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공연, 전시
한국적 광대의 애환담은 희극과 변신술 돋보여
sdmnews 옥현영 차장
2011-04-14 15:27
무대적 장치보다 배우들의 몸으로 보여주는 열연에 극찬
휴먼코메디, 서대문 두 번째 공연, 관객들 호평 이어져
무대 뒤에서 만난 휴먼코메디 배우들과 참관한 제2기 청소년기자단 수습 학생들.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윤진희 기획·홍보실장

지난 18일 금요일 서대문문화회관(관장 김영욱)이 무대에 올린 휴먼코메디(연출 임도완)는 올해로 서대문에서 두 번째 상연되는 가족연극이다. 이미 대학로에서는 10년째 롱런중인 이 작품은 올해는 더욱 문턱을 낮춰 서대문 구민들을 찾아왔다.

지난 1999년 「코미디 휴먼」이라는 이름으로 초연됐던 공동창작극인 「휴먼코메디」는 <가족> <냉면><추적>등 3개의 단막극이 옴니버스 형태로 꾸며진다. 특이한 점은 3극에 출연하는 배우는 단 6명이라는 점이다. 화려한 소품으로 눈속임을 하는 기존의 대형극들과는 철저히 차별화를 두려는 듯 무대 위에는 검은 상자로 벽들을 몇 개 만들어 두었을 뿐이다. 특히 추적의 경우는 최대 1인 4역으로 변신하며 6명이 14명의 역할을 위해 단지 상자를 차폐공간으로 이용할 뿐이다.

또다른 휴먼코메디의 가장 큰 특징은 웃음을 주기 위해 큰 동작이나 많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관객이 바라보면서 편안히 웃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웃음 뒤 스스로를 돌아보는 잔잔한 여운의 시간을 주고 있다.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만류하는 가족들을 뿌리치고 바다로 나간 외동아들이 결국 목숨을 잃는다는 내용의 <가족>은 어찌보면 절절한 삶의 애환을 닮고 있지만 극을 진행시켜 나가는 배우들의 몸짓이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노래 경연대회에 참가한 합창단의 공연을 연출한 작품인 <냉면> 역시 짧은 노래 속에 많은 희화적 요소를 담고 있다. 이 두 작품 모두 배우들이 빨간 코를 달고 연기를 펼친다.
이유를 묻자 배우이자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기획, 홍보를 맡고 있는 윤진희 실장은 『빨간 코는 한국적인 광대의 애환을 표현하기 위한 소품』이라고 설명한다. 그말을 듣고 보니 맞다. 광대는 울고 있어도 웃는 듯, 슬픔을 희극으로 표현하는 배우가 아니던가.

마지막 극인 <추적>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그야말로 관객들의 넋을 사로잡는다. 몇초간의 사라짐을 통해 전혀 다른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열연하는 모습에 자연스레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추적을 마친 배우들은 커튼콜을 받은 후 서비스 타임으로 변신의 과정을 공개하는데 이 또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살인범이 국회의원으로, 춤바람난 여관집 딸이 유명 여배우로, 여관을 지키던 할아버지가 백형사로 변신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탄성을 자아낸다.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되는 120분의 휴먼코메디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연 웃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조심스럽게 던지고 막을 내린다.             

짧은인터뷰/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윤진희 기획·홍보실장

무대 뒤에서 만난 윤진희 실장은 훨씬 앳되고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극 속에서 맡은 역할이 50대 이후의 여인의 역할이어서 그랬을까?
그녀는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작품에 대해 『대본이 없는 공동창작극이라는 점에서 우리 작품은 독특하다』고 설명한다. 배우들과 제작 팀이 서로 즉흥연기를 통해 장면을 구성하는 창작 방식을 통해 배우들은 대본이 아닌 몸을 통해 작품을 인지한다는 것이다.

『휴먼코메디의 3작품중 가족과 냉면은 한국적인 광대의 애환을 표현했다면 추적은 뛰어난 변신술을 바탕으로 한 코메디』라고 설명하는 윤진희 실장은 『사다리움직임 연구소의 작품들은 특별한 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좋은 연극을 연기자들의 공감을 통해 만들어 낸다는 차별화를 두고 있다』고 덧붙인다.

1998년 12월 창단한 이래 창단 멤버가 아직까지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배우들간 유대관계도 돈독하다.
「무대의 신성함 이란, 그것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어기고 위반하는 곳에 존재한다」는 연출자의 의도대로 배우들은 수없이 몸으로 자신의 배역을 체험하면서 그 역할 속에 녹아든다. 이런 차별성이 치열한 대학로에서 10년이상 살아남았던 생존비결인지도 모르겠다.

서대문에서의 공연소감에 대해 윤실장은 『대학로 관객들은 작품을 선택해 기대를 갖고 오는 관객이라면 서대문은 기대보다는 호기심으로 오는 관객들이 많다』면서 『그래서인지 오히려 큰 감동을 받고 가는 분들도 많고 보다 다양한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배우들도 자극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토요일 두차례 공연을 끝낸 후 21일 일본으로 출국, 고치현에서 25일까지 <보이첵>공연을 펼치게 될 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현재 서울시 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서대문문화회관에 입주해 있으며 오는 6월 재 입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극배우를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연기아카데미를 개설해 호평을 받기도 했으며 영어연극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는 윤진희 실장. 그녀는 올해도 서대문문화회관 입주가 확정된다면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연계시키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옥현영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