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정오, 맛있는 냄새를 따라가니 그곳은 다름 아닌 자원봉사센터 3층이다. 30여명의 학부모와 학생이 직접 만든 빵을 포장지에 정성껏 담고 있다.
장재문(한성중1) 군과 어머니 김수임(43, 북아현) 씨는 『재미있는 제빵을 통해 나눔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하다』고 말하며, 『관심없었던 봉사에 흥미를 갖는 계기가 됐다』며 소감을 밝혔다.
『신문을 보고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이 둘을 데리고 찾아 왔다』는 박소은(노원구 월계) 씨는 『반죽을 마치고 정돈하는 시간에 아이가 스스로 청소기를 드는 걸 보고 놀랐다. 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의젓한 모습을 발견한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날은 서대문구청자원봉사센터에서 주관하고 빵만드는사람들(단체장 김정순, 이하 빵만사)이 진행하는 「여름방학 청소년 자원봉사 체험교실」중 하나로 5일과 12일에 걸쳐 어려운 이웃을 위해 부모와 함께 빵을 만드는 보람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만들어진 빵은 관내 홀몸노인, 장애인, 노숙자, 공부방 아이들에게 전해졌다.
구 관계자는 『학생들만 참여하는 제빵체험교실도 반응이 좋았지만, 가족과 함께 하면서 느끼는 점이 더 많을 것 같아 올해는 함께 신청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틀 동안 제빵체험교실을 진행한 관계자는 『오븐에서 빵이 구워지는 동안 간단한 소개와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이 가진다』며 『이 시간을 통해 부모와 자녀가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4시간 동안 체험교실을 마치고 나면 학생과 학부모 개인에게 봉사시간이 누적된다. 『간혹 자녀에게 자신의 봉사시간을 더해 줄 수 없냐고 문의해 오기도 하지만 절대 안된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 달 20일부터 자원봉사체험은 자원봉사센터 4개 교실에 435명, 동 주민센터 38개 교실에 3743명이 신청했으며, 오는 19일까지 실시된다.
직접 체험을 통해 장애인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 장애인식 개선 교육 및 장애체험, 금연과 금주의 중요성을 배워 캠페인을 통해 널리 알리는 ▲서대문구 건강지킴이 교실과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청소년이라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관내 유적지를 배워보는 ▲청소년 자원봉사 길잡이 시간이 진행됐다.
한편, 2005년에 빵나눔을 시작한 서대문구빵만사는 이웃에게 5년간 7만 여 명분을 배달해왔다. 1년에 300포대 넘게 들어가는 밀가루는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어 매번 무료로 진행하던 제빵체험교실은 이번부터 5000원의 참가료를 받게 됐다.
미니인터뷰 / 자원봉사체험교실에서 만난 박소은 씨가족
12일 아침 7시 30분, 박소은씨는 한솔(녹천중1)양과 재헌(한천초1)군을 데리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몇 개월 전 신문에서 스크랩해두었던 『여름방학 청소년 자원봉사 체험교실』이 9시부터 시작되기 때문. 노원구 월계동에서 서대문구까지 거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접수시작 한 시간 만에 마감된 제빵체험교실에 대기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던 차에 11일, 자리가 생겼다는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편집자 주>
□ 참가한 동기는?
■ 아파트 반장을 맡고 있어서 「서울신문」이 온다. 신문을 보다가 여름방학에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으로 문의했다. 평소에도 박물관, 공예프로그램 등 인성을 길러줄 수 있는 체험활동할 기회를 많이 주려고 노력한다. 제빵체험은 아이들도 하고 싶어해서 찾던 중이라 더 반가웠다.
□ 참가해 본 소감은?
■ 놀토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렵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으면 한다. 재헌이가 집에선 안하는데, 아까 보니 빵을 만들고 솔선해서 청소를 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그 밖에도 아이와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빵을 만들면서 많은 얘기를 나눈 것이 색다른 경험이었다.
□ 어떤 얘기를 했나?
■ 작은 아이에게 출발하면서 「빵을 만들러 간다」고 했더니 「만들어서 우리가 먹을거야?」라고 물었다. 「가난한 분들 나눠줄거야」했더니 「가난이 뭐야?」라고 해 당황했다. 아이를 탓할 수 없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자신밖에 모르는 환경에서 자라도록 내버려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됐다.
□ 아이들에게 한 말씀.
■ 돌아가는 길에 얘길 나누겠지만 오늘 활동이 봉사시간만 채우는 걸 넘어서 기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강현미 기자>