길
문화관광부산하단체인 음악문화발전협의회 이문식 회장은 『서대문에서 산 지 4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구청 옆에 이런 아름다운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예전에는 신촌이 문화의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홍대를 문화의 중심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나 역시 서대문주민이지만 홍대쪽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신촌지역의 비싼 임대료가 원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반면 홍대는 골목들의 작은 공간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음악놀이터 형태로 시작된 것이 나중에는 임대료를 내기 위해 손님을 받았고, 또 각계각층의 단체들이 들어서면서 현재 상업화와 더불어 문화적인 분위기 마련의 기틀이 됐다. 지난해부터는 신촌지역의 무대에 서고 싶어 하는 예술인들이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 문화가 이동한다기 보다는 공유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해석하고 싶다』면서 『새로운 문화의 출발점에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문화 아닌 교육분야 건의 이어져 주제 벗어나기도
연북중학교 학부모회장이라고 밝힌 한 주민은 『얼마전 구 지원사업으로 학교에서 아이들이 영자신문을 만들 수 있었다. 이에 감사드리며 아이들이 영어를 공부해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구가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신문과 책자를 만들 수 있었다』면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서연중학교 1학년 학부모 대표인 반은경씨는 『연북중학교처럼 서연중학교는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해 아쉽다. 서연중학교에도 자기주도형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지원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학생과 연계된 문화적 행사가 부족하다』면서 『요즘 트렌드가 삼청동, 부암동 걷기다. 예술인과 화가들이 많은 연희동에서 작업공간을 오픈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연희동 걷기를 했으면 좋겠다』며 제안했다. 또 『얼마전 아이의 과제로 홍제천의 수서동물을 관찰하려고 했는데 개구리가 한 마리도 없었다. 아이가 모기가 많은데 개구리를 풀어놓으면 모기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제천에 개구리를 방류할 생각은 없나?』고 물었다.
이에 문 구청장은 『아주 독특한 아이디어다. 한번 고려해 보겠다』고 화답했다.
엔조이 톡에 참가한 연북중학교 한 학부모는 『매일 안산을 산책하다 보면 안산에는 일회성 공사가 상당히 많다. 한해살이를 하는 1년초가 아닌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안목으로 나무를 심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또 구청에서 사러가쇼핑센터까지 걸어가다보면 보행자 위주의 편안한 길이 없어 불편하다』며 안전한 보행자도로조성을 건의했다.
◆ 사라질 위기 맞은 홍제천 축제 다양한 계층 즐길 수 있도록 역사 이어갔으면
연희초등학교 학부모인 김은영 씨는 『다른지역에 자주 이사를 다니다 서대문에 거주한 지 5년이 넘었다. 타 지역에 비해 이 곳은 입지적 조건이 좋은 편이다. 이 곳에 이사와 좋았던 것 중 하나가 홍제천에서 열리는 축제였다. 아이와 함께 축제에 나와 음식도 먹고, 공연도 보고, 체험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는데 올해는 이 축제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고 들었다. 홍제천축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 같은데 이런 작은 축제가 사라지지 않고 전통적인 역사를 가지며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또 서연중학교 학부모인 한 주민은 『서연중학교에서는 다양한 방과후 교실이 진행중이다. 기타반도 그 중 하나인데 이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기타를 구입해야 한다고 들었다. 정말 문화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은 기타를 살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반면 기타를 무리없이 구입할 수 잇는 아이들은 다른 문화적 혜택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구에서 악기를 지원해 줄 수 있다면 소외된 아이들에게 보다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다』고 제안했다.
◆ 홍제천 명화거리 조성에 박수를 , 외국인 위한 영문 제목 게첨 필요하다
체육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는 허광평 주민은 『홍제천에 명화의 거리를 조성한 것은 주민 모두에게 감상의 기회를 준 것이어서 너무 놀라웠다. 구가 세심하게 배려해 준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들, 예를 들어 청년실업자 등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 또 그랜드힐튼호텔에 묵고 있는 외국인들이 홍제천에서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많이 하는데 그림에 영문으로 제목을 달아준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 명화의 거리 환영, 한국 미술도 전시해 감상 기회 줬으면
또 주민 임미라씨는 『홍제천에 명화의 거리가 조성된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 그러나 외국작가 위주의 전시를 하다 보니 아이들이 우리나라 미술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없는데 연대별로 우리나라 미술작품을 전시해 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에 문 구청장은 『좋은 의견이다. 그러나 작품들을 전시하려면 저작권 문제가 있어서 비용이 많이 들게 되기 때문에 어렵다. 저작권 문제가 해결된다면 고려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엔조이톡은 원래 의도대로 문화와 예술에 대한 자유로운 제안이라기 보다는 학부모들이 대거 참여해 교육관련 제안이 많았고, 또 저녁 날씨가 추워 예상시간보다 일찍 마무리 돼 채 발표를 하지 못한 주민들이 아쉬운 발걸음을 해야 했다.
<옥현영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